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지금까지 축구 국가대표팀 맞대결 한일전을 정말 많이 봤다. 그 중 경기 후 억울해서 밤잠을 설친 게 두 번 정도 기억난다. 첫 번째가 1992년 8월쯤 중국 베이징에서 펼쳐진 다이너스티컵 결승전이다. 동아시안컵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대회에서 한국은 일본과 두 차례 맞붙었다. 예선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고, 결승전에서 다시 격돌해 연장전까지 2-2로 맞섰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2-4로 졌다. 아직도 선수로 뛰고 있는 일본 축구 영웅 미우라 가즈요시를 이 대회에서 처음 봤다.
2011년 1월 카타르에서 벌어진 아시안컵 준결승전이 끝난 후에도 잠을 설쳤다. 1-2로 뒤진 연장전 후반 종료 직전 황재원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보너스로 얻은 것 같은 승부차기에서 이길 줄 알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태극전사들은 무너졌다. 구자철, 이용래, 홍정호가 모두 승부차기를 실패했다. 결국 승부차기 0-3 패배. 결승행 실패와 함께 아시안컵 우승 기회가 날아갔다.
2025년 7월 15일 한일전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일본에 또 졌다. 이번에는 억울한 느낌은 꽤 크지 않지만 역시 씁쓸하긴 마찬가지다. 기록을 찾아 보니 아쉬운 마음이 더 진해진다. 한일전 사상 첫 3연패를 떠안았다. 2019년 부산에서 치른 동아시안컵에서 황인범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긴 후 3경기를 연속해서 졌다. 황인범의 득점 후 무려 332분 동안 일본을 상대로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2021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친선경기를 벌여 0-3으로 크게 졌다. 2022년 일본 나고야에서 동아시안컵 경기를 가져 다시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0-1로 패했다. 3경기 무득점 7실점. 역대 전적 42승 23무 17패가 무색할 정도로 일본에 계속 밀리고 있다. 최근 맞대결에서 확실히 열세에 놓였다.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제 일본을 한 수 아래로 볼 수가 없다. 이번 대회에 유럽파들을 모두 제외하고 붙어 진검승부라 부르기는 어렵긴 하다. 하지만 같은 조건이었고, 홈 이점을 안고 싸웠지만 무득점 패배를 떠안았다. 지금까지 한일전에서 3경기 연속으로 클린 시트 패배를 마크한 적은 없었다.
한국은 2011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 승부차기에서 분루를 삼킨 후 일본에 한동안 밀렸다. 2011년 8월 일본 삿포로에서 진행한 친선경기에서 0-3으로 패했고, 2013년 서울 잠실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경기에서 1-2로 졌다. 2015년 중국 우한에서 펼쳐진 동아시안컵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연패 사슬을 끊었다. 승부차기는 공식적으로 무승부로 기록된다. 3연패는 이번이 진짜 처음이다.

이제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탈아시아급'으로 성장한 일본에 비해 한국 대표팀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번 경기 전 해외 베팅사이트를 쭉 돌아봤다. 홈 팀 한국의 승리보다 일본 승리 배당률이 낮았다. 전문가들이 일본의 승리를 더 높게 점친 셈이다.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한국은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고, 끝까지 동점을 이루지 못하고 0-1로 패했다.
일본에 밀리는 한국 축구. 일본은 많이 발전했고,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 수준을 바라보고 있다. 한일전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정신력을 강조해서 한일전 승리를 기대하는 건 이제 무리로 비친다는 점이다. 한일전 3연패가 실력 열세에서 나온 결과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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