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등 상고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기소된 지 5년여 만으로 이번 판결로 사법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삼성 조직 전반에 이 회장의 리더십이 새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오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소기소된 이후 10년 가까이 이어진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게 됐다.
부당합병 의혹 수사부터 대법원 선고까지
이 회장은 삼성그룹 부회장을 맡았던 당시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0.35대 1이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물산 지분이 없던 이 회장은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에서 삼성전자로 지배 구조를 형성했다.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 회장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삼성물산에 불리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시점과 합병비율 등을 맞췄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2012년 12월 작성한 '프로젝트 G'라는 문건에 주목해 회사가 이 회장의 승계계획을 사전에 마련했고 이에 따라 이 회장에게 유리하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작업을 실행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심은 이 회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 12명과 삼정회계법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었으며, 합병비율이 불공정했거나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2심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 입증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8월 삼성바이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분식회계를 일부 인정했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이 회장의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등 혐의 입증에 주력해 왔다.
2심도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부당합병 관련 혐의에 대해 "합병 이사회 이후 합병 주주총회에 이르기까지 피고인들이 합병 성사를 위해 수립한 계획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의 통상적이고 적법한 대응방안"이라고 했다. 또한 "합병의 정당화를 위해 허위의 명분과 논리를 구체화했고 주주설명자료 등을 통해 허위 설명했다는 공소사실은 이 사건 합병의 목적, 결정 주체, 합병 시점의 선택, 합병비율 등이 모두 허위 내지 조작되거나 부정성을 띠고 있다는 전제 하에 있는 것이므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추측이나 시나리오, 가정에 의해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검사의 항소 이유에 관한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했다. 새 쟁점으로 떠오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도 고의가 없다고 보고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2월 형사상고심의위원회를 열고 2심 판단에 대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5년에 걸친 충실한 심리를 통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신 법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사법리스크 완전히 해소된 '이재용 리더십'의 복원
한동안 중단됐던 M&A는 이 회장이 2심 무죄를 선고받은 올해만 3건이다. 5월 하만을 통한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인수, 독일 냉난방 공조 기업 플랙트그룹 인수,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도 인수했다.
이 회장의 공부모임 미래기술연구회가 재정비돼 지난 2월 새출발을 알렸고, 이 회장은 글로벌 재계 거물들의 비공개 사교모임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다고 전해지며 '기술경영'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지난 2월에는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CEO와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도 만나 AI 투자를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업 경영 리스크 해소와 함께 우리나라 전반의 긍정적인 파급 효과까지 기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게 할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홍보실장은 "앞으로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로 우리 경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이번 판결은 삼성그룹이 첨단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글로벌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도 "첨단산업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해당 기업의 경영 리스크 해소 뿐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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