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미국 정치권이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구글,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등 자국 기업이 과도한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며, 무역 협상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트럼프 행정부에 촉구했다.
30일 외신과 통상당국에 따르면, 에이드리언 스미스 하원 무역소위원장과 캐럴 밀러 의원을 포함한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43명은 이달 초 트럼프 행정부에 공동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 플랫폼법은 미국 기업만을 정조준하는 비관세 장벽”이라고 주장하며, 한미 무역협상에서 이 사안을 핵심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쟁점이 된 법안은 공정위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다. 시장지배적 플랫폼을 지정해 거래조건 공시, 자사 우대 금지, 입점업체와의 협상권 보장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과 입점 소상공인 간의 불균형을 시정하겠다는 취지지만, 미국 측은 이 법이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모방한 형태이며 사실상 미국 기업만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원 서한에는 “중국의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테무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구글, 메타, 넷플릭스 등 미국 기업만이 적용 대상이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공정위가 새벽 압수수색과 형사고발 위협까지 동원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올해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플랫폼 규제를 디지털 통상장벽으로 명시했다.

이 같은 반발은 최근 진행 중인 한미 통상 협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말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무역당국과 플랫폼 규제 문제를 직접 논의했다.
미측은 디지털세, 네트워크 사용료, 데이터 이전 제한과 함께 한국의 플랫폼법을 핵심 쟁점으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8월 1일로 예정된 무역법 301조 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미국이 디지털 규제 전반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디지털 규제에 대한 미국의 민감도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와 기업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안 추진 과정에서 외교적 조율과 법리 검토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플랫폼법은 국회 논의가 재개될 예정이지만, 미국의 집단 반발로 입법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위가 주도하는 이번 법안이 외국인 투자 위축이나 통상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특정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로 비치면 국제 통상마찰로 번질 수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과의 사전 조율과 규제 기준의 명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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