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100마일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내 무기"
LA 다저스 오타니는 1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투구수 36구,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2023시즌 중 오른쪽 팔꿈치 인대 파열, 2024년 월드시리즈(WS)에서 왼쪽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그동안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던 오타니는 지난달 1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맞대결을 통해 '이도류' 복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오타니는 타격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워낙 큰 만큼 마이너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재활 과정을 진행 중.
오타니는 첫 등판이었던 샌디에이고전에서 1이닝 1실점(1자책)을 기록했으나, 이후 투구 내용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 첫 등판에서 실점 이후 이날 경기까지 무려 4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어가는 중. 특히 이날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는 '이도류' 복귀 이후 최다 이닝 투구를 펼쳤다. 최고 구속은 99.9마일(약 160.8km)로 측정됐다.
1회는 압권이었다. 오타니는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엘리엇 라모스, 라파엘 데버스로 이어지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위 타선을 상대로 98.9마일(약 159.2km) 패스트볼-99.9마일(약 160.8km) 패스트볼-89.7마일(약 144.4km) 슬라이더를 위닝샷으로 선택, 'KKK' 이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2회 맷 채프먼을 유격수 땅볼, 윌리 아다메스를 3루수 뜬공 처리한 뒤 이정후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이어 나온 케이시 슈미트를 유격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순항했다.
이어 오타니가 3회에도 마운드에 섰다. 결과도 완벽했다. 오타니는 선두타자 도미닉 스미스를 3루수 뜬공으로 잡아낸 후 패트릭 베일리를 상대로 네 번째 삼진을 뽑아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이후 야스트렘스키에게 첫 안타를 맞았지만, 라모스를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오타니를 향해 "멋진 빠른 공을 가지고 있고, 카운트가 불리할 때엔 슬라이더를 던진다"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예전에는 스플리터를 더 많이 던졌던 것 같고, 팔의 각도도 지금보다 낮았던 것 같다. 지금은 직구의 구속도 잘 나오고 있고, 훌륭한 스위퍼도 던진다. 2개의 구종에 의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스플리터의 비율은 줄어든 것 같다"고 오타니를 분석했다.
이날 오타니는 직구에만 의존하는 투구를 펼쳤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오타니는 총 36구 중에서 패스트볼만 23구를 뿌렸고, 스위퍼(5구)-커터(4구)-슬라이더(1구)-싱커(1구)의 비중은 매우 낮았다. 멜빈 감독이 오타니가 2개의 구종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이유를 오타니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밝혔다.
일본 '산케이 스포츠'에 따르면 오타니는 "투구수도 비교적 적었고, 3이닝을 무난하게 던질 수 있었던 점에서 좋은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팀이 좀처럼 이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취점을 내주지 않았던 것이 좋았다"며 구위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비결에 대해 "비교적 제구가 안정되어 있다는 것도 있지만, 내가 편하게 던질 수 있는 지점이 일정하다는 게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계속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공격할 수 있는 게 좋은 요소가 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타니는 구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오늘은 직구로 충분히 승부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과감히 많이 던졌다. 그렇지 않은 날에는 변화구로도 카운트를 잡거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구종을 선택해도 승부할 수 있는 게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오늘은 그 중에서 직구 쪽을 좀 더 택한 날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직구가 잘 먹혔기 때문에 직구 위주의 투구를 가져간 것도 있지만, 아직 실전에서 테스트가 확실히 진행되지 않는 공은 던지지 않고 있다. 오타니는 “지금 던지고 있는 구종들은 꽤 정밀하게 제구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 실전에서 던지지 않은 구종들은 불펜에서만 연습해봤기 때문에 확실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앞으로 이닝 수가 늘어나면 그런 구종들도 점차 실전에서 시험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수술 이후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직구 구속이 치솟은 게 오타니의 투구 스타일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줬다. '빠른 공을 던지면 부상 위험이 크지 않나?'라는 말에 오타니는 "오히려 힘을 안 줘도 저절로 나오는 느낌이 있어서, 그게 가장 좋은 상태라고 생각한다. 리듬을 만들고 제구를 우선시하는 가운데에서 자연스럽게 구속이 나오는 게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타니의 이도류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빠른 볼을 뿌리면 몸이 망가지기 쉽다는 것. 하지만 오타니는 구속에 대한 욕심을 버릴 마음이 없다. 그는 "어릴 적부터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그런 투수가 되고 싶어서 지금까지 노력해왔다. 지금도 빠른 공을 좋아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변화구를 던져서 타자를 무너뜨리는 재미도 느껴지고 있다. ‘100마일만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100마일도 던질 수 있는 투수’라는 게 내 무기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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