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 입법 리포트’는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기획기사 코너입니다. 법안의 주요 내용과 쟁점을 분석하고, 통과 시 국민에게 가져올 변화를 알기 쉽게 전달합니다. 이 코너를 통해 독자들이 법을 더 잘 이해하고, 법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전해지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내란 사건의 주요 피고인들이 무더기로 풀려날 전망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켰던 내란 주도 세력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하지만 피고인들의 1심 재판이 지연되면서 법적 구속기간인 6개월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구속기간이 만료하면 피고인들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며, 증거 인멸이나 공범 간 범죄회피 모의 등 내란 재판에 심각한 영향을 줄 우려가 제기된다.
◇ 형소법 개정… 중대범죄 구속기간 연장 필요
형사 피고인의 구속기간 제한 제도에 관한 논란은 내란 재판인의 피고인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조건부 보석’ 결정이 내려지면서 시작됐다. 김용현 피고인은 이달 26일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김용현 피고인에게 △출석·출국 제한 △증거인멸 금지 서약서 제출 △주거 제한 △보증금 1억원 등이 포함된 ‘조건부 보석’을 허가했다.
이에 김용현 피고인 측은 “보석 조건이 위헌·위법하다”라며 “같은 날(16일) 항고 및 집행정지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김용현 피고인은 구속기간 동안 두 번이나 보석을 청구했지만 본인이 돌연 취소하며 “부하 장병들이 나가기 전까지는 보석으로 나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 다시 ‘조건부 보석’ 결정을 하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김용현 피고인의 이번 항고와 관련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구속기간 만료에 따른 조건 없는 석방을 노린 전략”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사회 단체 등에선 내란 혐의 피고인들에 대한 강한 비판과 함께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 제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여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빠른 대응에 나섰다. 서영교·이성윤·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19일 이틀간 내란·외환의 죄를 저지른 피고인들의 최대 구속기간을 늘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 했다.
일명 ‘김용현 방지법’은 내란·외환의 죄는 헌법의 기본질서를 침해해 국가의 안전과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로서, 그 어떤 범죄보다 중대하며 침해 피해가 크기 때문에 피고인이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현행법은 구속기간은 2개월로 하며,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한해 심급마다 2개월 단위로 2차에 한해 갱신할 수 있다. 다만 상소심은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3차까지 갱신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92조) 즉 △1심 6개월 △2심 6개월 △3심 8개월이 최대 구속기간으로 적용돼왔다. 서영교·이성윤·박희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내란·외환의 죄에 한해 각 심급의 구속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다만, 이성윤 의원은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될 경우 보석과 같은 조건을 붙일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공범과 접촉 금지 등 ‘조건부 보석’ 결정과 같은 일정 조건을 붙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박희승 의원은 구속기간을 연장하는 조건을 좀 더 완화했다. △형법상 내란·외환의 죄를 범한 때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때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있는 때 △주요 증거의 조사, 피고인의 정당한 사유 없는 기일 불출석, 관련사건 병합 등으로 추가 심리가 필요한 때 △피고인이 보석조건을 위반해 재구속된 때 등에 한해 구속기간을 1심 최대 12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10개월이 되도록 했다.
구속기간 제한제도는 제정 형사소송법에서부터 도입된 제도다. 일제강점기 시절 장기간의 미결구금의 폐해를 겪은 입법자들이 해방 직후, 사회 혼란 속에서 계속되는 강압수사와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신속한 재판을 통해 극복하기 위한 조치였다. 제도 도입 이후 70여 년간 피고인의 미결구금 장기화를 방지하고 신속한 재판을 실현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변화로 인해 형사재판의 구속기간 제한제도는 법조인들 사이에서 충실한 증거조사를 제약하고 피고인의 공격·방어권 행사를 사실상 제한하는 등의 한계가 존재하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돼왔다. 박희승 의원실에 따르면 사법행정자문위 설문 결과에서 법관 55.4%가 심급 중 전부 또는 일부에서 최대 구속기간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영교 의원은 “재판이 종결되기 전 내란죄 관련자들이 석방될 경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내란·외환죄는 대한민국 체제를 무너뜨리는 범죄로서 매우 위험하고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피고인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수사가 이뤄져야 하므로 구속기간 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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