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SK텔레콤의 보안이 허술했다.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7000억원을 투입하겠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4일 서울 SKT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사이버 침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대규모 보안 투자 및 고객 보상안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 직후 긴급 이사회 결정에 따라 마련됐다.
SKT는 향후 5년간 7000억원을 투입해 정보보호 인력을 두 배로 확대하고, 제로 트러스트 기반의 차세대 보안 체계를 구축한다. CEO 직속으로 CISO 조직을 격상하고, 이사회에는 보안 전문가를 새롭게 영입한다. 유 대표는 “악성코드를 전수 조사해 모두 제거했고, 내부 보안 시스템을 전면 교체했다”고 밝혔다.
기기 보안 강화를 위해 미국 국방·정부기관 등이 사용하는 글로벌 보안 솔루션 ‘짐페리움(Zimperium)’을 국내 최초로 상용 도입해, 전 고객에게 1년간 무상 제공한다. 사이버 사고 피해 발생 시 금융 사고를 포함한 전액 보상도 약속했다. 이를 위해 기업 보험 한도는 1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고객 보상안도 과감하게 추진된다. 8월 한 달간 전 고객에게 통신 요금 50%가 자동 할인되며, 연말까지 매월 50GB의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한다. 멤버십 할인도 확대해 주요 제휴처에서 최대 60%까지 적용된다. 유 대표는 “보상 패키지 규모만 5000억원에 달한다”며 “단기 실적 손실은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신뢰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4월 18일 24시 기준으로 가입한 약정 고객 중 7월 14일까지 해지했거나 해지를 예약한 고객에 대해선 위약금을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기 납부 금액도 환급 대상이며, 다만 인터넷·IPTV 등 결합 상품 할인은 해당되지 않는다. 유 대표는 “정부 발표 직후 긴급 이사회를 열어 결정한 사항”이라며 “법률적 검토와 고객 이탈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서는 2022년 발생했던 해킹 의혹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유 대표는 “당시에는 망 장애 대응에 집중하면서 법적 신고 대상이라는 인식이 부족했다”며 “내부 매뉴얼을 정비하고 협력사 보안 체계도 함께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 대표는 “SKT는 고객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회사”라며 “5년 내 글로벌 최고 수준의 보안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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