[프라임경제] 매년 반복되는 한국GM의 철수설이 올해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한국GM과 모기업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GM)는 매번 이를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 시나리오가 단순한 루머를 넘어 구조적 위기의 징후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한·미 자동차 관세 협상에서 15%라는 유예선이 설정되면서, 한국GM을 둘러싼 철수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한국GM은 지난 5월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매각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동시에 부평공장의 유휴 부지도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GM은 이를 '경영효율화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이를 단계적 철수의 전조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에도 유사한 자산 정리 과정이 선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부평·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대부분은 북미 수출용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GM 총 판매량은 24만9355대로, 이 중 내수는 고작 8121대에 그쳤다. 전체의 3.3%에 불과하며, 전년 동기 대비 39.7% 감소했다. 수출 비중은 무려 96.7%로, 내수보다 30배 이상 많다.

사실상 국내 소비자 기반이 붕괴된 상황이다. 한국GM이 국내 자동차 제조사라기보다는 수출 전문 하청업체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 두고 업계는 "한국GM은 더 이상 내수시장을 전략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30일(미국 현지시간) 타결된 한·미 자동차 관세 협상은 이런 흐름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월1일부터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양국은 15%로 일시적 조정에 합의했다.
더욱이 이 15%라는 수치조차 유예일 뿐이다. 현대자동차그룹처럼 미국 현지 생산 인프라를 갖춘 기업은 상대적으로 관세 영향을 덜 받지만, 수출 의존형인 한국GM에는 중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우리는 FTA 체결국으로서 0% 관세 유지를 원칙으로 12.5%를 끝까지 요구했지만, 미국은 모든 FTA 대상국에 15%를 적용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기존 FTA 체제의 보호막이 사실상 무력화된 셈이다.

GM 본사가 한국GM 공장의 수출 채산성과 생산 효율성을 재검토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실제로 GM은 지난 10년간 △태국 △호주 △인도네시아 △유럽에서 차례로 철수했다. 주요 원인은 낮은 점유율, 높은 생산비, 불확실한 수익성이다. 한국GM도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만큼, 전례에 비춰보면 철수의 타당성을 갖췄다.
여기에 GM은 △미국 △멕시코 △중국 등에 전기차 생산 거점을 집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GM은 별다른 전기차 생산 계획도 없다. 이는 GM이 한국을 미래 전략 시장으로 보지 않는다는 신호로, 장기적으로 한국GM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협력업체와 소비자에도 부정적인 파급을 낳고 있다. 국내 부품업체들은 GM 관련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으며, 포스코 등 주요 공급사들도 위험 분산에 나서는 모습이다.

결국 한국GM의 문제는 신뢰의 결여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반복된 구조조정, 철수설, 모델 단종 등은 협력사와 소비자는 물론, 임직원들조차 불안을 떨치지 못하게 만든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판매에도 직결된다.
이제는 단순한 가격인하나 일회성 신차 투입만으로는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내수시장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 신차 라인업 확대, 서비스 네트워크 재정비, 고객 신뢰 회복 등 전방위적인 개혁 없이는 한국GM이라는 이름의 존속도 위태롭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이 정말로 한국시장에 남고 싶다면 단기적인 수익보다 신뢰 회복에 투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브랜드 이름은 한국GM이지만 '한국'이라는 정체성이 빠져버린 지는 오래다"라며 "지금의 구조는 글로벌 GM의 수출기지에 가깝고, 소비자를 위한 브랜드로서의 존재 이유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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