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유사체’ 오가노이드, 제약바이오 신사업 키워드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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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미국 현지시간) 이상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전략팀장(상무)이 바이오USA에서 '삼성 오가노이드'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소형 장기 유사체’ 오가노이드가 실험윤리와 효율성을 모두 충족하는 신약개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장기(organ)’와 유사함을 뜻하는 접미사 ‘-oid’ 합성어다. 소형 장기유사체로 줄기세포나 체세포를 실험실에서 3차원으로 배양해 실제 장기와 유사한 구조와 기능을 재현할 수 있다.

2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웅그룹, JW중외제약 등 국내 주요 기업이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신약개발과 사업 다각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가노이드가 2차원 세포 배양 방식보다 비용 부담이 적고, 약물 후보물질의 효능과 독성을 보다 빠르고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인천 송도 ADC 전용 생산시설 내에 오가노이드 전용 랩을 구축하고, ‘삼성 오가노이드’ 스크리닝(약물 선별)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으로부터 359건의 제조 승인을 획득한 GMP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고품질 샘플 처리와 데이터 정합성 관리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삼성은 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항암제 스크리닝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동물 모델 기반 스크리닝은 환자 유사성이 낮고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윤리적 한계도 있었지만, 오가노이드는 실제 환자와의 유사성이 85%에 달하고 비용도 10분의 1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삼성 자체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톱 20 제약사 신약개발 연구자 중 75%는 신약 발굴 단계에서, 85%는 전임상 단계에서 오가노이드를 활용하고 있다. 삼성은 GxP 수준 품질 기반, 신속한 맞춤형 제작, 임상 연계 인사이트 제공 등을 내세워 오가노이드 시장에서 차별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상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전략팀 상무는 “기술적·제도적 측면에서 오가노이드가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이번 출시를 계기로 제조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오가노이드 기반 신약 개발이 하나의 산업 흐름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JW0061'의 피부 오가노이드 모낭 생성 효과. /JW중외제약

삼성 외 국내 기업들도 오가노이드 기반 기술 관련 신약개발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웅그룹은 올 초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기술개발 과제에 ‘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 대량 생산 기술 개발’이 선정되며, 오가노이드 대량 생산 확보에 나섰다. 대웅은 해당 프로젝트 총괄 기관으로서 세부 과제 전반을 이끈다.

이번 과제는 오가노이드의 △핵심 소재와 배양 용기 개발 △실시간 품질 평가 기술 확보 △자동화 생산 공정 구축 등으로 구성됐다.

대웅은 세포외기질(ECM), 성장인자 등 소재를 국산화하고, 기존 수작업 중심 공정을 자동화함으로써 생산성과 품질 균일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상용화 가능성을 높인 오가노이드 치료제 생산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JW중외제약은 미국 AI(인공지능) 정밀의료 선도기업 템퍼스AI와 협력해 실제 진료 데이터(RWD)와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결합한 항암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다. 템퍼스AI가 보유한 임상 기록, 병리 이미지, 유전체 데이터와 오가노이드를 접목해 후보물질 치료 반응을 정교하게 예측하고, 바이오마커를 검증하는 전략이다.

앞서 JW중외제약은 지난해 8월 미국 피부연구학회(SID)에서 피부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혁신 탈모치료제 후보물질 ‘JW0061’ 전임상 데이터를 발표하며 주목 받았다. JW0061은 기존 표준치료제 대비 모낭 생성 능력이 5일 기준 7.2배, 10일 기준 4.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오가노이드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구축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도 전개 중”이라며 “자회사 C&C신약연구소는 엠비디와 함께 3D 암 오가노이드 진단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종양 적응증을 탐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GC셀은 넥스트앤바이오와 함께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세포치료제 비임상 평가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 양사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와 미세병리 시스템(MPS)을 활용해 체외에서 세포치료제의 효과를 정밀히 평가할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기존 동물실험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췌장암과 담도암 등 난치성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CAR-NK 세포치료제의 효과를 정확하게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규제당국도 제도 정비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상시험 규정을 개정해 동물시험 자료 대신 오가노이드 기반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간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독성시험법은 현재 OECD 국제공인 시험법 등재 절차를 진행 중이며, 관련 표준화를 위한 ‘오가노이드 시험법 국제 표준화 추진위원회’도 출범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는 2024년 10억달러(약 1조3678억원)에서 연평균 22% 성장해 2030년 33억달러(약 4조5137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는 2024년 10억달러(약 1조3678억원)에서 연평균 22% 성장해 2030년 33억달러(약 4조5137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4월 FDA가 동물실험을 축소하고, 그 대체 방안으로 오가노이드 등을 장려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산업의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오가노이드는 신약 개발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면서 제약바이오 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만한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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