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기는 법보다 다시 서는 법" 신의철 성동구 리틀야구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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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아이들이 두려움이 아니라 책임감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이기기보다, 함께 뛰며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되는 것. 그게 진짜 야구 아닐까요?"


지난 28일 서울 성동구 응봉체육공원. 구령 소리와 야구 배트 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신의철 성동구 리틀야구단 감독은 아이들의 훈련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창단 40주년을 맞은 전통 있는 야구단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야구는 결국 사람이 하는 운동'이라며 기술 이전에 태도와 인성을 강조한다.

◆기술보다 태도, 결과보다 책임감

신 감독은 흔히 떠올리는 선수 출신 지도자와는 다르다. 어린 시절 야구를 좋아했지만, 직접 선수 생활을 한 적은 없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리틀야구단 코치로 현장을 경험하며 야구 교육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10년 넘게 잠신중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왔다. 다시 유소년 야구로 돌아온 건,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스윙을 가르치다가도, 결국 아이들에게 먼저 말하게 되는 건 마음가짐이에요. 야구는 기술만으로 되는 운동이 아니니까요. 아이들에게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성동구 리틀야구단은 선수반과 취미반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선수반에는 중학교 1학년부터 초등 고학년까지 14명, 취미반에도 15명의 학생이 참여 중이다. 훈련은 주 4회, 주중 오후와 주말 종일에 걸쳐 진행된다. 이는 야구를 전공하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신 감독은 아이들의 개인차를 고려한 맞춤형 지도를 중시한다.

"같은 나이라도 체력이나 이해력에 차이가 있어요. 획일적인 훈련은 오히려 부상을 유발할 수 있어 각자 발달 속도에 맞춰 접근해야 합니다"

기초 훈련의 핵심은 '캐치볼'이다. 그는 이를 '야구의 글과 수'라 표현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 모든 기본이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캐치볼을 통해 상황 판단력·집중력·팀워크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길러져요. 반복 훈련은 단순한 기술 숙련이 아니라, 태도와 책임감을 키우는 시간이죠"


◆야구는 실패의 운동, 다시 일어서는 힘을 배운다

신 감독은 리틀야구단을 단순한 스포츠 클럽이 아닌, 결과보다 성장에 초점을 둔 배움의 장이라 표현한다. 프로 진출이 이 길의 전부일 수는 없다고 그는 단언한다.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이 성공의 유일한 기준은 아니에요. 오히려 운동을 통해 자신을 존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선수가 되는 것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먼저입니다"

현재 팀 소속 일부 선수는 잠신중, 배명중 등 체육 중학교로 진학했다. 하지만 모두가 엘리트 코스를 밟는 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각자의 속도대로 성장해 가는 것이 팀의 방향성이다.

훈련의 또 다른 주체는 아이들만이 아니다. 주말이면 부모들도 함께 운동장을 찾는다. 응원을 넘어 간식 준비, 훈련 관찰, 감독과의 소통까지 함께하는 학부모는 이 팀의 또 다른 구성원이다.

"아이들이 힘들어할 땐 부모님이 가장 먼저 알아챕니다. 그래서 훈련 중 일어난 변화나 분위기를 자주 공유해요. 이 야구단은 아이·부모·지도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입니다"

신 감독은 과거 자신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그 사실을 실패라고 받아들인 적은 없다고 한다.

"이제는 그런 생각, 바뀌어야 해요. 프로에 못 가면 실패라는 건 어른들의 기준이죠. 아이들에겐 지금 이 순간이 전부예요. 함께 땀 흘리고 웃고 울며 만들어가는 경험이 가장 오래 남는 겁니다"

현재 리틀야구단은 도박 예방, 승부조작 방지 등 인성 교육도 함께할 예정이다. 외부 강사를 초청해 스포츠 윤리에 대한 이해를 돕고, 고학년 학생들의 진학 상담도 병행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한 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이들이 야구를 통해 자부심을 얻고, 자신감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성적은 잠깐이에요. 그 안에서 어떤 태도를 배우고, 어떤 기억을 남기느냐가 더 중요하죠. 리틀야구단이 그런 가치를 전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햇살이 가득한 운동장 위, 아이들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누군가는 삼진을 당하고, 누군가는 홈런을 꿈꾼다. 하지만 신의철 감독은 그 순간의 결과보다, 다시 일어설 줄 아는 마음가짐을 더 소중히 여긴다. 성동구 리틀야구단은 오늘도 그렇게,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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