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작년에는 이렇지 않았다. 삼성 라이온즈가 심각한 원정 공포증에 빠졌다. 타격은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2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7-10으로 패했다.
어느새 4연패다. 6월 내내 꾸준히 중상위권을 유지하다 7위로 내려앉았다. 6위 KT 위즈와 격차도 1.5경기까지 벌어졌다. 8위 NC 다이노스(1경기)가 더욱 가깝다.
원정 5연패다. 지난 20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을 시작으로 이번 키움전까지 속절없이 패했다.
'최약체' 키움에 시즌 첫 스윕패를 당한 것도 뼈아프다. 키움은 승률 3할을 오가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팀의 기둥이 차례로 빠져나간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송성문을 비롯한 베테랑이 어린 선수들을 힘겹게 끌고 가는 모양새. 최근 키움의 경기력이 올라온 것은 맞다. 그렇더라도 스윕패를 당한 것은 크다.

지난 시즌 2위 팀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지난 한국시리즈의 아쉬움을 딛고 올해 목표를 '우승'으로 설정했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우승 공약으로 '에버랜드에 팬 1000명 초청 이벤트'를 내걸기도 했다. 공수표성 공약이 아닌, 에버랜드와 교감을 나눈 뒤 발표했다. 올해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작년과 가장 큰 차이점은 단연코 홈과 원정 성적이다. 지난 시즌 삼성은 홈 승률(0.562) 2위, 원정 승률(0.536) 2위로 고른 기록을 남겼다. 올해는 홈(0.581)에서 4위, 원정(0.400)에서 8위다. 홈과 원정 승률의 차이는 0.181로 리그에서 가장 괴리가 심하다.
홈과 원정의 차이는 경기장이다. 삼성은 '타자 친화 구장'인 라이온즈 파크를 홈으로 쓴다. 홈에서 불방망이를 자랑하고 원정에서 방망이가 식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이는 작년에도 동일하게 일어난 현상이다. 2024년 삼성은 홈에서 OPS(0.819) 3위를 적어냈다. 홈런은 120개로 압도적 1위다.(2위 SSG 92개) 원정 OPS(0.731)는 10위다. 홈런(65개)도 8위에 그쳤다. 2025년 삼성은 홈에서 OPS(0.853)와 홈런(64개) 모두 1위다. 원정은 OPS(0.648) 9위, 홈런(21개) 공동 8위다. 타격은 원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변화는 투수력이다. 2024시즌 삼성의 팀 평균자책점(4.68)은 3위였다. 올 시즌(4.26)은 6위다. 리그가 투고타저로 흐르며 평균자책점의 절댓값은 감소했다. 하지만 타팀이 더욱 높은 마운드를 자랑해 상대적으로 삼성의 투수력은 약해졌다.
선발보다 불펜진에서 더욱 큰 변화가 관측됐다. 지난 시즌 삼성의 선발 평균자책점(4.49)은 3위, 올 시즌(4.06)은 6위다. 2024년 구원 평균자책점(4.97)은 2위, 2025년(4.52)은 7위다. 올해 선발 평균자책점은 순위가 하락했지만 리그 평균(4.13)보다 좋다. 구원진은 리그 평균(4.37)에 미치지 못한다.
투수진의 면면을 살펴보면 베테랑의 단체 부진·부상이 뼈아프다. 작년은 시즌 중 부침은 있었지만 오승환, 김재윤, 임창민, 최지광 등의 자원이 위기 상황을 막았다. 네 선수는 올해 각자의 이유로 전열에서 이탈하거나 필승조에서 빠졌다.
김태훈이 불펜 에이스로 떠올랐고, 백정현도 좌완 필승조로 옷을 갈아입었다. 신인 배찬승의 활약도 반갑다. 이호성은 새로운 마무리로 정착 중이다. 그런데 백정현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균열이 생겼고, 배찬승과 이호성은 경험이 많지 않아 기복이 있다. 시즌 내내 꾸준한 선수는 김태훈 뿐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다른 곳은 몰라도 KBO리그에서는 절대적인 진리다. 전반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대체 외인 헤르손 가라비토가 훌륭한 투구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고, 백정현도 후반기 복귀 예정이다. 삼성은 투수력을 끌어올려 후반기 반격에 나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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