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윤석열·김건희 씨가 수사기관에 조사를 받으러 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이제 이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 비공개 ‘출장조사’는 없다. 윤 전 대통령은 28일 오전 10시 내란 특검 사무실로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고 김건희 씨도 27일 병원에서 퇴원하며 특검의 소환 요청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내란 특검이 쏘아 올린 ‘체포영장’ 화살이 철옹성 같았던 법 기술 벽을 허물고 이제 국민이 있는 광장 앞에 서게 됐다.
◇ 부메랑으로 돌아온 법과 원칙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겠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가치다. 결국 다시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돌아왔다. 검찰총장이었고, 대통령이었던, 그 누구보다 법치를 강조했던 인물이 이제는 피의자로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장면을 모든 국민이 볼 수 있게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내란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내란 특검이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尹측에서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 등을 고려했다”며 기각한 바 있다. 결국 윤 전 대통령 측이 직접 밝힌 “출석하겠다”는 말이 법원 결정의 전제가 된 만큼, 이번 출석은 피할 수 없는 외통수가 된 셈이다.
하지만 출입 방식에 각을 세우며 신경전을 벌였다. 애초 특검이 28일 9시 출석을 요구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10시에 비공개로 출석하겠다고 반박했다. 앞서 체포영장이 청구됐을 당시에는 법과 원칙을 잘 지킬 것처럼 하다가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태도가 돌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로 ‘법기술자’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참으로 졸렬하다”며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자가, 법과 원칙을 입에 달고 살던 자가, 본인에게는 한 없이 관대한 내로남불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반 국민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말을 들은 거다”라며 “일반인은 수사기관이 부르면 부르는대로 가야하는데 윤 전 대통령은 자기 맘대로 늦게 간다는 것이 어이가 없다”고 전했다.
내란 특검은 단호했다. “전직 대통령들이 검찰 조사 시 지하주차장을 이용한 사례는 없다”고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역 없는 수사’는 이때 써야 할 말이다. 다만 출석 시간만 10시로 조정됐다.

윤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는 내란 사건 수사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당시부터 집중적으로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국무회의에서의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비롯해 최상목 전 부총리가 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을 지시받은 문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체포영장 집행 저지 지시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외환유치 의혹 등 광범위한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출석하더라도 묵비권 행사 등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내란 특검은 증거 확보 및 분석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검 대상의 또 다른 한 축인 김건희 씨는 27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퇴원했다. 우울증 등을 이유로 입원한지 11일 만이다. 김건희 씨 측은 향후 ‘김건희 특검’ 소환조사에 대해서는 “정당한 소환 요청에 대해서는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무죄추정의 원칙 △피의자의 권리 보호 △소환 절차 관련 법규 준수 등을 언급하며 “이는 수사기관이 준수해야 할 원칙이자 법규다”며 “피의자가 요구해야 할 사항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전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이 청구됐을 당시만 해도 ‘자신은 특검소환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던 입장에서 살짝 태도가 바뀐 모습이다. 법 기술의 조언을 따른 모양새다.
‘윤·건희’를 둘러싼 특검 수사는 단순한 개인 비리를 넘어, 국가 권력의 남용과 헌정질서 파괴, 그리고 민주주의 훼손을 바로잡는 일이다. 특검의 칼끝이 두 사람을 동시에 겨누고 있는 지금, 윤석열 정권이 부르짖던 ‘법과 원칙’이 이제는 이들에게 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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