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두산 베어스 김민석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0차전 원정 맞대결에 7회초 2사 2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대타로 들어섰다. 그리고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고교 시절부터 타격 재능 하나만큼은 최고로 손꼽혔던 김민석은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의 유니폼을 입었다. 곱상한 외모로 '사직 아이돌'이라고 불린 김민석은 데뷔 첫 시즌부터 팬들의 사랑 속에서 올스타로 선정되는 등 129경기에 출전해 102안타 3홈런 39타점 53득점 타율 0.255 OPS 0.652로 경험치를 쌓았다.
하지만 2년차에 너무 큰 시련이 다가왔다. 김민석은 2024년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부상과 맞닥뜨리는 등 41경기에서 16안타 6타점 14득점 타율 0.211 OPS 0.544로 많은 선수들이 겪는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다. 이 기간 윤동희를 비롯해 황성빈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주전 자리를 꿰찼고, 김민석의 입지는 크게 흐들렸다.
이에 아마추어 시절부터 김민석의 재능을 눈여겨 봐왔던 두산이 지난해 겨울 정철원과 전민재를 내주는 대가로 김민석을 비롯해 추재현과 최우인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자리'가 없었던 롯데 입장에서는 김민석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반대로 두산은 김민석이 필요했기에 큰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는 '초대형 트레이드'로 불리며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김민석이 9일, 두산으로 이적한 이후 처음으로 사직구장의 타석에 들어서게 됐다. 스타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던 김민석은 3-4로 근소하게 뒤진 7회초 2사 2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이유찬을 대신해 투입됐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김민석은 헬멧을 벗고 사직구장 1루 관중석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이때 뜨거운 환호와 함께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몇몇 롯데 팬들은 김민석의 롯데 유니폼을 흔들며 그의 사직구장 방문을 환영했다. 특히 한 팬은 '민슥아!!!!!!! 롯데여서 고마웠다. 두산에서는 만개해라!'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김민석을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소속 팀은 달라졌지만, 롯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만큼 김민석이 두산에서도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것이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트레이드 당사자'인 정철원과 맞대결을 가졌다. 김민석은 아쉽게도 첫 타석에서 정철원과 4구 승부 끝에 삼진으로 물러났고, 7-5로 역전에 성공한 8회초 2사 1, 2루 찬스에서도 롯데 김상수를 상대로 1루수 땅볼에 그치며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만큼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할 수 있었지만, 김민석은 취재진을 통해 사직구장 방문을 환영해 준 롯데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달했다.
9일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민석은 "오랜만에 사직구장으로 왔다. 작년 팬 페스티벌 이후로는 처음 온 것 같다"고 말 문을 연 뒤 "타석에 들어갈 때 다른 구장보다 익숙해서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찬스를 살리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가 아닌 두산 유니폼을 입고 사직구장 타석에 들어서기 전 팬들에게 모자를 벗고 인사를 건넨 기분은 어땠을까. 김민석은 "롯데 팬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나를 많이 응원해 주시고, 어떻게 보면 사랑해 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상상했던 걸 실제로 하니까 기분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정철원과의 승부는 정작 의식하지 않았던 김민석이다. 그는 "상대를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특히 바로 적극적으로 승부를 하는 투수이기 때문에 빨리 결과를 내고 싶었다. 슬라이더가 밀린 게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게 조금 아쉽다"며 파울 타구가 나왔던 당시 "'제발 들어가라'고 했는데, (한)태양이 형이 '파울이래'라고 해서 다시 들어갔다"고 숙쓰럽게 웃었다.
끝으로 김민석은 "구단 버스에서 내렸을 때부터 옛날 롯데 유니폼을 들고 계신 분도 많았다. 그리고 내가 기억을 하는 팬분들도 계셨다. 그 팬분들을 오랜만에 봐서 반갑기도 했다. 출근길이 모처럼 평소보다 바빴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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