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게임의 생애도 사람과 같다. 진화하려면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15년간 좀비 모드 무기를 기획해온 박영일 넥슨코리아 개발자가 이같이 말했다.
25일 넥슨 판교 사옥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5’에서 박영일 기획자는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CSO)>의 좀비 모드 무기 설계 과정을 공유했다. 박 기획자는 2007년부터 CSO 개발에 참여해 총 658종의 무기를 기획해온 베테랑이다.
그는 “FPS(1인칭슈팅게임)에서 무기는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주인공 그 자체”라며, “CSO 무기는 게임플레이뿐 아니라 매출과 콘텐츠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초기 CSO의 무기 설계는 현실 고증에 충실한 밀리터리 스타일이었다. 좀비 모드는 감염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대칭형 구조와는 전혀 다른 플레이 양상을 보였다. 박 기획자는 “기관총처럼 기존 FPS에서 비주류였던 무기들이 생존 메타에 따라 중심 무기로 부상했다”며 “플레이어가 명당을 점령해 화력을 유지하는 형태가 지배적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메타는 예상보다 빨리 변했다. “좀비가 명당을 뚫고, 인간이 계속 이동하는 전략으로 바뀌며 개발자의 기획 의도를 넘는 플레이가 등장했다”며 “새로운 무기의 필요성이 생기면서 게임의 생명주기도 연장됐다”고 분석했다.
2013년 이후에는 RPG(역할수행게임)의 스킬처럼 창작 기반의 특수기능 무기가 도입됐다. 그는 “무기가 제공하는 체감과 조작감 자체가 게임의 재미를 좌우하게 됐다”며 “하지만 개발 비용은 급증하고, 기획은 점차 한계에 도달하는 느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대표 사례로 ‘브류나크’ 무기를 소개했다. 기존 인기 무기 ‘흑영쌍부’의 벽을 넘기 위해 애니메이션 ‘주술회전’에서 영감을 얻어 기획됐지만, 출시 직후 평가는 냉담했다. 그러나 “20일이 지나자 숙련도에 따라 재미를 느낀다는 반응으로 바뀌었다”며 “무기를 만들 때는 단순히 강함이 아닌 ‘기믹’의 재미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밸런스 이슈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박 기획자는 “무기가 너무 많아 오버밸런스라는 지적이 있지만, 유저 이탈의 원인을 단순히 무기 성능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며 “물론 격차가 심하면 안 되지만, 무기와 유저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재미를 위한 도전과 실험이 없다면, 게임은 결국 정체된다”며 “진화하지 않는 게임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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