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더발리볼 = 수원 김희수 기자] 미련으로 뒤를 돌아보기보다는, 다가올 미래를 향해 전진한다.
김요한은 2024-2025 V-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6순위로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지명 순번이 아주 높진 않았지만 김요한에 대한 기대감은 적지 않았다. 중부대학교 시절 팀의 공격과 서브를 이끄는 왼손잡이 거포로 활약한 그의 모습을 지켜본 배구인들이 많았다. 동 나잇대 왼손잡이 공격수들 중에서도 김요한은 돋보이는 존재였다. 특히 서브와 시간차만큼은 당장 프로에 가도 통할 정도로 위력이 살벌했던 김요한이다.
그러나 김요한은 마냥 순탄치만은 않은 첫 시즌을 보냈다. 원 포인트 서버 위주로 기회를 얻었지만 중부대 시절의 위압감은 드러내지 못했다. 실수가 늘면서 언제나 파이팅 넘쳤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총 27경기‧83세트에 나서며 적지 않은 기회를 받았지만, 득점은 8점에 그쳤다. 결코 실패는 아니었다. 그러나 중부대 특급이었던 김요한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조금의 아쉬움을 느낄만도 했다.

그랬던 김요한이 태극마크를 달고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는 7월 16일부터 독일 라인-루르에서 개최되는 2025 라인-루르 하계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다. 류중탁 감독-김대현 코치가 이끄는 남자배구 대표팀은 프로 저연차 선수들과 대학 선수들로 구성됐고, 김요한도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의 일원이 됐다.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은 23일부터 수원 경기대 체육관에서 훈련을 진행하는 중이다. <더발리볼>이 경기대를 찾아간 27일에도 대표팀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본격적인 훈련 시작 전 <더발리볼>과 만난 김요한은 “다들 너무 잘하는 형들, 동기들, 후배들이다. 일단 이들과 함께 대표팀에 뽑히게 돼서 너무 영광이다. 다들 재밌고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어서 적응도 어렵지 않다. 그냥 좋다”고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의 일원으로 함께 하고 있는 소감을 전했다.
대학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김요한은 그때 당시의 동료, 상대들과 대표팀으로 뭉쳤다. 가장 화려하게 빛났던 순간을 함께한 사람들과 뭉친 셈이다. 그는 “확실히 V-리그에 있을 때는 내가 뭔가 신입사원이 된 것 같은 긴장감과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약간 놀이터 같은 느낌이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노는 기분이다. 편안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요한에게 이러한 느낌을 선사하는 인물은 한 명 더 있다. 바로 중부대 시절 동고동락했던 김대현 코치다. 김요한은 “대현 코치님이 팀의 엄마 같은 역할을 해주셨던 분이라서, 지금도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재밌게 배구를 할 수 있게 해주시는 것 같다”며 김 코치와의 재회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했다.
이후 김요한과 지난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눴다. 그는 “무엇보다 심한 압박감이 문제였다. V-리그는 냉정한 곳이라, 기회가 아예 오지 않는 선수들도 있다. 그래도 나에게는 원 포인트 서버라는 기회가 꾸준히 찾아왔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압박감은 더 커져만 갔다. 그래서 자신감을 기반으로 하는 나만의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게 아쉬웠다”고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프로 무대에서 힘든 시간들을 보낸 만큼, 자신의 이름을 화려하게 알렸던 대학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김요한은 “이번 시즌 중부대 경기도 챙겨봤다. 보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다시 돌아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김요한은 나약하지 않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해야 할 시기다. 그래야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며 다시 한 번 힘을 냈다. “외국인 선수의 뒤를 받치는 백업 아포짓으로 언제든 활약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다부진 각오도 함께 전한 김요한이었다.
그래서 이번 유니버시아드는 김요한에게 단순한 비시즌 국제대회가 아니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선배다운 모습을 보여줄 기회이자, 다음 시즌을 준비할 자양분을 쌓을 시간이다. 김요한은 “리그에서 자신 있게 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번 대회서 해소해보고 싶다. 그렇게 이번 대회를 통해 끌어올린 자신감이 리그에서도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요한과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이 처음 마주하게 되는 상대는 배구 강국 이탈리아다. 당연히 승산은 높지 않다. 그러나 김요한은 “분명 엄청난 강적이다. 하지만 우리만의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면 분명 기회가 있을 거고, 그 기회를 살린다면 이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투지를 다졌다.
대학 무대를 호령했던 특급 왼손잡이 김요한은 이제 없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굳은 마음을 먹었다.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전진한다면 언젠가는 중부대 시절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김요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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