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늦게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KT 위즈 2군이 위치한 익산에 '제2의 박경수'가 있다. 2군 주장 강민성의 이야기다.
대구옥산초-경상중-경북고를 졸업한 강민성은 2019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 5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KT에서 전략적으로 키우는 유망주다. 2년 차인 2020년 퓨처스리그에서 12홈런을 기록, 남부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현역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한 뒤 2023년 팀에 복귀했다. 그해 16홈런을 기록, 김석환(KIA 타이거즈·18개)에게 밀려 2시즌 연속 홈런왕 등극에 실패했다. 지난 시즌도 12홈런으로 팀 내 홈런 1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 화제가 된 '스페셜 조'의 일원이다. 2025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강민성은 천성호(현 LG 트윈스), 권동진, 윤준혁, 유준규와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밤낮 없이 가장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다. 유망주들의 성장에 이강철 감독도 흐뭇함을 숨기지 못했다.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1군의 벽은 높았다. 강민성은 20경기 23타수 1안타 타율 0.043 OPS 0.222의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지난 5월 2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로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단 하나의 안타도 추가하지 못했고, 6월 3일 자로 1군에서 말소됐다.
1군에서는 아쉬웠지만, KT의 2군 돌풍을 이끌고 있다. 30일까지 5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3 8홈런 33타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은 팀 내 1위, 타점은 2위다. KT(승률 0.671)는 상무 야구단(0.710)에 이어 남부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전형적인 OPS 히터다. 출루율이 무려 0.416이다. 삼진(40개)보다 볼넷(49개)이 많다. 순수 출루율(출루율-타율)은 0.183으로 2군 선수 중 가장 높다. 장타율도 0.442로 낮지 않다. 순수 장타율(장타율-타율)은 0.209로 리그 9위이자 팀 내 1위다.

지난 29일 '마이데일리'와 만난 강민성은 "먹는 것을 잘 챙겨 먹고 있다. 잠도 잘 자려고 한다"고 근황을 밝혔다.
ABS의 도입에도 빼어난 선구안을 자랑한다. 강민성은 "ABS가 더 좋다"라면서 "어차피 기계가 하는 거다. 다 동일하다. 정확하니 자기 존이 확실히 그려진다"고 했다.
구장별 차이는 타석 위치 조정으로 해결한다. 강민성은 "예를 들어 수원 (ABS존) 바깥쪽이 크다고 하면 타석에 한 발짝만 붙으면 된다. 처음에는 좀 그랬는데 제가 조절하면 된다"라면서 "(과거에는 타석 위치에) 강박 관념이 있었는데, 한 번 깨기 시작하니까 쉽다"고 답했다.
장타자로서 정체성이 확고하다. 타율 욕심은 없냐고 묻자 "컨택보다는, 저는 장타를 치는 타자"라고 강조했다.
1군 통산 타율은 0.109다. 강민성은 "2군에 있을 때는 편안하게 타석에 들어간다. 1군에 올라가면 항상 '오늘이 진짜 마지막 타석이다'라는 조급함이 든다"라며 "편하고 쉽게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런 강박감과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 큰 것 같다"고 보완점을 말했다.
압박감만 덜어낸다면 활약할 준비가 되어있다. 강민성은 "항상 내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캠프 때도 큰 문제 없이 잘하고, 왜 시즌만 되면 그럴까 생각해보면, 그 문제가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은 시즌 목표는 무엇일까. 강민성은 "1군 콜업이 됐을 때 준비했던 것을 후회 없이 보여주고 싶고, 편하게 게임을 하고 싶다. 그렇게 하면 팀 적으로도, 저로서도 좋지 않을까"라고 했다.
적극적 타격으로 돌파구를 모색하려 한다. 강민성은 "2군에서는 2스트라이크가 되어도 큰 부담감이 없다"라면서 "1군 올라가면 1스트라이크 먹으면 안타 확률이 떨어지고, 2스트라이크를 먹으면 안타 확률이 더 떨어진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빨리 히팅을 하는 게 좋은 방향 같다"고 밝혔다.


박경수 코치의 현역 시절과 닮은꼴이다. 타율보다는 출루율에 강점을 보이는 OPS 히터이며, 구종을 노려치는 게스 히터다. 공교롭게도 올해부터 2루수로 출전 중이다. 박경수 코치와 공통점이 많다고 하자 "너무 과분하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팬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잠시 말을 고르더니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SNS로 연락 주시는데 힘들 때마다 메시지 보면 정말 큰 힘이 되더라. 익산까지 먼 길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더 잘해서 1군에서 많이 배우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가장 인상 깊은 응원은 무엇일까. 강민성은 "응원 메시지를 정말 많이 보내주신다. '힘드시겠지만 더 힘내셨으면 좋겠다', '늦게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해주신다"고 했다.
강민성의 말대로다. 늦게 핀 꽃, 절벽에서 돋아난 꽃이 더욱 아름답다. 박경수 코치도 2015년 잠재력을 만개하기까지 긴 세월이 필요했다. 강민성은 25세로 젊다. 익산에서 영근 꽃망울이 수원에서 아름답게 피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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