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 직전 파행을 겪으며 쇄신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안철수 의원은 7일 혁신위 인선과 당내 ‘인적 청산’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위가 출범도 전에 파행을 겪고 있다.
◇ 시작도 못하고 ‘좌초’된 혁신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혁신위 구성안을 의결하고 ‘안철수 혁신위’의 출범을 알렸다. 혁신위원으로는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호준석 대변인, 이재성 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송경택 서울시 의원, 김효은 전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을 선임했다.
박성훈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활동기한은 8월 31일까지로, 총 7인으로 구성된 혁신위다. (혁신위원) 나머지 1인에 대해선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위원 구성안은 안 위원장 제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나머지 1명은 안 위원장이 따로 말씀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인선에 대해) 이견이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시작된 지 9분 뒤인 오전 9시 9분에 자신의 언론공지방을 통해 오전 10시에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비공개 회의에서 혁신위 구성안을 의결하고 오전 9시 40분경 발표했다. 안 의원실에서 ‘국민의힘 혁신 당 대표에 도전하겠다’며 언론공지방에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문을 올린 시각은 오전 9시 55분이다. ‘안철수 혁신위’가 정식 출범한 지 15분 만에 파국을 맞은 셈이다.
앞서 안 의원은 혁신위 내정자로 발표된 직후 이번 주 수요일인 오는 9일에 첫 혁신위 회의를 열 수 있도록 혁신위원을 빠르게 구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갑작스런 기자회견은 ‘혁신안 띄우기’일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으나 예상과 다르게 돌연 ‘혁신위원장 사퇴’와 ‘전당대회 출마’를 밝혔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한다”며 사퇴 후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국민들께 혁신의 의지를 보여드리기 위해 먼저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판단 아래, 비대위와 수차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혁신은 인적 쇄신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당원과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의 수술 동의서에 끝까지 서명하지 않는 안일한 사람들을 지켜보며, 참담함을 넘어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메스가 아니라 직접 칼을 들겠다. 당 대표가 되어 단호하고도 강력한 혁신을 직접 추진하겠다”며 “무엇보다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완전히 절연하고 비상식과 불공정의 시대를 끝내겠다. 진짜 혁신, 살아있는 혁신, 직접 행동하는 혁신 당 대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의) 핵심은 인적 쇄신에 있다. 이번 혁신위는 반드시 성공해야 해 미리 약속을 받는 게 옳다고 봤다”며 “인선안이 합의되기 전에 최소한 2명의 ‘인적 쇄신안’에 대해 비대위에서 받을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했는데 결국은 (인적쇄신안을)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제가 혁신위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혁신위’에서 가장 핵심이 될 안건이 ‘인적쇄신안’인데 이를 비대위에서 의결해 줄 생각이 없다면 혁신위원장을 맡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인적쇄신 대상을 ‘대선후보 교체 사건’으로 논란이 된 쌍권(권영세-권성동) 지도부를 정조준했다. 안 의원은 인적쇄신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어 ‘출당에 준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에 이어 ‘황당하다’는 입장까지 나왔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안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이 갑자기 혁신위를 안 하고 전당대회에 나가겠다고 하신 부분은 안타깝고 당혹스럽다”며 “오늘 출마선언을 한다는 것을 미리 귀뜸이라도 있었다면 오늘 혁신위 안건을 비대위에서 의결하지 않았을 텐데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안 의원이 제시한 ‘인적쇄신안’에 대해서는 “모든 안건은 혁신위에서 논의해서 결정을 내려주시면 최대한 거기에 따라서 비대위에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인적쇄신안에 대해 명확한 언급 없이 ‘모든 안건’으로 포괄해 즉답을 피한 셈이다.
또 ‘안 의원이 인적청산 대상 2명을 원내대표에게 말씀드렸다고 한다’는 데 대해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혁신안을 던진 것이나, 우리 당내 외 인사들이 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혁신안을 제시하는 것을 존중한다”면서도 “오늘 혁신위가 정상 출범해 이 많은 과제들을 의견 수렴해서 정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상황은 당혹스럽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평가 외에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혁신위원장을 재선임할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오가며 ‘혁신위’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온 상황이다. 당내 쇄신이나 혁신을 위한 움직임도 다시 표류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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