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이란 의회가 미국의 핵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는 4% 넘게 급등해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고, 수출입 물류망과 원자재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주요 기업들은 비상 대응에 나섰다.
이란 의회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는 미국이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 핵심 핵시설 세 곳을 정밀 타격한 데 따른 보복 조치다.
현재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최종 승인만 남아 있으며, 실제 봉쇄 조치가 이뤄질 경우 세계 에너지 시장은 또 한 번의 오일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여파는 즉각 시장에 반영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4.23% 상승한 배럴당 76.96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4.25% 급등해 80.28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가 8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 1월 이후 처음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잇는 전략 요충지로, 하루 평균 2000만배럴 이상의 원유가 이곳을 거친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35%, 액화천연가스(LNG)의 33%가 이곳을 지난다.
한국의 경우 중동산 원유의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며,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가 이 해협에 의존하고 있다.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조달 차질과 비용 급등에 직면하게 된다.
산업계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정유사는 유가 급등 시 달러 결제 구조로 인해 수입 원가가 크게 늘어난다. 석유화학업계는 수요 둔화와 원재료 가격 상승이 동시에 겹치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해운업계 역시 중동 항로의 우회가 불가피해질 경우 운임과 보험료 상승이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제조업 평균 비용은 0.67% 늘어난다.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남호 2차관 주재로 종합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원유·LNG 도입 상황과 중동 해역을 운항 중인 한국 선박의 안전 여부를 점검했다.
기획재정부도 이형일 1차관 주재로 관계기관 비상대응반 회의를 개최해 금융·수출입·물류 영향 등을 24시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비축유 200일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국내 선사들도 중동 리스크에 대비해 우회 항로를 검토 중이다.
정유업계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선 다변화에 나섰다. 기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외에도 미국 셰일오일이나 북해, 서아프리카산 원유 등으로 대체 조달을 검토 중이며, 일부 업체는 과거 이란 제재 당시 확보한 수입선 활용을 다시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공급망 유연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산유국과의 협력을 확대해 왔다"며 "다만 단기간 내 대체 물량 확보에는 한계가 있어 국제 유가 급등이 장기화할 경우 원가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해운업계도 정부와 협의체를 구성해 비상 대응에 착수했다. 국내 주요 선사들은 이란과 이스라엘 해역을 피하는 우회 항로를 시뮬레이션하고 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해 운항 일정 재조정과 보험 리스크 분산 전략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우회 항로나 보험 증액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장기화되면 물류망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당분간은 상황 변화에 맞춰 긴밀하게 대응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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