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가 인기를 끌며 요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셰프의 간편식을 구매하거나 쿠킹클래스에 직접 참여하는 등, 요리를 통해 한 끼를 더 잘 챙기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2015년 서초구가 운영한 ‘아빠요리교실’에 재능기부 셰프로 참여했던 유주형 셰프는 요리가 가족 간 소통과 유대감을 키우는 매개가 될 수 있음을 직접 경험했다. CJ 비비고, 오리온 마켓오&베니건스, 삼양식품,롯데마트, 매일유업 등 다수의 대기업 R&D 현장을 두루 거친 그는, 현재는 쌍둥이 아빠로서의 육아 경험을 더해 온 가족이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요리사이자 부모로서 ‘먹는 일’에 대한 시선을 확장해가고 있는 유주형 셰프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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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주형 셰프[사진=본인] |
- 셰프님,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다양한 기업에서 활동하셨는데 주요 커리어 여정을 소개해 주십시오.
안녕하세요, FS 솔루션팀에서 센터장을 맡고 있는 유주형 셰프입니다. 저는 식품업계에서 메뉴 개발과 현장 운영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초기에는 오리온 마켓오와 베니건스에서는 외식 브랜드 매장 운영과 메뉴 최적화에 집중했으며, 이후 CJ 비비고의 초창기 모델 개발에 참여해 노희영 브랜드 전략 고문님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 기획을 맡으며 본격적인 R&D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기존 베니건스의 캐주얼 패밀리레스토랑 콘셉트에서 과감히 탈피해, 전혀 새로운 스타일로 선보인 매장이 바로 ‘파머스 베니건스’였습니다. 이 매장에서 처음 노희영 대표님을 만나게 됐고, 그분의 리더십 아래에서 트레이닝과 실무를 경험하며 지금의 저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됐습니다.
당시 파머스 베니건스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던 오가닉 푸드 트렌드를 반영해, 저칼로리·저콜레스테롤 중심의 건강하고 다이어트에 적합한 메뉴를 전문적으로 선보였습니다. 전문 셰프제를 도입해 ‘슬림 아메리칸’을 지향하는 신개념 레스토랑으로 차별화를 꾀했죠. 또 조리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오픈 키친으로 구성해 음식의 신선함과 신뢰감을 강조한 점도 특징이었습니다.
이후 YG ENT F&B ,HINO(노희영 식음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롯데마트에서는 대형 유통 채널에 적합한 F&B 전략 메뉴를 기획하며 소비자 맞춤형 상품과 프로모션 전략을 설계했습니다.
현재는 매일유업 FS 솔루션 센터에서 센터장으로서 B2B 고객사를 대상으로 자사 제품을 활용한 메뉴 개발과 시연, 교육 등을 맡고 있습니다. 우유, 요거트, 소프트믹스, 치즈, 소스, 음료 베이스 등 다양한 원료를 활용해 실제 매장에서 구현 가능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부터 케이터링 업체까지 고객사의 니즈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이면서도 트렌디한 메뉴를 제안하는 것이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시장 흐름에 발맞춰 고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F&B 솔루션을 제안하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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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료들과 함께[사진=본인] |
- 2015년 서초구 아빠요리교실에 재능기부 셰프로 참여하셨습니다. 당시 참여 계기와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아빠요리교실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평소 요리를 통해 가족 간의 소통이 깊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아버지들이 직접 요리를 배우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는 취지가 마음에 와 닿아 망설임 없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요리가 서툴러 처음에는 긴장하시던 한 아버지가 아이가 “아빠 최고!”라고 외치자 환하게 웃으며 끝까지 요리를 완성한 순간입니다. 그 모습을 보며 요리가 단순히 식사를 만드는 것을 넘어, 가족 간의 따뜻한 추억을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그날 이후로도 요리를 통해 사람들과 따뜻하게 연결되고 싶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됐습니다.
- 그때만 해도 아빠가 요리를 배운다는 것이 조금 낯설었는데요, 최근엔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끼십니까?
당시만 해도 ‘아빠가 요리를 배운다’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여겨졌습니다. 많은 아버지가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라며 머뭇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요리는 이제 특정 성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가족과의 소통이나 자기만의 취미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요리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고, SNS나 유튜브에서도 ‘아빠 요리’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걸 보면, 요리가 하나의 공감 도구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무엇보다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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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주형 셰프[사진=본인] |
- 2018년 롯데마트 ‘맥스 메뉴’ 개발 당시, “한국은 트렌드 변화가 가장 빠른 시장”이라고 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느끼시는지, 또 한국 F&B 시장의 특징이 무엇으로 보는지도 궁금합니다.
한국은 소비자 반응이 정말 빠르고, 유행 주기가 짧습니다. 기획부터 실행까지 속도가 생명이죠. 예쁜 비주얼이나 신기한 맛만으론 부족하고, 스토리와 완성도까지 갖춰야 소비자 반응이 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다양한 음식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점입니다. 이젠 소비자들이 퓨전 메뉴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서 개발자로서 도전할 수 있는 폭이 훨씬 넓어졌니다.
- 현재 매일유업 FS 솔루션 센터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가요? 제품 개발 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품 개발에서는 고객사의 운영 환경에 맞는 실용성, 메뉴화 가능성, 그리고 맛의 완성도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단순히 제품을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사가 실제 매장에서 매출로 연결시킬 메뉴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일반적인 요리 개발이 ‘맛’ 중심이라면, 매일유업 제품을 활용한 레시피 개발은 제품의 특성과 강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고객사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둡니다.
또한 B2B 유통 특성상 납품 가능성, 원가, 오퍼레이션 효율성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요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매출로 연결될 수 있는 ‘제품 기반 솔루션’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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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함께[사진=본인] |
- 최근 쌍둥이 육아로 바쁘신 걸로 압니다. 셰프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계신데요. 어떤 점이 가장 어렵고 어떤 점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최근 쌍둥이 육아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셰프로서 일과 부모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는 건 결코 쉽지 않더라고요. 가장 어려운 점은 시간과 에너지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메뉴개발실에서는 항상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되는데, 집에 돌아가면 또 두 아이의 돌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없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큽니다. 육아하면서 음식에 대한 시선이 더 넓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것이 요리사로서도 큰 의미로 다가오더라고요. 특히 쌍둥이가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웃을 때면, 그 웃음 하나에 하루의 피로가 모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육아가 힘든 만큼 제 요리에 담기는 감정과 진심도 더 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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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주형 셰프의 아들딸[사진=본인] |
- 셰프 아빠가 직접 요리해주는 집밥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자주 해주시는 메뉴가 있으신가요?
아빠가 직접 해주는 집밥이라 하면, 거창한 요리보다는 정성이 담긴 따뜻한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쌍둥이는 소불고기랑 사골곰탕국을 유난히 좋아해서 자주 해주는 편입니다. 특히 사골곰탕은 마트에서 파는 제품을 쓰지 않고, 직접 사골을 오래 고아서 정성껏 끓여줍니다. 하얗게 우러난 국물에 당면이나 야채를 살짝 넣어주면 아이들이 정말 잘 먹죠.
소불고기도 아이들 입맛에 맞게 짜지 않도록 양념해서 볶아주면 밥 한 공기는 금방 사라집니다. 요리할 땐 힘들지만, 아이들이 “아빠가 끓여준 국이 제일 맛있어”라고 말해줄 때면, 셰프 이전에 아빠로서 느끼는 행복과 보람이 참 큽니다.
- F&B 업계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청년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맛을 보는 눈과 사람을 보는 마음, 둘 다 키우십시오”
F&B는 단순히 ‘음식’만 다루는 산업이 아닙니다. 고객의 기호를 읽고, 식문화의 흐름을 이해하며, 함께 일하는 동료나 파트너와의 협업까지 모두 포함하는 ‘사람 중심’의 산업입니다.
첫째, 현장 경험을 아끼지 마세요. 어떤 직무든 매장의 리듬과 소비자의 반응을 체득한 사람은 더 깊이 있는 기획과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트렌드만 좇지 말고, ‘본질’을 보세요. 유행은 바뀌지만, 좋은 맛, 효율적인 운영, 진정성 있는 서비스는 오래갑니다.
셋째, 배움에 열려 있으셔야 합니다. F&B는 식품공학, 마케팅, 디자인, 공급망 등 다양한 영역과 닿아 있습니다. 하나라도 깊이 이해하면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미각 언어’를 만드세요. 내가 맛을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정리하는 습관은 기획자든 영업자든 반드시 큰 자산이 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지금까지 다양한 식품회사와 외식 브랜드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제품 중심의 메뉴 제안을 넘어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 경험까지 연결하는 F&B 솔루션을 만드는 데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국내를 넘어 글로벌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메뉴와 콘셉트를 개발해보고 싶습니다. 특히 K-푸드의 우수성을 더 많은 해외 파트너와 공유하는 역할도 해보고 싶습니다.
지속 가능성과 기능성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만큼, 건강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메뉴 기획도 향후 중요한 도전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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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주형 셰프의 가족사진[사진=본인] |
- ‘우리 집 요리사’를 꿈꾸는 아빠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리는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족을 생각하며 프라이팬을 한번 들어보는 것, 그 자체가 훌륭한 요리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빠가 요리하면 좋은 점은, 가족 간의 대화가 많아지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음식에 관심을 보이고 감사함을 배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 요리를 통해 가사와 육아에 함께 참여한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도 됩니다.
처음에는 조금 어설플 수 있습니다. 하나 그 모습마저도 가족에겐 특별한 기억이 될 것입니다. 중요한 건 완벽한 맛이 아니라, 함께하는 마음과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망설이지 마시고, 오늘 냉장고에 있는 재료 하나만 꺼내서 볶아보세요. 그게 바로 ‘우리 집 요리사’의 첫걸음입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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