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의 간절함 그리고 ‘초찾프’...“내가 뛸 수 있는 곳이면 됐다”[MD더발리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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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현대건설로 이적한 김희진./더발리볼

[마이데일리 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김희진은 IBK기업은행 창단 멤버다. 2011-2012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생팀 우선 지명으로 IBK기업은행에 입단했다. 그렇게 IBK기업은행 유니폼만 무려 14시즌 동안 입었다. 그동안 아포짓과 미들블로커를 오가며 제 자리를 지켰다. 국가대표 김희진의 발자취도 화려하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멤버로 큰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하지만 연이은 무릎 부상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2023-2024 시즌에는 14경기 26세트 출전에 그쳤다. IBK기업은행은 2024년 자유계약선수(FA)로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이주아까지 영입하면서 중앙을 강화했다. 기존의 미들블로커 최정민과 이주아가 주축 멤버가 된 셈이다.

IBK기업은행 역시 2025-2026시즌 구상에 김희진은 없었다. 김희진도 코트에서 뛸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이대로 코트를 떠날 수는 없었다. 결국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의 손을 잡고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현대건설도 FA 신분을 얻고 떠난 이다현의 공백을 지워야 했다. 김희진이 현대건설의 중앙을 지킬 예정이다.

Q. ‘IBK기업은행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희진의 이적은 비시즌 큰 화제였죠.

구단 발표가 있기 전에 회사 행사에 참여하면 서 소식이 더 빠르게 전해졌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때 당시에는 팀에 완전히 합류하기 전 에 인사만 했던 상태였고요. 본격적으로 훈련에 참가한 것은 6월 2일부터였어요. 올해는 (황)연주 언니나 (임)명옥 언니도 이적을 했잖아요. 선수 생활 끝자락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라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Q. 10년 이상 머물렀던 팀을 떠나게 됐어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이유는 간단해요. 배구가 정말 하고 싶었어요. 전 소속팀에서 코치 제안을 받았고, 선수 은퇴를 떠올렸을 때 아쉬운 마음이 가장 컸거든요. 무엇보다 코트에서 좀 더 뛰고 싶었어요. 나중에 코치로서 준비가 됐을 때 코치 제안이 오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최근 두 시즌 동안 아무것도 보여드린 것이 없었고, 저 스스로도 뒤에 물러나있던 시간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진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또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현대건설에서도 제게 좋은 기회를 주신 거잖아요. 그 결정이 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어요. 조심스럽기도 했고요. 제 욕심 때문에 두 팀에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걱정도 많았고,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다시 설레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제가 배구를 할 수 있다 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좋았어요. 스스로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부상과 체중이었거든요. 여기에 집중하면서 식단부터 시작해 몸을 만들고 있어요.

Q. 주변 지인들로부터 어떤 조언을 받았나요?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주는 분들도 있는 한편 ‘네가 그렇게 팀을 옮긴 만큼 부담스럽겠지만 하고 싶었던 것이고, 배구를 더 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는 생각한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신 분들도 있었어요. 모든 것을 기쁘게 받아들였어요. 부담감 갖고 주눅 들어 있는 것이 능사는 아니잖아요. 후회하지 않을 만큼 해보자는 생각이 커요. 이 제 친구들과 ‘초찾프’ 강조하고 있어요. 초심 찾기 프로젝트요(웃음). 지금 팀에 있는 어린 선수들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저도 같은 에너지로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제가 힘든 것을 즐기는 타입인데 힘들어도 코트에 있으면 정말 행복했거든요. 그 초심을 갖고 득점 내는 것에 즐거워하고, 배구 자체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그 간절함이 어느 때보다 강해보여요.

이번에 이적을 하면서 연봉도 상관없다고 했으니깐요. 어느 팀이든 내가 뛸 수 있는 곳이면 됐거든요.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최우선이에요. 열심히 해서 꼭 뛰고 싶어요.(김희진은 지난 6월 30일 총 보수 7000만원에 선수 등록을 마쳤다)

Q. IBK기업은행을 떠나면서 팀원들과 어떤 얘기를 나눴나요?

IBK기업은행 휴가가 끝난 순간부터 외부에서 훈련하면서 지내고 있었어요. 이적이 결정된 뒤에 IBK기업은행에 들어가서 ‘이제 마지막으로 오는 것 같은데 언니 보고 가고 싶다’고 해서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나왔어요. 무거운 분위기도 아니었고요. ‘다치지 않고 잘할게’라고 말하고 왔어요. 김호철 감독님께도 좋은 기회가 온 만큼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Q. 지난 14년이라는 시간을 되돌아보면 어떤 기억이 떠오르나요?

정말 감사했던 일들이 많았죠. 창단 멤버로 뽑힌 것부터 감사했고, 바로 경기에 뛸 수 있었고 좋은 언니들의 좋은 영향도 받으면서 성장을 많이 하게 됐고요. 덕분에 아포짓이든, 미들블로커든 다 때릴 수 있는 공격 옵션을 갖게 됐잖아요. 고마운 팀이에요.

Q.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과는 첫 면담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도 궁금해요.

특별한 얘기는 없었어요. 대신 제 얘기를 했어요. 저는 스스로 옥죄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다가 지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푸시해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동안 만났던 감독님들은 모두 강하게 키우는 스타일이셨어요. 그렇게 하드 코어로 자라서 그런지 강하게 말해주시면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성형 감독님께 말씀드렸어요.

노랑 유니폼이 낯선 김희진

‘베테랑 중 베테랑’ 양효진과 철벽 세운다

현대건설의 노랑 유니폼이 낯선 김희진./더발리볼

Q. 프로 데뷔 첫 이적인만큼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질 것 같은데요?

맞아요. 처음에는 다 낯설더라고요. 같은 용인이라 다행이긴 한데, 아직 적응하고 있는 단계예요.

Q. 앞에서 언급했듯이 가장 마음고생 했던 부분이 몸 상태였잖아요. 지금 몸 상태는 어떠한가요?

지금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아요. 오른 무릎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이 무너진 상황이었잖아요. 무릎도 빨리 끌어 올려야 하고, 멈춰 있던 몸도 다시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시즌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오른 무릎의 정확한 상태를 알려준다면요?

마지막에 수술하기 전에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거든요. 무릎이 펴지지도 않고 구부리지도 못했는데, 그때 생각하면 너무나 정상이고 행복해요.

Q. 현대건설에서의 양효진-김희진 조합도 흥미로운데요?

저도 신기해요(웃음). 현대건설이랑 경기할 때마다 효진 언니 잡으러만 다녔거든요. 효진 언니가 공격 점유율도 많이 가져가는 편이라 따라다니느라 바빴어요. 지금은 같은 팀이 됐는데, 양효진-김희진 조합도 신선하지 않나요? 저 역시 기대가 돼요!

Q. 그동안 대표팀에서도 가까이에서 지냈을 텐데요?

효진 언니는 정말 성실한 언니예요. 자기 관리도 잘하고요. 늘 코트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연구도 많이 한 티가 나요.

Q. 현대건설은 김다인 세터를 필두로 속공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기 때문에 김희진과 호흡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듯해요!

최근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경기 보면서 (김)다인이 토스도 보 고 있어요. 토스가 너무 좋아서 더 잘 때려줘야 할 것 같아요. 세터가 답답해하지 않게 열심히 몸 만들어야죠!

Q. 현대건설에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20대 초반처럼 몸놀림을 화려하게 가져갈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최소한 코트 안에서 저 혼자 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말고, 다같이 함께 뛰어 다니자고 다짐하고 있어요. 또 예전의 모습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모습까지 보여주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동안 잊고 있었던 모습들을 다시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희진이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고 새 출발을 알렸다./더발리볼

글. 이보미 기자

사진. 송일섭 기자

(이 기사는 배구 전문 매거진 <더발리볼> 창간호에 게재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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