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이즈’ 이선빈, 열정과 애정을 다해 

시사위크
배우 이선빈이 ‘노이즈’로 새로운 도전을 마쳤다. / 바이포엠스튜디오
배우 이선빈이 ‘노이즈’로 새로운 도전을 마쳤다. / 바이포엠스튜디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이선빈이 영화 ‘노이즈’(감독 김수진)으로 관객 앞에 섰다. 데뷔 후 첫 공포 스릴러 장르에 도전해 연기 스펙트럼을 성공적으로 확장한 그는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내게 한 작품”이라며 영화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선빈이 호연한 ‘노이즈’는 층간소음으로 매일 시끄러운 아파트 단지에서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 나선 주영(이선빈 분)이 미스터리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 현실 공포 스릴러다.

단편 데뷔작 ‘선’으로 제66회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돼 주목받은 김수진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제57회 시체스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 초청에 이어 117개국에 선판매되는 쾌거를 달성하며 일찌감치 주목받았고 25일 개봉해 국내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극 중 이선빈은 사라진 동생을 찾기 위해 아파트의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리는 주영을 연기했다. 주영은 동생이 실종된 뒤 사라진 동생의 행방과 아파트의 비밀을 밝혀내려는 인물이다. 아파트로 돌아온 주영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수상한 사건들에 휘말리며 점차 아파트의 층간소음에 예민해지고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이상한 소리까지 듣기 시작한다. 

이선빈은 이야기의 중심에 서서 극을 단단히 이끄는 것은 물론, 날이 갈수록 피폐해지는 인물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에 몰입도를 높인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이선빈은 작품을 택한 이유와 캐릭터 구축 과정 등 ‘노이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주영을 연기한 이선빈. / 바이포엠스튜디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주영을 연기한 이선빈. / 바이포엠스튜디오

-공개 후 호평이 많다. 개봉 소감은. 

“정말 기쁘다. 2년 전에 찍은 작품이고 너무 좋아하는 장르라서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웠거든. 원래 좋아하고 애정하면 두려워하고 건드리지 못하는 게 있다. 공포는 어렸을 때부터 많이 접하고 좋아한 부분이라 ‘노이즈’를 촬영하면서도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는데 보는 분들이 느껴줄 수 있을까 걱정됐다. 원래 가장 좋아하는 것을 했을 때 제일 칭찬받고 싶잖나. 인정받고 싶고. 완벽한 인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화 자체에 반응을 해주시니까 위로가 되고 보상받는 기분이다.”

-이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 본 ‘노이즈’는 어땠나. 

“공포 마니아라면 장르적 요소에서 제일 중요한 1순위가 청각이라는 걸 공감할 거다. 무서우면 귀부터 막잖나. 귀 막고 보면 덜 무섭고 그렇거든. 그다음이 시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시나리오에서 제일 매력을 느낀 부분이 그거였다. 주제 자체가 청각인 공포물이 한국에서는 처음인 것 같았거든. 게다가 소음을 다루는 공포영화인데 주인공이 청각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엄청났다. 그래서 공포 마니아 중에서도 조금 더 색다르고 디테일한 느낌을 받고 싶은 분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좋아하는 장르라 더 신중했다고 했는데 어떤 점이 가장 걱정이 됐나. 출연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과연 공포의 감정을 끌어낼 수 있을까, 극대화하는 표정이 나올까, 내 외모가 적합할까, 이 장르에 맞는 사람일까 등 의심을 진짜 많이 했다. 신인 때부터 공포 장르 제안이 많이 들어왔는데 고사했다.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달랐기 때문이다. 층간소음은 단층에서 살지 않는다면 살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일이잖나. 그래서 공포 영화 장르에 최적화된 배우로서가 아니라 평범한 이선빈으로서 연기에 도전해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런 이야기와 주제의 힘을 빌릴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 용기를 냈다.” 

이선빈이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 바이포엠스튜디오
이선빈이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 바이포엠스튜디오

-연기할 때 고심한 것은. 

“리스크를 먼저 생각하고 대책을 세우는 스타일이다. 이 작품에서도 주의해야 할 점과 보여주고 싶은 점을 항상 생각했는데 청각장애가 있다는 설정에 있어서 나라는 배우가 확실히 다른 차원의 뭔가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했다.

얻은 답은 작은 디테일이었다. 공포영화 하면 뻔한 것들이 있잖나. 놀라게 한다든지 잔인한 게 나온다든지 시각적인 공포감을 조성한다든지. 당연히 우리 영화에도 있지만 거기에 플러스알파를 하고 싶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드라마적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했다.

공포영화지만 누군가는 자신을 빗대서 생각할 수 있고 누군가는 주영의 감정 변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잖나. 그런 지점들을 최대한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쓴 점은 주영의 톤이 달라지는 지점이다. 초반과 마지막 주영이 확실히 달라져 있는데 그 변화를 너무 대놓고 보여주면 멋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영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에서 명분을 빌려 감정을 나타내려고 디테일을 잡았고 갑자기 확 변하는 것도 개연성이 떨어지니 보는 분도 속을 수 있게 자연스럽게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다른 영화와의 차별점은 드라마적인 부분에서 날 것이고 내가 그 부분을 정확히 구현한다면 장르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더 공포감이 조성될 거라고 생각했다. 서사에 힘을 실어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앞서 간담회에서 다음 장면에서 뭐가 나올지 알고 있으나 가장 모르는 인물로 연기해야 하는 지점이 어려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공포영화에서 0.1초, 0.2초가 굉장히 큰 차이를 만든다고 이번에 느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몇 초 뒤 어떤 사운드가 입혀지고 이쪽을 쳐다봐야 하고 몇 초 후에 또 뭐가 나오고 점점 다가오고 놀래야 하고 책상을 지나면 여기에 무언가 와 있고 등등 다 계산해서 반응이 달라져야 했다. 벽에 부딪혔을 때나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장면에서 아무것도 없이 물컵 하나 들고 해야 했거든. 게다가 원테이크라 정확하게 계산해야 했다. 또 공포영화가 클로즈업이 많잖나. 눈동자가 중요했기 때문에 그런 디테일도 감독님이 강조를 했다. 아는데 모른 척하면 보는 사람들이 거짓말처럼 느끼잖나. 놀라는 연기도 티가 날 수 있거든. 영화 속 인물로서는 앞으로 다가올 1초 후 상황도 모르고 있어야 하는데 배우로서는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작업이라는 걸 정말 많이 배우고 깨달았다. 다음에 공포 장르 제안이 온다면 정말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겠다.(웃음)”

-감독과 이야기도 많이 나눠야 했겠다.

“동생을 찾으러 가면서 점점 미스터리한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감정 변화를 어떻게 담아낼지에 대해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 내가 어려웠던 것은 결말에 대한 거였다. 나조차 이해를 못하는 게 있으면 안되잖나. 알고 표현을 해야 사람들이 모르게끔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에 후반부 미묘한 차이를 계속 감독님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감독님은 그 부분을 열어놓으려고 하신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답을 내리지 않고 연기했다. 내리는 순간 티가 날 것 같았다. 오히려 그 장면은 일차원적으로 대본에 쓰인 대사만 하면 되더라. 그냥 그것만 했다. 내가 알고 있고 계산하는 순간 다 보이기 때문에 경주마처럼 그냥 보이는 그대로, 눈앞에 있는 그대로만 행동했다.”

이선빈이 영화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 바이포엠스튜디오
이선빈이 영화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 바이포엠스튜디오

-참고한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나. 

“이미 어린 시절부터 봐온 공포영화나 웹툰, 드라마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따로 참고하거나 그런 건 없었다. 너무 애정해서 두려워하긴 했지만 갈망도 있었거든. 공포영화를 보면서 따라 해보기도 하고 학습한 지점도 있어서 시나리오를 읽음과 동시에 그림이 잘 그려졌다. 나의 내공을 써먹어 보자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내가 쌓은 데이터를 활용해서 이 영화를 더 다르게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주영이 관객처럼 같이 공포를 경험하고 체험하는 캐릭터라면 동생 주희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인물이었다. 연기적으로도 굉장히 다르게 표현해야 했는데 주희로 분한 한수아의 연기는 어떻게 봤나.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면서 주희가 나오는 인트로 장면이 끝나자마자 감독님한테 ‘주희한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인트로의 몰입감과 긴장감을 (한)수아가 다 만들어준 것 같아서 정말 고마웠다. 연기도 너무 잘하고 마스크도 좋잖나. 정말 사랑스럽게 생겼는데 이런 장르적인 미장센과 드라마를 만났을 때 이 친구의 매력이 극대화된다는 느낌을 엄청 받았다. 공포영화로서 초반 기선제압을 수아가 제대로 해줬다.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했다. 정말 감사하다.”

-공포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직접 경험하고 난 후 느낀 소회도 궁금한데. 

“참 신기하다. 어릴 때부터 놀이기구도 무섭지 않았다. 공포물은 내가 현실에서 느끼기 쉽지 않은 것을 대신해서 볼 수 있다는 재미가 크다. 판타지는 정말 판타지잖나. 그런데 공포는 자칫하면 느낄 수도 있고 겪을 수도 있는 일인데 겪지 못한 것들에 대한 궁금함, 신기함을 즐기는 것 같다. 배우로서는 더 섬세하게 눈이 열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보는 분마다 해석을 다르게 하고 디테일 한 부분까지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해석하는 걸 들으면서 나 역시 더 즐길 수 있게 됐다.”

-이 작품이 배우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의미로 남을까.  

“용기가 많이 없는 사람인데 도전하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매 순간 매 작품이 새로운 도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장르가 주는 힘이 배우에게 되게 크게 작용하고 프레임이 씌워질 수도 있는 게 장르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배우의 이미지가 될 수 있거든. 그런 의미에서 공포는 큰 카테고리에 도전하는 용기였다. 배우 인생에 있어 새로운 큰 도전의 용기를 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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