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마포=이영실 기자 “‘F’를 상상하며 찾아가는, 흥미진진하고 상상력 가득한 늦여름 축제의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제27회 서울여성국제영화제가 29일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마포중앙도서관에서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영화제의 개요와 방향성, 주요 상영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변재란 이사장·황혜림 집행위원장·손시내 프로그래머와 공식 트레일러·포스터를 만든 정유미 감독, 시우프스타로 선정된 배우 최성은이 참석했다.
서울여성국제영화제는 여성영화를 통한 영화의 다양성 확대에 기여하는 국제영화제로,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올해로 27번째를 맞았다. ‘F를 상상하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올해 영화제는 38개국의 138편이 관객을 만난다.
이날 변재란 이사장은 “올해 영화제에는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도착한 새롭고 도전적인 많은 여성영화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며 “좋은 답은 좋은 질문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관객과 함께 ‘F’를 상상하며 찾아가는, 흥미진진하고 상상력 가득한 늦여름 축제의 여정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자 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 변재란 이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작품들이 각자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광장에서 만난 여성의 외침과 일상 속 외침,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현실 너머 세계까지 다양한 시선을 전하고자 하는 많은 여성 창작자들과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공식 슬로건 ‘F를 상상하다(Reimagining F)’는 다양한 ‘F’의 의미를 새롭게 상상하는 연대의 축제를 만들고자 하는 영화제의 각오와 바람이 담겼다. 슬로건 속 ‘F’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이름에 담고 있는 영화(film), 축제(festival), 여성(female)부터 우정(friendship)과 연대(fellowship), 페미니즘(feminism)과 자유(freedom), 미래(future)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는 다양한 키워드를 상상하게 한다.

황혜림 집행위원장은 “다양한 의미로 확장 가능한 ‘F’를 키워드 삼아 생물학적,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다양성과 소수성을 포용하는 가치와 감각의 확장을 제안한다”며 “적대나 갈등이 아니라 공감과 연결의 새로운 언어를 상상하고 확장해서 생각하며 소통하는 즐거운 연대의 장,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작품 공모에는 경쟁, 비경쟁을 통틀어 총 131개국에서 4,129편이 접수돼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대 출품국가와 출품작 편수를 기록했다. 국제 장편영화 경쟁 부문 ‘발견’에는 86개국에서 394편이 접수돼 지난해 69개국 319편 대비 74편 증가, 약 23% 상승을 기록했다.
아시아 국적 또는 아시아 정체성을 가진 여성 감독의 단편영화 경쟁 부문 ‘아시아단편’ 역시 84개국에서 1,754편 출품돼 전년 대비 약 20% 상승세를 보였고 한국 10대 여성 감독의 단편영화 경쟁 부문인 ‘아이틴즈’에는 66편의 청소년 영화가 출품돼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황혜림 집행위원장은 “올해 출품 편수가 드디어 4,000편대를 돌파했다”며 “새로운 여성 감독을 소개하고 발굴하는 장으로서 영화제가 점점 많은 창작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즐거운 착각을 하게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개막작은 필리핀의 주목받는 여성 감독 앙투아네트 하다오네의 ‘선샤인’이다. 올림픽국가대표 선발을 앞둔 젊은 여성이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게 되면서 어떻게 마주하고 극복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지난해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데 이어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정곰상을 수상했다.
손시내 프로그래머는 “필리핀 여성의 현실은 물론이고,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돌파해 나가는 영화적 활력도 담겨 있다”며 “다양한 사람들로 붐비는 필리핀의 현실적인 거리와 골목들의 풍경과 함께 영화적으로 어떻게 새롭게 해석했는지도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개막작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선샤인’ 외에도 일본의 거장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동그라미’, 대만의 떠오르는 신예 황시 감독의 ‘딸의 딸’,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사회·정치 상황을 배경으로 만든 극영화 ‘시마의 노래’와 다큐멘터리 ‘날 선 평화의 경계’를 동시에 선보이는 로야 사닷의 작품 등 아시아 여성영화의 현재를 한눈에 확인하고 가늠할 수 있는 신작들이 다수 소개된다.
1997년 1회 영화제부터 아시아 여성 감독들의 새로운 재능과 독창적 시선을 발굴하고 응원하는 단편 경쟁 섹션 ‘아시아단편’, 인도 영화계의 최전선에서 창작을 지속하는 여성 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전 ‘확장된 시선: 인도의 재구성’, 국내 여성 감독들의 오늘을 만날 수 있는 파노라마 섹션 ‘지금 여기, 한국영화’를 통해서도 최근 아시아 여성영화의 흐름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개막작, 세계 각지에서 제작된 여성 감독, 여성 주제의 신작을 모은 ‘새로운 물결’, 신진 여성 감독들의 성과를 소개하는 국제 장편 경쟁 섹션 ‘발견’을 비롯한 상설 부문과 다양한 주제의 특별전 등 올해의 영화제 프로그램에는 칸·베를린·로카르노·토론토·선댄스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신작과 화제작 등 최근 1~2년 사이 발표된 여성 거장 및 신진 감독들의 작품이 고루 포진해 있어 이목을 끈다.
그중에서도 1970년대 ‘여성영화제’의 초석을 마련한 여성 감독들의 이야기를 담은 ‘감독 의자로 가는 먼 길’부터 케이트 윈슬렛·마리옹 코티아르 등 스타 배우들이 활약한 실화 배경 드라마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상영작들은 다양한 영화 미학적 시도와 더불어 최근 여성서사의 흐름을 만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매해 중요한 여성주의 현안이나 주목할 만한 영화적 의제를 선정해 제시하고 관련 작품 상영과 토론을 마련하는 섹션 ‘쟁점’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는 지난 연말부터 활발하게 이어지며 확장되고 있는 ‘광장’의 의미를 여성으로 시선으로 살펴보기 위해 ‘광장과 현장’을 주제로 삼아 광장으로 이어지거나 이어지지 못한 우리의 현장을 탐색하고 여성들의 투쟁과 거리 시위의 역사를 탐구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도 해당 섹션에서 상영된다.
손시내 프로그래머는 “‘낮은 목소리’는 제작된 지 30주년을 맞아 리마스터링돼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다”며 “새롭게 만들어진 상영본을 상영한다는데 의미가 있기도 하고 해당 작품이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돼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카메라와 대상, 피해자와 생존자의 관계맺음을 다시 한번 발견하고 지금의 질문으로 받아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특별전은 ‘확장된 시선, 인도의 재구성’과 ‘헬렌 리: 여기와 어딘가 사이’다. ‘확장된 시선, 인도의 재구성’은 최근 몇 년간 유수의 국제영화제를 통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동시대 인도 여성영화에 대한 특별전으로,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도 사화외 문화의 다채로운 초상을 만날 수 있다.
‘헬렌 리: 여기와 어딘가 사이’는 한국계 캐나다 시네아스트 헬렌 리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특별전으로, 여성의 몸과 기억, 섹슈얼리티와 젠더, 인종과 문화 간 충돌, 경계에 선 존재로서의 삶과 디아스포라적 정체성을 깊이 있게 탐색해 온 헬렌 리 감독의 거의 모든 작품이 상영된다.
지난 5월 칸영화제 초청으로 화제를 모은 단편애니메이션 ‘안경’의 정유미 감독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지금 여기, 한국영화’ 부문에서 ‘정유미의 세계’라는 부제 아래 ‘나의 작은 인형 상자’부터 ‘파라노이드 키드’까지 정유미 감독의 독창적인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향연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칸영화제 초청작인 ‘안경’은 제외됐다.
이 밖에도 관객과의 대화는 물론, 스페셜 큐레이터가 선정한 영화를 관객과 함께 다시 발견하고 토론하는 ‘RE:Discover 큐레이션’, 헬렌 리 감독의 작품 세계에 대한 심층 토크와 동시대 인도 여성영화의 다양한 시도를 만날 수 있는 대담과 강연, ‘광장과 현장’을 주제로 한 쟁점 포럼 등 다양한 영화인, 전문가와 관객이 함께 만드는 토크와 연대의 장이 영화제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 예정이다.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응원하고 함께하는 홍보대사 ‘시우프스타’(SIWFFstar)는 배우 최성은이 선정됐다. 열한 번째 시우프스타로 나서는 최성은은 “진심으로 감사하고 영광”이라는 소감과 함께 “이번 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사회, 문화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세계, 관객의 세계가 확장될 수 있길 바란다. 나도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도록 하겠다”는 바람과 각오를 전했다.
서로의 세계를 마주하고 상상하며 다양한 목소리와 연대하는 축제 제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오는 8월 21일부터 8월 27일까지 7일간 메가박스 신촌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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