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른바 단통법이 폐지된 첫 주말, 통신시장에 기대했던 '대란'은 없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지난 22일부로 폐지됐지만, 이통 3사는 여전히 눈치싸움 중이고 소비자들도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

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단통법이 폐지된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간 번호이동 건수는 총 9만5233건(알뜰폰 제외)으로 집계됐다. △22일 3만5131명 △23일 1만9388명 △24일 1만3496명 △25일 1만3142명 △26일 1만4076명이었다. 일요일인 27일은 개통이 이뤄지지 않아 통계에서 제외됐다.
폐지 첫날, 번호이동 건수는 전일 대비 3배 이상 늘었으나 이후 흐름은 빠르게 꺾였다.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 Z폴드·플립7이 지난 25일 공식 출시됐지만 이동 수요를 크게 자극하지는 못했다. 음에도 별다른 탄력은 없었다. 단통법 폐지와 신규 폴더블폰 출시라는 변수가 겹쳤음에도 시장 반응은 의외로 조용했다.
업계에서는 단통법 폐지를 계기로 보조금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했지만, 실제 현장에선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일부 유통점 관계자는 "오히려 지난달 SK텔레콤(017670)의 신규영업 중단 시점이 조건이 더 좋았다"고 귀띔했다.
이런 분위기는 소비자 행동에서도 드러난다. 매장을 방문한 이들 중 상당수가 "지금은 휴대폰을 바꿀 때가 아닌 것 같다"며 발걸음을 돌렸고, 번호이동보다는 기기변경을 선호하는 흐름도 포착됐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진행한 조사에서도 보조금 경쟁이 심화될 경우 통신사 전환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2%에 그쳤다. 이동을 고려하는 소비자 상당수가 여전히 상황을 저울질하고 있는 셈이다.
통신사별 가입자 흐름을 보면,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4만661명이 이탈하며 322명 순감했다. 반면 KT(030200)는 522명, LG유플러스(032640)는 70명 순증했다.
주말 기준으로는 양상이 뒤바뀌어 SK텔레콤이 6418명 유입으로 428명 순증했으나 KT는 292명, LG유플러스는 136명씩 각각 순감했다. 이는 하루 단위의 변동이지만, 주말임에도 시장이 전체적으로 조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해킹 사태 이후 지속적인 가입자 이탈을 겪었으며, 최근 들어 일별 수백 명 수준의 순증도 나타나는 등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해킹 여파와 대규모 고객 보상으로 인한 비용 부담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SKT는 해지 위약금 면제, 8월 통신요금 50% 감면 등 약 500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발표한 바 있다.
통신업계는 지금의 상황을 '전운 앞의 정적'으로 진단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 이통사 중 어느 한 곳이라도 먼저 보조금에 불을 붙이면 전체 시장 판도가 급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사의 마케팅 재원 상황과 시장점유율 변화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현재와 같은 관망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 이후 불법·편법 영업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 유통점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전승낙서 게시, 이용자 안내 의무 이행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며, 다음 달까지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로 보조금 자율화가 가능해졌지만, 통신3사의 셈법은 복잡하다"며 "보조금 경쟁 시기, SKT의 회복 속도, 소비자 대기 수요가 언제 폭발하느냐에 따라 전체 시장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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