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8일 종료되는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무역 협상 중인 나라에도 관세 서한을 보낼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의 무차별적 관세 위협이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유예 연장 대상에 포함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공개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할 일은 모든 국가에 서한을 보내는 것"이라며 "관세율은 25%, 35%, 50% 또는 10%"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와 관련 '25%이하로 내려가는 일은 없다'며 완고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일본을 예로 들며 "친애하는 일본,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 이게 끝이다. 우리는 이미 수치를 다 파악하고 있다. 따로 만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일본과 한국이 미국 자동차 업체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받는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질의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그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미국 내에서 차량을 판매하느라 너무 바쁘다"고 했다. 이어 "그런 협정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라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일본·한국 자동차에 25% 미만의 관세율을 적용할 가능성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 모든 교역국에 적용하는 10%의 기본 상호관세는 그달 5일부터 발효해 유지되고 있다. 국가별로 차등한 추가 상호관세는 4월 9일 발효한 직후 90일간 유예 조치를 내렸고, 다음 달 9일 만료된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별로 무역협상을 진행해 왔는데 영국에는 10% 기본 상호관세만 부과하고, 중국은 145%(상호관세 125% 포함)에 달하는 관세를 30%로 낮추는 데 합의한 것을 제외하고는 아직 여타 국가들과 합의안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본 관세율 10%에 더해 최대 15% 추가 관세가 붙어 총 25% 관세가 적용될 전망이다.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는 각각 50%, 25%에 달하는 별도 고율의 관세가 매겨지게 된다. 고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산업별 수출 장벽이 크게 높아져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선제적 대응과 시장 다변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유예하지 않고 관세를 일방적으로 통보할 가능성을 다시금 밝히면서 미국발 통상정책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올해 3분기 우리 수출기업의 체감경기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주요국 경기 둔화까지 맞물리면서 우리 수출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돼 한국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30일 발표한 '2025년 3/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EBSI는 96.3으로 3분기 연속 기준치인 100을 하회하며 수출 경기가 전 분기 대비 다소 위축될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15대 품목 중 10개 품목이 전 분기 대비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조사됐는데 특히 가전(52.7)은 3분기 연속 50대에 머무르며 수출 여건이 가장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미국이 23일 품목별 관세 대상인 철강 파생상품에 가전을 추가하며 제품에 포함된 철강에 대해 함량관세율 50%를 적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전의 주요 수출시장인 북미·유럽연합(EU) 등의 경기 둔화도 복합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관세 대상이던 자동차·자동차부품(56.0)도 관세 영향으로 악화 전망을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3일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해 5월 3일부터는 자동차 부품 수입 때에도 25%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영향으로 5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대비 27% 이상 급감했고 이달 수출 전망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수출 효자 품목인 자동차가 트럼프발 관세로 대미 수출이 급감하면서 자동차 부품 분야 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기아가 올해 미국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린 끝에 11% 고지를 밟았다. 관세에 따른 미국 내 선수요 증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친환경 자동차 등 내수 진작을 위해 라인업 강화에 주력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에는 미국 자동차 시장이 전체적으로 주춤했으나 둔화 폭 방어에 성공했다.
다만 올 하반기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하기엔 경영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다. 한국으로서는 일단 유예 연장으로 시간을 확보한 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을 통해 여러 현안에 대해 담판을 짓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유예를 연장받지 못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기업들은 현재 수준보다 15%의 대미 관세를 더 부담하는 불리한 여건에서 대미 협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업계의 시선은 한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쏠리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두 나라 관세협상이 최우선 의제가 오를 만큼 실무 논의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7월 넷째 주를 목표로 미국 측과 한미정상회담 시기를 조율 중이다. 미국을 방문해 통상 협상에 나선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새 정부는 한미 협상을 최우선 순위의 하나로 생각하고 미국 측에 우리가 협상을 가속할 준비가 됐다는 의지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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