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예비 5급 공무원들을 만난 이재명 대통령은 “여러분 손에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공직자의 결정에 커다란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선의의 공직자들이 부담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국가정책의 최일선에 서게 될 공무원들과 국정철학을 직접 공유함으로써 ‘일하는 정부’의 공직 기강을 다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개발원에서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 국민과 함께 만들다’를 주제로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에 합격한 예비 사무관 305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다양한 경험과 고민을 교육생들과 나눴다. 아울러 첫발을 떼는 공직자로서의 책임감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권력’을 갖게 되는 공직자로서 올바른 처신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은 공직자들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손에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다”며 “어쩌면 작은 신의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나의 의지를 타인에게 강제할 수 있는 힘, 그걸 권력이라고 한다. 여러분은 그걸 가지게 된 것”이라며 “대신에 권력이라는 데는 똑같은 양의 책임이 부과된다”고 했다.
공직자로서 청렴함을 유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돈을 ‘마귀’라고 표현한 이 대통령은 “마귀는 절대로 마귀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가장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고 했다. 이어 “‘커피라도 한잔’, ‘차라도 한잔’, ‘밥이라도 한 끼’, 그러다 ‘술이라도 한잔’, ‘골프라도 한번’, ‘상품권 우연히 생겼는데 10만원짜리 한 장’, 그다음에는 ‘요새 여유가 좀 더 생겨서 20만원, 30만원’. 그러다가 룸살롱 가고 선물 잔뜩 갖다주고 (한다)”며 “내성이 생겨서 별 느낌 없다가 어느 날 이 사람이 그걸 장부에 다 써놨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절대로 거기에 넘어가지 마라”고 당부했다.

◇ “선의에 책임 묻지 않는 공직 풍토 만들 것”
현직 대통령으로서 예비 사무관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것은 지난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이다. 이날 특강은 새로이 공직사회에 들어서는 예비 사무관들에게 대통령이 직접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소개하고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새 정부 출범 후 강화된 소통 행보의 연장선인 셈이다.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이 새 정부의 원활한 국정 운영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등에서 공직자들의 올바른 자세에 대해 여러차례 강조해 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무원이 힘들면 국민은 편하고 공무원이 편하면 국민이 불편하다”며 “언제나 잊지 말고, 나의 1시간이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업무에 임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공직자들이 어떤 태도로 뭘 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는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며 공직자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서유기에 나오는 ‘파초선 비유’도 다시 꺼내 들었다. 이 대통령은 “(파초선은) 마녀한테는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에 불과한데 그거 한 번 부칠 때마다 세상에 폭풍우가 일고 태풍이 불고 천지가 개벽을 한다”며 “(여러분은) 권력이라는 파초선을 들고 있는 거다. 그래서 이걸 잘 써주길 바란다”고 했다.
개개인의 책임감과 청렴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공직자들이 도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데도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선의를 가지고 하는 일이면 그게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는데 어느 날부터는 실패하면 ‘너 왜 그렇게 결정했어’ 이렇게 책임을 묻는 이상한 풍토가 생겼다”며 “이러다 보니 공직자들이 의무, 주어진 일 외에 책임질 여지가 있는 일은 절대 안 하기로 마음을 먹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 점에 대해 저도 총력을 다해 일선 공무원들이 스스로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선의를 가지고 하는 일에 대해선 어떤 경우에도 책임을 묻지 않는 그런 제도, 그런 공직 풍토를 만들도록 하겠다”며 “선의를 가지고 하는 일에 대해서 다른 목적으로 사후적 책임을 묻는 그런 일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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