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못 살겠네, 죽이고 싶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주영(이선빈 분)과 주희(한수아 분) 자매는 어느 날부터 아파트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층간소음에 시달린다.
그러던 중 동생 주희와 연락이 끊기자 불안에 휩싸인 주영은 급히 지방 공장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주희의 남자친구 기훈(김민석 분)과 함께 실종된 동생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한편 자매와 마찬가지로 층간소음에 시달리던 아랫집 남자(류경수 분)는 그 소음의 근원이 윗집 자매에게 있다고 생각해 살인 협박을 하게 되는데….
영화 ‘노이즈’는 층간소음으로 매일 시끄러운 아파트 단지에서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 나선 주영(이선빈 분)이 미스터리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 현실 공포 스릴러다. 단편 데뷔작 ‘선’으로 제66회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돼 주목받은 김수진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제57회 시체스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 초청에 이어 117개국에 선판매되는 쾌거를 달성하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아파트, 층간소음 등 가장 현실적인 소재에 공포 스릴러 장르 특유의 영화적 매력을 더해 공감과 서스펜스를 동시에 선사한다. 현실 스릴러와 초자연적 호러, 두 장르를 영리하게 아우르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로 불길한 상상력을 자극,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모두가 섬뜩해 할 ‘웰메이드’ 공포물의 탄생을 알린다.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자극하며 장르적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아파트 복도부터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듯한 수상한 지하실 등 현실감 넘치면서도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 구현부터 의자 끄는 소리, 발소리 등 일상 속 평범한 소리까지 소름 돋게 연출하며 영화의 서스펜스를 극대화한다.
특히 ‘소음’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주인공 주영이 청각장애를 앓고 있다는 설정은 흥미를 자극함과 동시에 차별화를 꾀하는 지점인데, 관객 역시 주영과 함께 ‘소리’가 사라진 순간의 공포를 체험하게 하며 공포감을 높인다. 눈으로 보는 소리가 이토록 섬뜩할 줄 몰랐다. 한시도 방심할 수 없다.

캐릭터 활용도 좋다. 단순히 공포를 유도하기 위한 장르적 장치로 소모되지 않는다. 동생을 찾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리는 주영, 층간소음으로 고통에 시달리다 한순간 사라진 주희, 사라진 주희의 남자친구 기훈, 층간소음으로 자매를 괴롭히는 504호 남자 근배, 아파트의 비밀을 숨기고 있는 804호 주민 정인, 아파트 재건축만이 목표인 부녀회장 등 주요 인물부터 짧게 등장하는 캐릭터까지 누구 하나 존재감 없는 이 없고 모두가 공감 가고 모두가 의심을 부르며 몰입을 뗄 수 없게 한다.
배우들도 안정적인 연기로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인다. 이선빈은 주영으로 분해 극의 중심을 단단히 이끄는 것은 물론, 날이 갈수록 예민하고 피폐해지는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몰입을 더하고 김민석은 사라진 주희를 찾기 위해 수상한 아파트에 발을 들이게 되는 기훈으로 분해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한수아는 사라진 동생 주희 역을 맡아 광기 어린 눈빛과 남다른 아우라로 등장하는 모든 순간 관객의 시선을 붙잡고 류경수는 주영, 주희 자매의 수상한 이웃으로 분해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수상한 이웃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섬뜩한 존재감을 뽐낸다. 전익령(정인 역)과 백주희(부녀회장 역)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김수진 감독은 “소리의 표현에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인 만큼 소리의 재미를 극장에서 만끽했으면 좋겠다”며 “‘노이즈’가 극장에서 봐야 하는, 극장에서 볼 때 훨씬 재밌는, 극장에서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러닝타임 93분, 오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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