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더발리볼 = 김희수 기자] U-리그를 대표하는 강팀 한양대학교에는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선수들이 가득하다. 왼손잡이 거포 장보석은 강타를 퍼붓고, 장신 세터 박상우는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간다. 2m 미들블로커 임동균의 서브와 속공도 위협적이고, 송원준과 박우영의 공격적인 재능도 빛난다. 그러나 이들이 화려하게 날아오를 수 있게 해주는 한양대 배구의 알파이자 오메가 같은 선수가 따로 있다. 바로 아웃사이드 히터 정성원이다. “한양대의 배구는 정성원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배구인들의 평가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성원은 그야말로 코트 위의 만능열쇠다.
Q. 안녕하세요! <더발리볼>이 조명하는 첫 번째 대학배구 스타로 (정)성원 선수가 선정됐습니다. 소감을 들려주세요!
첫 번째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게 돼서 영광입니다! 제가 더 열심히 해서 코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될 것 같네요!
스마트폰에 혹한 소년 정성원, 배구공을 잡다
Q. <더발리볼> 독자들과 첫 만남이니, 첫 이야기부터 나눠볼까요? 배구를 언제, 어떻게 시작했는지가 궁금합니다.
초4 때 배구 팀이 없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대학 때까지 배구를 하신 아버지께서 저한테 배구를 권하셨죠. 그래서 여름방학 때 처음 시작했어요. 사실 저는 하기 싫었는데, 아버지가 당시 최고 유행하던 스마트폰 ‘갤럭시 S4’를 사주신다고 해서(웃음) 어린 마음에 혹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Q. 만약 그때 배구를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흠, 제가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고 그러는 건 잘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러니 배구가 아니더라도 운동을 하지 않았을까요? 아마 야구(웃음)? 처음에도 야구랑 배구 중에 고민하다가 배구를 고른 거거든요!
Q. 초~고교 시절에 배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고3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우리 팀이 멤버도 좋았고, 가장 열심히 배구를 했던 시기인 것 같기도 해요. 정말 중요한 시기잖아요! 다행히 팀 성적도 잘 나와서, 즐겁게 한 해를 보냈던 것 같아요. 또 ‘배구하길 잘했다’ 싶었던 순간은 청소년 대표팀에 처음 뽑혔을 때였어요. 태극마크를 달아 보니 정말 배구하길 잘했구나 싶더라고요! 반대로 배구를 한 걸 조금 후회했던 순간은 고2 때였어요. 팀의 주전이 되면서 운동을 정말 많이 해야 했고, 그러면서 혼도 많이 나서 좀 힘들었죠.
Q. 그렇게 배구가 너무 어렵고 힘들었을 때, 그 순간을 이겨낸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미련이었죠.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배구만 보고 달려왔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아쉬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참고 하다 보면 결국 잘 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버텼어요!

Q. 아웃사이드 히터 정성원의 플레이스타일을 직접 설명해 볼까요?
저는 키가 작다 보니, 남들보다 더 빠르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플레이를 해야 해요. 신장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튀어야 하는 거죠. 그래서 받는 부분에서도 최대한 신중하고 정확한 플레이를 하려고 하고, 공격 쪽에서는 블로킹을 이용하거나 리바운드를 만드는 창의적인 플레이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Q. U-리그에서 보여준 연결과 수비 리딩 능력도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부분에서는 송병일 코치님께서 항상 콜 사인이랑 위치 선정 시스템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그걸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지금 팀에서는 제가 고참이기 때문에 리시브 라인이나 수비 자리 콘트롤은 제가 도맡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말도 많이 하려고 하고요!
Q. 성원 선수의 롤 모델과 라이벌은 누구인가요?
롤 모델은 대한항공 곽승석 선수입니다! 공수에서 어디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는, 못하는 게 없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라이벌은 사실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일단은 제 할 일을 열심히 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다만 리그 내에서 배울 점이 있거나 승부욕을 자극하는 선수 정도라면 지난 시즌까지 (서)현일이 형이었어요.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해서 만나면 꼭 이기고 싶었죠. 고등학교 때부터 많이 만났는데, 주로 지기만 했거든요. 그래도 작년에 가장 중요한 무대(U-리그 결승전)에서 이겼습니다(웃음).
정성원에게 한양대학교란?
Q. 대학 진학 과정에서 한양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양대, 정말 좋은 학교잖아요(웃음)! 이름도 멋지고, 누가 들어도 거기 갈 정도면 ‘열심히 했구나’ 인정해주는 학교죠. 한양대에 가면 제가 더 열심히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있었어요!
Q. 처음 팀에 들어갔을 때의 첫인상과 1학년 시즌을 치른 느낌도 궁금해요.
고등학교 선배가 팀에 없었어요. (이)준영이 형 정도만 청소년 대표팀 때 만나봤었고, 나머진 다 초면이라 좀 무섭기도 했어요(웃음). 그런데 막상 같이 지내 보니 실제로는 하나도 안 무서웠어요(웃음). 다 좋은 형들이었습니다! 또 U-리그 경기에는 팬 여러분들이 많이 찾아주시더라고요. 그게 너무 재밌었어요. 그래서 항상 경기를 기다렸던 것 같아요.

Q. 2학년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은 후반기 약진에 성공하며 U-리그 우승이라는 성과를 이룩했습니다. 개인으로서는 MVP라는 최고의 영광을 거머쥐기도 했죠!
라인업에 1~2학년이 많은 시즌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시즌 초반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죠. 하지만 갈수록 저희 개개인의 실력도 올라온 것 같고, 훈련으로 조직력도 끌어올리면서 마지막에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어요! 우승을 확정하는 그 순간의 느낌은 지금도 잊지 못해요. 배구를 하면서 느껴본 최고의 희열이었다고 생각해요. U-리그는 정말 큰 대회잖아요. 거기서 인하대라는 강팀을 꺾고 우승했다는 게 정말 기쁘고 자랑스러웠어요. ‘그간의 고된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MVP를 한 번 받아보고 싶다는 욕심은 솔직히 있었는데, 시상 직전에 감독님이 갑자기 엉덩이를 토닥여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혹시 저인가?’ 싶었는데 진짜 저였죠. 너무 기뻤어요! 현장에 부모님도 계셨는데,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Q. 이번 2025 시즌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서는 시즌입니다. 현재까지의 시즌을 어떻게 평가하고 싶나요.
초반에 잘 나아가고 있었는데, 경기대와 경기에서 패한 게 좀 아쉽긴 해요. 부상 선수가 좀 많았던 게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경기 하나를 패한 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6강 플레이오프 준비를 잘해서 경기를 치르면 저희가 2년 연속 우승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Q. 또 여름방학 기간에는 연맹전도 두 차례가 치러집니다. U-리그 우승은 이미 달성해본 만큼 연맹전 트로피까지 쟁취하고픈 마음도 클 텐데요.
맞아요. 연맹전 우승을 대학에 와서 한 번도 못 해봤어요. 학교를 떠나기 전에 연맹전 우승은 꼭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이번 시즌에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Q. 한양대의 배구 시스템에서 정성원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스스로는 한양대에서 어떤 임무를 맡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저희 팀에는 신장 좋은 공격수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첫 터치와 두 번째 연결만 잘 이뤄진다면 마무리에 대한 걱정이 크게 없어요. 그래서 결국 제 임무는 그 첫 터치를 위한 리시브 라인 콘트롤과 두 번째 연결의 안정성 확보, 그리고 수비-서브에서 전략적 움직임에 집중하는 거죠. 특히 리시브 라인의 콘트롤은 상대 서브에 맞춰서 가져가는 게 핵심이라, 이 부분에 집중해요. 예를 들어 상황에 따라 2인 리시브를 가동하기도 하고, 상대 서브가 너무 잘 들어오는 날이면 그냥 위로 띄우는 데만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바꾸기도 해요.
Q. 양진웅 감독님과 송병일 코치님은 어떤 분인가요?
감독님은 엄하실 땐 엄한 분이지만, 잘해주실 땐 정말 잘해주시는 분이기도 해요. ‘츤데레’ 같은 느낌? 코치님은 팀에 필요한 이야기들을 정말 많이 해주세요. 선수 개개인에게 꼭 해줘야 할 조언들을 건네 주셔서 늘 감사해요!
Q. 고참이 된 지금, 팀 분위기는 성원 선수가 막내였을 때와 어떻게 달라진 것 같나요?
선후배 사이의 벽 같은 것들을 허물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어요. 장난도 많이 치고, 편한 분위기 속에서 재밌게 지내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 것들이 경기력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쳐요. 저는 코트 안에서는 더더욱 선후배 사이를 의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눈치 보지 않고 경기에 필요한 이야기들은 누구나 편하게 할 수 있어야 되는 거니까요!
Q. 정성원에게 한양대란 어떤 존재일까요?
한양대는 제가 빛날 수 있게 만들어준 존재입니다!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우승도, MVP도 제 것이 아니었을지 모르니까요. 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터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꿈의 무대 V-리그를 향한 전진
Q. 성원 선수는 V-리그에 대한 추억이 있나요?
제가 처음으로 V-리그를 본 게 레오가 삼성화재에 있을 때 본 삼성화재-우리카드전이었어요. 가족들과 함께 보러 갔는데, 레오를 보면서 ‘와 정말 잘한다, 저도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랬던 제가 진짜 V-리그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Q. 지난 시즌에 1년 선배 이준영 선수가 KB손해보험에 합류해 좋은 활약을 펼치기도 했죠.
준영이 형은 지난 시즌에도 학교에 많이 찾아와서, 자주 만났어요! 워낙 장난기가 많은 형이라, 만날 때마다 저한테 열심히 좀 하라고 장난치더라고요(웃음). 형은 배구에 정말 진심인 사람이에요. 공부도 많이 하고요. 저도 V-리거가 되려면 형을 보면서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Q. 이제 새 시즌의 드래프트가 다가옵니다. 얼리 드래프트 참가 의사가 있나요?
아직 얼리 드래프트 여부는 잘 모르겠어요. 열심히 하다 보면 나가게 될 수도 있고, 혹은 1년 더 하게 될 수도 있고요!
Q. 드래프트가 점점 다가온다는 사실 자체가 기대감이나 압박감으로 느껴질 것 같기도 해요.
맞아요. 1-2학년 때는 드래프트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어요. 그냥 부담 없이 배구에만 집중했죠. 그런데 3학년이 되고 나니 조금씩 드래프트를 의식하게 되고, 부담도 돼요. 솔직히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갔다는 자체가 좀 무섭다는 느낌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Q. 만약 드래프트에서 이름이 불린다면 그 순간의 감정은 어떨 것 같나요?
와, 우선 정말 안도감이 들 것 같아요. ‘다행이다’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할 것 같습니다(웃음). 저는 팀이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불러만 주세요(웃음).
Q. V-리그에 진출한다면,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나요?
V-리그라는 무대 자체가 정말 드높은 벽을 넘어야 올라설 수 있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냥 그 무대에서 경기를 한 번 뛰어보는 것 자체가 큰 소원입니다!
Q. 이 인터뷰를 지켜보실 V-리그 감독님들과 단장님들에게 한 마디 해볼까요!
저는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입니다! 프로로 가서도 성실함을 증명할 수 있는 선수가 될게요.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코트 밖 정성원의 이야기
Q. MBTI는 무엇인가요? 실제 본인과 잘 맞는 것 같나요?
저는 ISTP! 정확한 것 같아요(웃음). 뭘 해도 귀찮아하고, 남 일에 관심도 별로 없고(웃음). 팀에는 엄청 밝고 에너지 넘칩니다. 팀에 저랑 반대 성향인 선수도 있긴 한데, 같이 있으면 좀 기가 빨리죠(웃음). 근데 저희 팀에는 저랑 성향이 비슷한 내향적인 선수들이 대부분이긴 해요! 몇 안 되는 반대 성향들은 (임)진서랑 (윤)서준이? (장보석 선수는 어때요? 코트에서는 에너지가 넘치잖아요!) (장)보석이도 코트에서만 에너지 넘치지 실제론 I입니다(웃음). 그래서인지 저희 팀의 숙소나 버스 분위기는 비교적 조용한 편인 것 같아요.
Q. 인간 정성원의 ‘최애’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음, 우선 최고의 취미는 배틀그라운드랑 맛집 탐방이요! 요즘의 ‘최애’ 노래는 10cm의 ‘너에게 닿기를’ 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에스파! 카리나 님을 가장 좋아합니다(웃음). 영화 ‘리바운드’도 정말 좋아해요. 영화관에서 봤는데 재밌더라고요. 가끔 한 번씩 돌려보게 돼요!
Q. 배구선수 정성원이 아닌 한양대 3학년 정성원의 캠퍼스 라이프는 어땠나요?
아…재미없게 보냈던 것 같아요(웃음). 특히 MT를 한 번도 못 가봤어요. 심지어 배구부끼리도요. 그게 너무 아쉬워요. 학교 축제도 2학년 때까지는 제대로 못 즐겨서 너무 아쉬웠죠. 다행히 올해는 너무 재밌게 즐길 수 있었어요!
Q. 쉬는 날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외출해서 카페 같은 곳을 가기도 하고요,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기도 해요. 또 저한테 필요한 보강 운동을 하기도 해요. 사실 학업을 병행하느라 운동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서, 공강 때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많이 돼요!
Q.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오늘 인터뷰 어땠나요?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기회라 재밌었어요! 이런 기회가 흔치 않잖아요. 뜻깊은 인터뷰였습니다!
Q. 끝으로 성원 선수와 한양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어디서 경기를 해도 직접 찾아와서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보답해드릴 수 있는 건 승리뿐이라고 생각해요. 그 마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김희수 기자
사진. 곽경훈 기자
(이 기사는 배구 전문 매거진 <더발리볼> 창간호에 게재된 콘텐츠입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