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연 칼럼] 청년이 사라진 대한민국, 지속 가능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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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청년이 사라진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는 단지 인구통계학적 진단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초저출산과 청년 인구의 급감은 지방소멸, 고령화,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위기는 단순히 출산율이나 청년실업률이라는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더 근본적인 질문, 즉 "우리는 청년에게 어떤 사회를 물려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은 지금 거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 글로벌 공급망은 재편되었고, 디지털 기술은 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 위기 속 변화의 방향을 감지하고 새로운 질서를 설계할 수 있는 집단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청년들이다. 청년은 단지 젊은 나이로 구분되는 존재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가능성과 도전의 에너지를 품고 있는 사회적 자산이다.

그렇다면 왜 청년에 집중해야 하는가? 청년은 기존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고, 낡은 제도에 도전하며,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할 힘이 있기 때문이다. 청년은 대한민국을 더 나은 사회로 이끌 원동력이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청년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 취업의 문턱은 높아졌고, 주거는 불안정하며, 결혼과 출산은 선택이 아닌 부담이 되었다. 결혼 이후에도 경력 단절, 양육비 부담, 육아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는 청년의 삶 전체를 불안하게 만든다.

청년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는 창조적 혁신도, 성숙한 시민의식도 기대할 수 없다. 청년이 억눌리고, 기성세대의 기득권이 굳어질수록 사회는 활력을 잃고 노쇠해진다. 따라서 청년을 단순한 정책 수혜자가 아닌, 정책과 산업, 문화의 주체로 전환시켜야 한다. 청년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와 기업은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성장은 기업의 혁신에서 나오며, 그 혁신은 바로 청년으로부터 출발한다.

실제로 세계를 이끄는 기업과 기술의 중심에는 청년 창업가들이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마크 저커버그 (메타)는 20대 청년 시절 기업을 창업해 세계 시장을 뒤흔들었다. 미국의 알렉산더 왕은 22세에 Scale AI를 창업해 억만장자가 되었고, 26세의 데미 구오는 생성형 AI 스타트업 Pika로 5,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인공지능, 콘텐츠, 플랫폼 산업의 핵심은 청년들의 창의성과 기술력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청년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와 인프라가 부족하다. 청년이 창업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이 없고, 대기업 중심의 시장 구조는 청년이 만든 기술과 플랫폼을 흡수하거나 경쟁자로 밀어내기 일쑤다. 청년일 때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사회가 이를 용인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잘 갖춰진 사회안전망은 청년으로 하여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할 수 있게 만든다. 이는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청년이 기술과 시장의 흐름에 민감하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은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이다. 청년에게 자율성과 자본, 실패에 대한 사회적 용인을 제공한다면, 이들은 대한민국을 지속 가능한 선진국으로 이끌 주역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은 지역 간 불균형으로 청년이 서울로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도 청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청년이 떠난 농촌, 청년이 보이지 않는 골목상권, 청년이 끼어들 수 없는 지역 정치. 청년이 없는 지역에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문화는 정체되며, 미래는 단절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청년이 서울이 아닌 전국 어디서든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주거, 일자리, 교육의 3박자가 갖춰져야 지역도 살고, 국토도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다.

정치 또한 청년을 홍보용 인재로 소비하는 것을 멈추고 정책 결정의 파트너이자 실질적 이해 당사자로 대우해야 한다. 청년을 위한 정책을 단순한 복지 혜택으로만 보아서는 아니된다. 그것은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을 다시 작동시키기 위한 투자이며, 성장 동력의 재건이다.

청년이 자립하고, 도전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구조가 바로 동반성장이 가능한 사회이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다. 공정한 기회, 유연한 시장, 디지털 기반 산업 혁신, 지역 균형 발전은 청년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 것이다. 청년에 대한 투자는 사회 전체의 보험이며, 청년의 실패는 국가 전체의 학습 기회가 되어야 한다.

청년이 무너지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청년이 생존을 위해 꿈을 접고, 도전을 포기하며, 이민을 고민하고 있다. 이는 단지 개인의 위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의 붕괴를 예고하는 경고음이다. 지금 우리가 청년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대한민국은 외적으로 경쟁에서 밀리고, 내적으로 분열과 피로의 악순환에 빠질 것이다. 청년이 곧 미래라는 말은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현실의 약속이다. 이 약속을 지키는 국가만이 다음 세대의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이다연 (사)동반성장연구소 이사 / (주)더블유시즌 대표이사 / 퍼듀대학교(Purdue University) 농업경제학 전공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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