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구일행(一球一幸). 공 하나하나에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다. 드넓은 운동장에서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며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라는 소년들. 바로 대한유소년야구연맹(회장 이상근) 소속 유소년야구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공부하는 야구, 행복한 야구, 즐기는 야구'를 지향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은 2011년 문을 열고 한국 야구 유망주 육성 산실이 됐다.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 중인 왼손 투수 최승용을 비롯해 여러 프로 선수들을 배출하며 한국 야구 저변 확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한국 야구를 넘어 스포츠 전체에 좋은 모범사례가 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 본다. (편집자 주)
[마이데일리 = 횡성베이스볼테마파크 심재희 기자] 일구일행인터뷰 스물세 번째 주인공은 의정부경민 유소년야구단 유영대 감독(55)이다. 매우 이른 나이에 지도자가 돼 엘리트 선수들을 지도했고, 이제는 유소년야구 팀을 이끌고 '행복 야구'를 실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즐겁지 않으면 야구가 아니다"를 외치는 유영대 감독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 프로선수 67명 배출, 그리고 유소년야구 감독
유영대 감독은 보성중, 보성고를 거쳐 중앙대에 진학해 선수로 활약했다. 충분히 프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량을 갖췄으나 큰 허리 부상으로 아쉽게 현역 생활을 너무 일찍 마감해야 했다. 20대 초중만에 야구를 그만두게 됐다. 허탈할 수밖에 없었지만, 실망할 틈이 없었다. 지도자로서 새로운 길을 열심히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1993년에 경기상고 코치가 됐다. 이어서 충암중 코치를 거쳐 성라초등학교 감독과 장성중학교 감독을 맡았다. 이후 중앙대 수석코치를 11년 동안 역임했다"고 밝혔다.
엘리트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무려 67명의 프로선수를 배출했다. 유희관, 정진호, 김태완 등 KBO리그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을 길러냈다. 2010년에 또 다른 변화를 맞이했다. 엘리트 선수들이 아닌 유소년야구 선수들을 지도할 기회를 얻었다. 유 감독은 "2010년 평택 안중유소년야구단 감독을 맡게 됐다. 이후 오성중BC를 거쳐 2022년 의정부경민 유소년야구단을 창단했다"고 돌아봤다.
불의의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10년 정도밖에 하지 못했다. 동료였던 선수들이 프로 무대를 누빌 때 지도자로 변신해 묵묵히 힘든 길을 걸었다. 그렇게 쌓은 지도자 경력이 어느새 32년이나 됐다. 우여곡절을 겪고 또 겪었다. 그러면서 계속 강해졌다. 그는 "처음 코치를 맡았던 경기상고가 1년 만에 해체가 됐다.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충암중으로 이동해 새로운 도전을 펼쳤다"며 "엘리트 선수들에 이어 유소년야구단을 지휘하면서 또 다른 리더십의 필요성을 느꼈다. 지도자로서 밑바닥부터 경험했기에 유소년야구단 감독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역시 참고 기다리면 기회가 오는 법이다"며 웃었다.

◆ 의정부경민 유소년야구단 탄생 뒷이야기
의정부경민 유소년야구단의 탄생에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우선 2022년 11월 창단할 때 선수가 단 3명밖에 없었다. 유 감독은 "당시 3명으로 구단을 창단했다. 학부모들께 3개월만 시간을 달라고 했고, 조금씩 선수들을 늘려나갔다"며 "2023년 5월 9명의 선수로 전국유소년야구대회에 출전했다. 꿈나무리그에 출전했다"고 전했다. 3명으로 팀을 꾸려나가는 게 막막한 상황일 법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유 감독에게는 즐거운 과제였던 셈이다.
문득 의정부경민 유소년야구단 이름에서 '경민'이 왜 들어가는지 궁금했다. 관련 질문에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답이 돌아왔다. "의정부시에는 경민중, 경민IT고, 경민대까지 야구부가 다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야구부가 없어 야구 꿈나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못했다"며 "경민중, 경민IT고, 경민대 야구부를 젖줄이 될 수 있는 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의정부경민 유소년야구단으로 이름을 정해 창단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3명으로 시작한 의정부경민 유소년야구단은 이제 27명으로 인원이 늘어났다. 창단 당시보다 9배나 인원이 늘어났다. 유 감독은 "이제 대한유소년야구연맹 기준으로 주니어리그(16세 이하), 유소년리그(13세 이하), 꿈나무리그(11세 이하), 새싹리그(9세 이하) 선수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있다"며 "우리 구단이 여전히 작은 편에 속하지만, 야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은 매우 훌륭하다. 의정부시 내에 버들개 야구장을 쓸 수 있고, 근처에 실내체육관도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선수들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신나고 흥하는' 신흥강호! 야구는 곧 행복
유 감독은 인터뷰 내내 사람 좋은 미소를 띄며 흥을 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가 가장 중요하는 게 여기는 부분이 '신나고 흥이나는 구단 관리'다. "어린 선수들과 눈높이를 항상 맞춘다. 그리고 항상 '행복을 추구하라'고 주문한다"며 "지금은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실수를 해도 괜찮다. 실수를 경험 삼으면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린 선수들이 야구로 스트레스를 풀고, 야구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즐겁지 않으면 야구가 아니다"고 힘줬다.
'신나고 흥이 나는' 신흥강호로서 더 빛나는 의정부경민 유소년야구단을 맡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 물었다. 유 감독은 현재 참가 중인 제2회 마이데일리배 유소년야구대회 경기를 꼽았다. "이번 대회에서 뭔가 느낌이 좋다. 특히, 꿈나무리그 현무에서 원주시 유소년야구단과 붙어 9-8로 이겼다"며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 끝에 승리를 거둔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구단 역사상 꿈나무리그 현무에서 첫 승을 올렸다"며 "선수들이 첫 경기에서 이겼는데, 마치 우승한 것처럼 기뻐했다. 지금 이 순간이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감격해했다.
그는 야구를 좋아하는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행복과 가족이라는 의미도 되새긴다. 야구로 스트레스를 풀면서, 공부도 열심히 할 것을 주문한다. 또한,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야한다고 아이들에게 설명한다. "저희 구단 소속 27명 중 25명이 취미반이다. 주말을 활용해 '행복 야구'를 하는 선수들이 많다"며 "주말에 야구를 즐기는 건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간혹 주말 시간에 가족들이 야구가 아닌 다른 것으로 함께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구단은 주말 시간을 가족과 보낼 수 있도록 최대한 스케줄 배려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최고의 명문 구단을 꿈꾼다
'행복 야구'를 모토로 삼지만, 꿈이 작지는 않다. 유 감독은 조만간 의정부경민 유소년야구단이 전국유소년야구대회에서 우승을 거둘 것이라고 자신감을 비친다. "새싹리그에서는 4강 정도 실력을 갖춘 것으로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이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 감독으로서 잘 리드를 해야 한다"며 "저희 팀 새싹리그 선수들 구성이 꽤 좋다. 선수들이 다함께 똘똘 잘 뭉치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올해는 우승을 이루고 싶다"고 다짐했다.
32년 경력 베테랑 지도자의 눈은 더 높은 곳으로 향한다. 그는 '의정부시 최고의 명문 구단'을 아로새긴다. "의정부시에는 리틀 구단 2개와 유소년야구단 2개가 있다. 저희는 창단 2년이 좀 지난 '막내' 구단이다. 하지만 막내 구단이라고 주눅들거나 쉽게 포기하는 않는다"며 "선수들의 기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무엇보다 더 중요하는 어린 아이들이 행복하게 야구를 계속 즐긴다는 점이다. 이렇게 계속 성장하면, 의정부시 최고의 명문구단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아이들과 함께 행복 야구를 펼치는 유 감독은 겸손한 자세로 지금까지 구단이 성장한 데 큰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구단의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해 주시는 총무님께 항상 고맙다. 총무님께서 여러 가지 일을 잘 처리해 주시기 때문에 저와 선수들이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저를 믿고 아이들을 맡겨 주시는 학부모님들께도 정말 감사하다. 신생팀을 창단할 때부터 현재까지 계속 믿음을 주시고 있어서 고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께 '행복 야구'를 실천하는 의정부경민 유소년야구단 선수들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