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민진기 감독이 ENA 드라마 ‘살롱 드 홈즈’를 통해 연출 세계를 확장했다. ‘푸른거탑’, ‘SNL 코리아’, ‘신병’ 시리즈를 거치며 남성 중심 코미디에 강점을 보여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워맨스 코믹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배경과 캐릭터는 달라졌지만, 현실 풍자와 정교한 상황극 연출은 여전히 유효하다.
‘살롱 드 홈즈’는 광선주공아파트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여성 4인이 일상 속 ‘아파트 빌런’을 응징하는 과정을 그린다. 생활 밀착형 사건을 다루는 데서 시작해, 중반부에 접어들며 연쇄살인마 ‘리본맨’의 등장으로 서사가 확장됐다. 시청률은 1.3%로 출발해 회차를 거듭할수록 상승세를 보였고, 6회에서 3.4%로 자체 최고치를 경신했다.
민 감독의 세계관은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신병’과 ‘SNL’ 출신 배우들은 이번 작품에 카메오로 대거 등장해 유머와 긴장감을 더한다. 오대환, 김민호, 정상훈, 김준현 등 ‘민진기 사단’은 짧지만 강한 존재감으로 서사를 뒷받침한다. 이들의 연기는 코미디와 스릴러, 리얼리즘을 오가며 민 감독 특유의 연출 색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여성 서사에 대한 접근도 주목된다. ‘살롱 드 홈즈’는 단순한 워맨스를 넘어, 여성들이 문제를 해결하며 카타르시스를 완성하는 구조를 지녔다. 이시영, 정영주, 김다솜, 남기애 등 주연 배우들은 생동감 있는 연기로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고 있다. 특히 이시영은 생활 코미디와 추리를 넘나드는 입체적 연기를 선보이며 중심축 역할을 해낸다.
ENA가 지속적으로 이어온 여성 서사 계보 속에서도 이 작품은 뚜렷한 진화를 보여준다. ‘행복배틀’, ‘남남’, ‘마당이 있는 집’ 등에 이어 ‘살롱 드 홈즈’는 ‘생활밀착형 추리 워맨스’라는 새로운 장르 가능성을 제시하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민 감독은 이번 작품을 “이웃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살롱 드 홈즈’는 거창한 영웅 서사 대신, 아파트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통해 현실을 조명한다. 여성 인물들이 주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구조는 장르의 클리셰를 비켜서며, 시청자에게 생활 속 카타르시스를 전달한다.
‘브로맨스 장인’으로 알려졌던 민진기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워맨스로의 유의미한 확장을 시도했다. 이는 단순한 소재 전환이 아닌,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대중의 감각을 읽어내는 연출자의 유연한 진화다. ‘살롱 드 홈즈’는 민진기표 유니버스의 다음 챕터를 여는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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