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광주 박승환 기자] "열정이 불타오르는 것 같다"
KIA 타이거즈는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8차전 홈 맞대결에서 13-0으로 완승을 거두며,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KIA는 올해 매우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MVP' 타이틀을 손에 쥔 '간판타자' 김도영을 비롯해 나성범, 김선빈 등 주축 선수들이 모두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심지어 이들은 전반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서도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KIA는 쏟아지는 부상자들로 인해 전반기 내내 고전했다.
KIA는 10위까지 추락한 적은 없지만, 9위만 수차례 찍는 등 시즌 초반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5월부터 KIA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KIA는 12승 1무 12패로 5할 승률을 기록하더니, 6월엔 무려 15승 2무 7패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순위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6월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7위에 불과했던 KIA는 6월 종료 시점에서 4위까지 점프했다.
그리고 이 좋은 흐름이 7월에도 닿았다. KIA는 SSG 랜더스와 주중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거두며 상위권 팀들을 위협하기 시작하더니, 4~5일 경기도 모두 쓸어담으며 '엘롯'을 제치고 마침내 단독 2위로 올라섰다. 더욱 긍정적인 것은 아직 전반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KIA는 6일 롯데, 8~10일 한화 이글스와 맞대결을 앞두고 있는데, 이 경기들의 결과에 따라 KIA는 내친김에 '선두' 자리까지 넘볼 수 있는 상황이다.


'부상병동' 상황에서 KIA가 이렇게까지 잘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범호 감독은 5일 경기에 앞서 "분위기인 것 같다. 젊은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주눅이 드느냐, 아니면 자신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느냐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는데, 젊은 선수들이 '내가 올해는 꼭 해내겠다'는 생각들이 올라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회가 왔을 때 젊은 선수들이 이를 쟁취하겠다는 욕심이 보인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꽃감독은 "벤치에 대기를 하고 있다가 한두 번 나가서 잘 쳐야만 자신이 1군에 남을 수 있는 상황이 보존되는 경험들을 많이 했던 선수들이다. 지금은 주전으로 나가서 게임을 해도, 한두 타석은 못 쳐도 세네 번째 찬스가 왔을 때 한 번 쳐주면 된다는 주전들이 가질 수 있는 생각들을 젊은 선수들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경기를 하다 보니 본인들이 갖고 있는 열정이나, 꼭 이겨내 보겠다는 도파민들이 불타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은 전반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선수들의 체력을 고려해 훈련을 '자율'로 맡긴다. 하지만 무더위 속에서도 그 어떠한 선수도 훈련을 거르지 않는다. 이런 노력들이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고, 그 누구도 막아낼 수 없는 상승세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사령탑은 "훈련도 자율적으로 한다. '체력 소모가 힘든 친구들은 연습을 하지 않고 경기를 해도 된다'고 하는데도 그 감각을 잊지 않으려고 젊은 선수들이 '아직까지 체력 괜찮습니다'하면서 연습도 다 진행을 하고 있다"며 "'나는 기회가 왔을 때 꼭 잡겠다'는 의지가 선수들에게 있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 과정에서 고참들의 모범적인 모습도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최)형우나 (박)찬호, (고)종욱이가 정말 열심히 뛰어주는 모습, (이)창진이가 올라와서 어떻게든 볼넷을 나가려고 해주는 모습들을 젊은 선수들이 보고 있다. 그런 것들 하나가 조금씩 뭉쳐지다 보니, 팀이 이기기 힘든 경기도 이겨내고, 질 것 같은 경기도 무승부로 막아내는 것들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고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KIA가 다시 '왕좌'에 오를 것이라고 꼽은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KIA는 이빨이 모조리 빠진 상황에서 잇몸으로도 충분히 상위권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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