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수원 김경현 기자] "지금 인생 맥스(MAX)에요"
KT 위즈의 왼손 투수 전용주가 드디어 1군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첫 승 기회를 잡았지만 영광의 순간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양진초(안성시리틀)-성일중-안산공고를 졸업한 전용주는 2019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2007년 김광현(당시 SK 와이번스) 이후 12년 만에 나온 안산공고 출신 1차 지명자다.
'1차 지명'이라는 기대에 비해 활약은 아쉬웠다. 2019년 1군에 데뷔해 4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15.00을 기록했다.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고 병역 의무를 수행했다. 2024년까지 23경기에 출전해 승리 없이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7.20을 적어냈다.
올해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지난 4일 처음으로 1군에 콜업됐고, 그날 대전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투입됐다. 7회 2사 2, 3루 위기 상황에서 문현빈을 2루수 땅볼로 정리했다. 최고 구속이 무려 149km/h까지 찍혔다. 24일까지 11경기에서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2.45로 펄펄 날았다.
자연스럽게 필승조로 승격됐다. 이강철 감독은 "(전)용주가 많이 좋아졌다"라며 "제구 되고 구속이 149km/h까지 나온다. 슬라이더도 좋다. 가능성이 있다"고 칭찬했다.


26일 경기 전 '마이데일리'를 만난 전용주는 "지금 인생 맥스다. 3호 홀드를 챙겨서 기분 좋고, 10홀드까지 한 번 가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필승조로 격상되며 우타자 상대 승부가 늘고 있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192로 훌륭하지만, 우타자에겐 0.556이다. 전용주는 "왼손만 상대하다 보니 살짝 흔들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도 "그래도 괜찮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더욱 정교하게 던지며 우타자를 공략할 예정이라고.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2024년 전용주의 평균 직구 구속은 143.8km/h다. 올해는 148.5km/h가 됐다. 구속 상승 비결을 묻자 "재활을 4년 정도 했다. 그러면서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하고 유연성 운동을 많이 하면서 신체 능력이 올라가니 구속이 따라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변화는 제구다. 지난 시즌 전용주의 9이닝당 볼넷 비율(BB/9)은 16.20개였다. 올해는 5.40개가 됐다. 최근 경기에서 볼넷이 약간 늘었지만, 스트라이크 비율은 60.1%로 준수하다. 전용주는 "2군에 있을 때 (팔) 스로잉을 간결하게 바꿨다. 이게 제구나 커맨드 쪽에서 빛을 많이 봤다"고 했다.
이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코치님이 제안을 해주셨다.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스로잉을 교정하고) 시합에 나가보니 저에게 잘 맞는 것 같다"며 "고등학교 때도 그렇게 큰 팔 스로잉은 아니었다. 스피드는 안 나와도 제구는 좋은 편이었는데, 그때 느낌이 난다"고 설명했다.
전용주는 "(기존 투구폼은) 공이 좌우로 많이 갈라져서 제구를 잡기 힘들었다. 스로잉을 바꾸면서 위아래로, 고등학교 때처럼 느낌이 나와서 편안하게 던지는 것이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왼손' 경쟁자가 생겼다. KT는 지난 25일 LG 트윈스에 포수 김준태와 내야수 천성호를 보내고, 투수 임준형을 데려왔다. 이강철 감독은 임준형을 좌타자에게 쓰려고 한다. 전용주와 보직이 겹친다. 전용주는 "동기부여가 된다. 친구이기도 하고(두 선수는 2000년생 동갑내기) 왼손 투수니까 배울 점도 있을 것 같다. 캐치볼이나 이야기 하면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씩싹하게 답했다. 둘 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아직 말은 많이 나누지 못했다고.
팬들에게 한 마디를 요청하자 "잘하든 못하든 응원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 테니 응원 많이 부탁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전용주는 데뷔 첫 승 기회를 얻었다. LG와 KT가 2-2로 팽팽히 맞선 7회초 1사 1루에서 전용주가 등판했다. 전용주는 신민재를 2루 땅볼, 김현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7회말 1사 1, 3루에서 나온 장진혁의 땅볼로 KT가 3-2 리드를 잡았다.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승리투수는 전용주.
전용주는 8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문성주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문보경에게 1루 땅볼을 유도하며 이날 임무를 마쳤다. 우규민이 후속 타자를 잡아 전용주의 승리 요건을 지켰다.
다만 박영현이 블론 세이브를 저질러 전용주의 승리가 날아갔다. 3-3 동점 득점을 천성호가 올렸다. 박영현은 신민재에게 역전 1타점 적시타를 허용, KT는 3-4로 이날 경기에 패했다.

전용주는 올해로 데뷔 7년 차 선수가 됐다. 늦게 피운 만큼 아름다운 꽃이다. 첫 승의 기회는 아쉽게 날아갔지만, 지금과 같은 활약을 펼친다면 기록은 자연스럽게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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