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미국의 상호관세 25% 발효 시한을 하루 앞두고, 정부가 극적으로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대신 4,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및 에너지 수입 등을 약속했다. 일본과 유럽연합(EU) 등의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출 타격 등 우려가 고조됐으나 결과물을 도출해 내면서 고비를 넘기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촉박한 기간과 녹록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정부는 오직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포럼에 “미국은 한국과 완전하고 포괄적인 무역합의에 도달했다는 것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국과 미국은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도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아울러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경우도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상호 호혜적 결과를 도출한다는 원칙하에 협상에 임했다”고 했다. 주요 무역 상대국들의 연이은 협상 타결 소식에도 다소 지지부진해 보였던 협상의 물꼬를 튼 것은 ‘조선 협력’이었다. 현지에서 협상을 진행했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 현지 브리핑에서 “오늘 합의에 이르도록 가장 큰 기여를 한 부분이 ‘마스가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 협상 실타래 푼 조선 협력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약칭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는 미국의 대규모 조선 협력 방안이다.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펀드를 조성해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립, 조선 인력 양성, 조선 관련 공급망 재구축, 유지·보수(MRO) 등 우리 기업 수요에 따른 구체적 프로젝트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미 간 조선 분야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김 실장은 “세계 최고의 설계 건조 경쟁력을 보유한 우리 조선 기업들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강점을 보유한 미국 기업들이 힘을 합한다면 자율운행 선박 등 미래 선박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 펀드 2,000억 달러도 함께 조성된다. 구 부총리는 “대미 금융 패키지는 일본과 미국이 합의한 5,500억불 규모의 투자 펀드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계획”이라며 “우리와 일본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여 일본의 비해 36% 수준의 규모로 합의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LNG 등 미국 에너지 구매를 향후 4년간 1,000억 달러 확대하는 합의도 포함됐다.
협상의 난관으로 여겨졌던 농축산물 시장은 지켜냈다. 김 실장은 “협의 과정에서 우리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식량 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업 분야의 99.7%가 이미 개방됐고 유보된 품목이 10개 내외인 데다가, 한국이 미국 소고기의 제1 수입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 측을 설득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극적 협상 타결로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우리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의 품목 관세가 주요 경쟁국들과 같은 15%로 책정된 것 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 자동차의 경우 한미 FTA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받으며 2.5% 관세가 부과됐던 일본, EU 등의 비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이같은 조건이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협상 막판까지 자동차 품목 관세 12.5%를 주장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김 실장은 “여러 협상을 보면 WTO 체제나 FTA 체제하고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가 되고 있어서 체제 자체가 많이 바뀌고 있다고 이해를 한다.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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