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랜드로버가 2020년 국내 시장에 선보인 아이코닉 모델 ‘디펜더 110’이 여전히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디펜더 모델은 차체 길이에 따라 ‘90’, ‘110’, ‘130’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디펜더 110 모델은 활용도가 높으면서 가격도 롱바디 모델인 130에 비해 합리적이라 꾸준히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랜드로버 디펜더 110 P400 X 모델을 개별 시승했다. 이 차량은 가솔린(패트롤) 파워트레인을 사용해 400마력의 성능을 내는 모델이며, 디펜더 110 모델은 P400 X 외에도 △D250 △D300 디젤 2종 △P300 △P635(옥타) 가솔린 2종이 추가로 있다.
디펜더 110은 2021년부터 국내 시장에서 꾸준한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 시장에서 랜드로버 브랜드의 판매량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펜더 110 모델의 연간 판매대수는 △2021년 691대 △2022년 780대 △2023년 903대 △2024년 926대, 그리고 올해는 상반기(1∼6월) 515대가 판매됐다.

랜드로버의 2021∼2022년 연간 판매대수는 3,220대, 3,113대로, 디펜더 110 모델이 판매량의 20% 이상을 책임졌다. 2023∼2024년에는 랜드로버 연간 판매대수가 5,019대, 4,437대로 성장했는데, 이때도 디펜더 110의 비중은 18∼21%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도 상반기 기준 디펜더 110은 브랜드 내에서 2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디펜더 110 모델이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히 관심을 받는 이유는 △독특한 생김새 △널찍한 실내공간 △활용도 높은 옵션 및 적재함 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펜더 110의 외관 생김새는 우락부락하게 생겼으면서도 둥글둥글하게 곡선미를 잘 살린 점이다.
앞모습은 라디에이터 하단부와 번호판이 달린 범퍼 부분이 약간 돌출돼 있어 ‘독특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독특하다’라는 점은 그만큼 개성적인 디자인으로 볼 수 있다. 측면에서는 네모난 블록을 끼워 맞춘 장난감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비포장도로 주행 위주의 타이어인 ‘굿이어 랭글러 올 터레인’ 제품을 장착해 파워풀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한 모습이다. 뒷모습은 기본 타이어와 동일한 스페어 타이어를 장착하고 별도의 커버를 씌우지 않아 와일드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앞서 시승했던 디펜더 90 모델은 차체가 짧아 옆에서 보면 장난감 자동차 같은 느낌이 드는데, 디펜더 110 역시 장난감 같긴 하지만 차체가 더 길어 밸런스가 잘 잡힌 느낌이다.
실내에서도 와일드한 분위기가 잘 느껴진다. 인테리어는 숏바디 90 모델이나 110 모델이나 동일하다. 센터페시아를 가로지르는 ‘마그네슘 합금 크로스카 빔’ 구조물을 겉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도어트림도 최소한으로 구성해 철판을 그대로 만질 수 있다는 부분도 디펜더의 강인함, 견고함을 강조하는 요소다.
실내 수납공간을 다양하게 구성한 점과 조작편의성을 고려한 실내 구성도 만족스럽다.

조수석 앞 대시보드에는 지갑이나 스마트폰 등을 얹어둘 수 있도록 선반을 마련해 동승자의 편의를 고려했고, 1열 가운데 센터터널 부분 아래에 넓은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또 1열 컵홀더 앞쪽에 슬라이딩 방식의 수납함을 설치해 운전자가 차량에서 자주 쓰는 물건 등을 보관하면서도 수납함을 밀어 넣어두면 깔끔하게 보이는 점은 큰 장점이다. 컵홀더 뒤로는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와 콘솔박스가 위치한다.
디펜더 모델의 독특한 점은 콘솔박스를 냉장고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냉장 기능은 2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500㎖ 페트병을 2개 이상 보관할 수 있다. 250㎖ 캔음료는 4개 이상도 보관할 수 있는 정도다. 여름철 휴가를 떠날 때 차량 내에서 음료를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는 점은 매력적인 요소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와 기어노브 우측의 공조기 조작부 등은 직관적이다. 히터·에어컨 바람 온도 조절은 동그란 다이얼을 돌려 운전석과 동승석 온도를 개별 설정할 수 있으며, 다이얼을 한번 누르면 좌우 시트 열선·통풍 기능을 0∼3단으로 조절할 수 있다. 바람세기를 조절하려면 다이얼 사이에 바람개비 모양을 누르고 오른쪽 다이얼을 돌리면 된다.
또 디펜더 110 모델은 기본적으로 차고가 높은데, 비포장도로 주행을 할 때 차고를 더 높일 수 있는 에어서스펜션 기능도 탑재했다. 차고 높낮이를 조절하는 버튼은 운전석 온도조절 다이얼 왼쪽에 마련돼 운전자의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오디오 볼륨 조절은 스티어링 휠에 설치된 다이얼로도 가능한데, 이와 별개로 동승자가 편리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조수석 온도조절 다이얼 오른쪽에 작게 오디오 전원 겸 볼륨조절 다이얼을 설치했다.

2열 공조기도 좌우 바람 온도를 다르게 조절할 수 있다. 2열 공조기 조작부는 1열 콘솔박스 후면에 설치됐고, 좌우 다이얼을 누르면 2열 시트 열선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그 아래에는 C타입 USB 단자가 2개 설치됐다.
2열은 공간도 널찍하다. 기존 디펜더 90 모델은 차량 좌우에 1열 도어뿐이라 승하차가 약간 불편했는데, 이번에 시승한 디펜더 110 모델은 2열 도어가 있어 승하차가 편리할 뿐만 아니라 공간도 한층 더 널찍하다. 180㎝ 기준 편안하게 탑승이 가능하고 레그룸 공간은 아주 넉넉하게 남는다. 파노라마 선루프도 널찍해 2열 탑승객의 개방감을 높여주는 요소다.
옆으로 열리는 트렁크 도어를 열어보면 적재함 공간도 널찍하다. 적재함 바닥은 플라스틱 같은 소재로 덧대져 있는데, 디펜더 110 모델이 아웃도어나 험지 주행에 특화된 만큼 캠핑장비 등을 트렁크에 실었을 때 차량 실내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또한 적재함 짐을 보다 편하게 싣고 내릴 수 있도록 트렁크 도어를 열면 왼쪽 부분에 차량 후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을 마련했다.

약간 아쉬운 점은 2열 시트를 두툼하게 만들다보니 2열을 접었을 때 적재함 경계 부분부터 경사가 생기는 점이다. 다만 불편한 정도는 아니라 캠핑 등을 떠났을 때 매트를 깔고 누워 쉴 수 있는 공간으로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숏바디 90 모델에 비해 적재함 활용도가 상당히 뛰어나다. 이러한 점 때문에 보다 저렴한 디펜더 90보다 디펜더 110 모델의 판매량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주행 성능은 흠잡을 게 없다. 디펜더 110 P400 X는 400마력의 힘을 내는 만큼 국내 도로에서는 출력이 남아돈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아 출발할 때는 ‘우웅’하는 우렁차면서도 부드러운 엔진음과 배기음을 뿜어낸다. 그리고 떨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부드러운 승차감은 랜드로버에서만 체감할 수 있는 요소다. 주행 간에 고르지 않은 울퉁불퉁한 노면 또는 맨홀뚜껑을 밟더라도 탑승자에게 전해지는 진동이나 충격은 크지 않다.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는 가속페달을 밟으면 원하는 대로 속도를 높여 빠른 주행을 하면서도 안정적인 직진 안정성을 보여준다. 다만 차량의 전고(높이)가 약 2m에 육박하는 만큼 램프구간에서는 속도를 일정 수준까지 감속해 안전하게 주행할 필요가 있다. 큰 덩치의 SUV 모델을 타면서 빠른 주행을 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60㎞/h 이상의 속도로 고속도로 진출입 램프 구간을 주행하면 약간 기우뚱하는 느낌이 느껴진다.
앞서 디펜더 110 모델은 디젤 2종과 가솔린 3종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중 이번에 시승한 P400 X 모델은 출력이 다소 과한 수준으로 느껴진다. 다른 모델을 시승해보지는 못했으나 보다 저렴한 D250, D300, P300 모델들도 충분히 제값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연비를 고려한다면 디젤 모델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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