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취임 30일 기자회견을 가진 이재명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참 어려운 주제”라는 말을 자주 했다. 국가 운영과 정책의 집행이 복합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데 대한 답답함이 묻어났다. 그럼에도 솔직하게 풀어낸 대답을 통해 향후 국정 운영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검찰개혁과 부동산 안정화 등에 대해선 강한 드라이브를 예고했고, 사회적 타협이 필요한 과제들에 대해선 충분한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30일을 맞아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122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민생·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의 세 가지 주제, 총 15개 질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동안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취임 100일 전후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취임 후 30일이라는 이른 시기에 진행된 만큼, 성과보다는 향후 국정 운영의 흐름을 묻는 질문이 주를 이뤘다.
이른 시기만큼이나 회견의 형식도 기존과 달랐다. ‘가깝게·새롭게·폭넓게’라는 콘셉트에 따라 다양한 시도들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과 기자단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1.5m로 좁힌 것이 대표적이다. 이전의 기자회견은 대통령 또는 사회자가 지명하는 이들만 질문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기자들이 사전에 주제별 상자에 명함을 넣고, 기자단 간사가 추첨하는 방식으로 질문권이 주어지기도 했다. 지역 풀뿌리 언론사 기자들이 화상으로 참여한 것도 새로운 장면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최대한 소탈하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다소 난감한 질문을 받았을 땐 “어려운 주제다”, “(질문을) 안 할 걸 그랬다”며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 답을 내놓는 데 애를 썼다. 수도권 집중화 해소 및 지방균형발전 방향 등을 묻는 질문에 “정책이나 예산 배분에 있어서 지방을 배려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우선 정책을 해야 비로소 균형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고, 공공기관 지방 이전 문제에 대해선 “국민들께서 기준과 내용이 합당하면 잠깐의 갈등을 겪기는 하겠지만 다 수용하시리라고 본다”고 답했다.

◇ “대출 규제 맛보기 불과”
복잡한 현안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전 정부서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해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를 충분히 하고 적절하게 필요한 영역에서 타협해 나가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겠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관련 질문에서도 이 대통령은 “가능하면 갈등 요소가 많은 의제에 대해선 집중적인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가능하면 국회가 나서서 이런 논쟁적 의제들은 토론을 미리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에 대해선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수사권을 분리하는 검찰개혁 관련 질문에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수사권을) 왜 뺏어, 안 되지’라는 반론이 꽤 있었던 거 같은 데 지금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며 “그건 저는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석 전에 하자고 당 대표 후보들부터 열심히 말씀하시는 것 같다”며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한참 걸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때까지 정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안정화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도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며 “더 근본적으로 수요억제책으로 이거 말고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좁은 국토에 수도권 집중이 심화하고 있는 와중에 투기적 수요가 부동산 시장을 매우 교란하는데, 전체 흐름을 바꿀까 한다”며 “제 마음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부동산보다는 금융시장으로 옮기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저나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언제나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국민들은, 우리 대한민국은 위대한 나라고 위대한 국민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앞에 많은 어려움들이 쌓여있긴 하지만, 저는 우리 공직자들부터 솔선수범하고 또 우리 국민들께서 그 저력을 발휘해 주시면 빠른 시간 내 이 위기를 다 극복하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희망이 있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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