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결과도 결과였지만, 너무나도 많은 숙제를 남긴 경기였다.
두산 베어스는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팀 간 시즌 8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5-13으로 완패했다.
두산은 올 시즌에 앞서 리빌딩과 성적까지 두 마리 토끼 사냥을 목표로 삼았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허경민의 잔류를 이끌어내지 못하게 되자, 두산은 내·외야 전반에 변화를 줬다. 허경민의 이탈로 생긴 주전 3루수 자리엔 강승호, 강승호의 이동으로 생긴 2루와 유격수 자리엔 박준영, 이유찬, 오명진, 박지훈, 박준순 등 여러 선수들의 경쟁을 유도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두산은 지난해 겨울 '신인왕' 출신의 정철원과 내야수 전민재를 롯데 자이언츠로 떠나보내면서, 외야수 김민석과 추재현을 영입했는데, 이또한 외야에 변화를 주겠다는 확실한 의사였다. 건강한 양의지가 포수 마스크를 쓴다면, 김재환을 지명타자로 돌리고, 좌익수 자리에 김민석과 추재현, 김인태, 조수행 등이 경쟁을 펼치는 것이 베스트 시나리오였다.
'젊은피'의 수혈을 통해 활기를 불어넣고, 수비력과 공격력을 모두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시즌은 두산이 구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2루수로 매년 발전을 거듭하던 강승호가 3루로 이동한 뒤 극심한 부진에 빠지게 되면서, 내야에서는 모든 톱니바퀴가 어긋났다. 문제는 내야만이 아니었다. 두산은 젊은 외야수들을 주전으로 키우려 했으나, 젊은 선수들이 끝내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서, 결국 주전 좌익수 자리는 김재환이 꿰차게 됐다.
그래도 두산은 이승엽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리빌딩과 유망주 육성에 많은 노력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두드러지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두산의 수비는 너무나도 불안하다. 이승엽 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기 전까지 수비(실책 43개, 5위)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젊은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한 탓일까, 조성환 감독 대행 체제는 조금 다르다.


두산은 6월 3일부터 22일 경기 종료 시점까지 실책이 무려 15개로 2위에 올라 있다. 6월만 놓고 보면 16개로 KIA와 공동 1위. 조성환 대행은 지난 4일 KIA전에서 4실책으로 자멸한 뒤 "나도 수비코치를 오래 해서 실책에 아주 감정 이입이 많이 되는 편이다. 플레이를 하다가 나오는 실책은 있을 수 있다. 다만 반복이 되지는 말아야 된다. 실책에 민감한 부분이 있어서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실수가 최대한 반복되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으나, 수비력은 쉽게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특히 22일 경기에서도 수비에서 너무나도 아쉬운 실수들이 많이 나왔다. 0-1로 뒤진 1회말 무사 1, 3루에서 선발 최승용이 문보경을 상대로 2루수 방면에 땅볼을 유도했다. 워낙 빗맞은 타구였기에 2루로 향하던 선행 주자를 지워낸 것이 다행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유찬이 무리하게 1루로 던진 공이 빠지게 됐고, 2루 주자였던 김현수가 너무나도 편하게 홈을 밟는 상황을 제공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21일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발등을 맞고 교체됐던 여파였을까. 계속된 1회말 1사 1루에서는 문성주가 좌익수 방면의 파울 플라이성 타구를 김재환이 잡아내지 못했고, 결국 최승용은 문성주에게 안타를 맞았다. 게다가 0-4로 뒤진 2회말 1사 1루에서는 오스틴 딘이 친 타구가 이번에는 김재환의 글러브를 맞고 튀는 2루타로 이어졌다. 머리 위로 넘어가는 어려운 타구였지만, 좌익수 경험이 많은 김재환이라면 처리를 해줄 수 있었던 타구였다. 김재환의 얼굴에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1-10으로 뒤진 6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동원이 친 파울 플라이성 타구에는 포수 김기연과 1루수 김민혁 그 누구도 콜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서, 볼을 잡지 못하는 장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두산은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으나, 아쉬운 모습들을 연발했다.

KBO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밟았던 때 두산은 그 어떤 팀보다 수비력이 좋았다. 하지만 최근 두산의 수비는 너무나도 불안하고, 플레이에 디테일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21일 경기에서는 행운이 따랐지만, 이유찬의 런 다운과 김민석이 견제사로 아웃되는 상황은 '디테일 부족'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올해 당장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발전을 위해선 패배 속에서도 분명한 수확들이 있어야 한다. 무작정 숙제만 남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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