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국민의힘이 9일 신임 혁신위원장에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선임해 혁신위를 재출범시켰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당 지도부가 ‘쌍권(권영세-권성동) 인적 청산안’을 받아주지 않는다며 출범한 지 15분 된 혁신위의 위원장직을 내려놨다. 이에 좌초된 혁신위 대신 8월 전당대회에 ‘혁신’을 끼워 넣은 ‘혁신 전당대회’ 개최로 선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런 분위기를 일축하고 당 ‘쇄신’ 움직임을 보이기 위해 안 의원 사퇴 후 이틀 만에 신임 혁신위원장을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 윤 신임 혁신위원장은 이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하며 혁신위에서 전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 혁신안으로 띄워진 ‘인적 쇄신’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 당내에서는 이번 혁신위가 제대로 된 혁신을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 계엄 사죄하며 친윤 직격한 윤희숙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비상대책위원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모시기로 했다”고 밝혔다.
송 비대위원장은 “윤 원장은 처음부터 혁신위원장 유력 후보 중 한 분이었다”며 “우리 당의 실패한 과거와 결별하고 수도권 민심 속으로 다가가는 정책전문정당으로 나아가는 ‘혁신 조타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 당직을 맡은 인사 중 처음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당의 책임을 강조하며 국민 앞에 사죄한 바 있다. 또 윤 전 대통령의 심기 경호를 위해 당 대표를 변경한 친윤(친윤석열)계의 행동도 강하게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4월 24일 KBS에서 주관한 당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며 두 명의 당 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렸고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를 눌러 앉히기 위해 수십 명의 국회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기까지 했다”며 “그런 움직임을 추종했거나 말리지 못한 정치, 즉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결국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의 이같은 일침에 당시 지도부도 계엄 등 일련의 사태가 ‘수직적 당정관계’에서 기인했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는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계엄을 낳았다’는 윤 위원장의 언급에 대해 지난 4월 25일 “당정 간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수직적 관계가 되는 바람에 오늘날의 사태에 도달한 것에 대해 저도 지도부 일원으로 건강한 당정관계를 구축하지 못해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 ‘인적 쇄신’ 일축한 윤희숙 혁신위
친윤을 비판한 윤 위원장도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의원 등이 제시한 ‘인적 청산’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혁신의 주체는 자신이 아니라 ‘당원’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안을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에서 대선 후보 교체 파동에 책임 있는 권영세-권성동의 인적 쇄신을 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특정인들에게 칼을 휘두를 권한은 당원이 어떤 개인에게도 준 적이 없다”며 “혁신은 특정 개인이나 특정 계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저는 어떤 칼도 당원으로부터 위임받은 적 없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에 ‘비대위에게 혁신위의 전권을 약속받았냐’는 질문도 나왔다. 윤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안을 제가 마련해 제안했을 때 지도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 당은 쓰러지는 수밖에 없다.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는 표현이 더 맞다”며 “지금 지도부나 저나 무슨 권한을 줬네, 안 줬네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윤 위원장은 기자회견 직후 이날 오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혁신의 주체는 당원’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당원 투표’를 공언했다. 그는 “이번 8월에 전당대회가 목전에 와 있기 때문에 저희가 고삐를 쥐고 빠른 속도로 혁신위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모습의 전당대회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재창당 수준의 혁신안을 마련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2번 정도의 전 당원 투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빠른 속도의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윤희숙 혁신위’가 전당대회 전까지 실효성 있는 혁신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또 ‘전 당원 투표’를 혁신의 일부로 내세운 것에 대해서도 맹점을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대선 당시 정강‧정책 연설 내용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는 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정말 당에 오래 계신 분들이 알고 있는 당 구조, 시스템, 당원들의 의견 수렴 방식 등을 깊이 있게 아셔야 ‘당 혁신’이 가능한데 사실 경제통으로 유명하시지 않냐”고 평가했다.
그는 “당원 의견 수렴이 중요하긴 하지만 우리 지지세력에 항상 ‘태극기세력’으로 불리는 전광훈 목사 쪽 세력이 들어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2017년 탄핵 정국에 특히 그런 모습이 극대화됐다. 당시엔 극우화된 당원보다 의원들이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전당원투표를 당헌당규에 명시하는 게 대선 패배 후 ‘혁신이다’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