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나성범 돌아오면 최원준도 안심 못한다…호령존이란 별명을 폐기해야 하나, 30세에 인생역전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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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령/KIA 타이거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호령존이란 별명을 폐기해야 하나.

KIA 타이거즈 외야수 김호령(30)에겐 2015년 입단 후 오랫동안 ‘호령존’이란 별명이 따라붙는다. 말 그대로 김호령만의 존이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수비범위가 넓다는 칭찬이다. 실제 김호령이 데뷔 후 10년간 프로에서 살아남은 비결은 넓은 수비범위다. 빠른 발을 앞세워 어지간한 타구를 능숙하게 처리한다.

김호령/KIA 타이거즈

그런데 김호령은 호령존이란 별명을 꼭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범호 감독과 관계자들의 얘기다. 타자라면 왜 타격에 대한 욕심이 없을까. 안타깝게도 김호령은 타격에는 재능이 다소 부족했다. 1군 통산 702경기서 타율 0.237 20홈런 133타점 246득점 48도루 OPS 0.647.

그러나 타격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호령은 2024년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타격훈련을 하다 옆구리를 다쳐 엔트리 경쟁을 해보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시즌을 접었다. 본인은 최근 인터뷰서 웃고 넘겼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을 듯하다.

올해 김호령은 예년보다 전망이 더 어두웠다. 이범호 감독이 기본적으로 김호령과 고종욱 등 베테랑 외야 백업들을 시범경기서 중용하지 않았다. 이창진이야 햄스트링을 다쳐서 어차피 못 뛰는 상황이긴 했다. 그러나 박정우와 신인 박재현을 중용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노선을 분명하게 취했다.

김호령은 실제 개막 후 한동안 1군에서 전혀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우선 주전 중견수 최원준이 극심한 침체에 시달렸다. 이우성도 동반 부진했다. 나성범은 종아리 부상으로 4월 말부터 자취를 감췄다. 외야 주전라인업이 폭싹 무너졌다.

이때 기회를 얻어 자리를 완전히 잡은 선수가 오선우다. 그리고 작년부터 김호령을 제치고 외야 첫 번째 대수비로 뛰던 박정우도 주전으로 중용됐다. 김호령은 4월 말에 1군에 올라왔으나 처음엔 기회도 얼마 얻지 못하고 열흘만에 곧바로 2군에 돌아갔다.

그런데 5월 중순에 돌아온 뒤 1달이 지난 현재, 김호령의 신분은 주전 중견수로 바뀌었다. 성적이 눈에 띄는 건 아니다. 32경기서 타율 0.256 11타점 11득점 OPS 0.693이다. 그러나 기존 수비에서의 공헌을 더하면 충분히 괜찮은 성적이다. 결정적으로 득점권에서 타율 0.381로 매우 강하다. 17일 광주 KT전서도 1회 결정적인 우측 3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박정우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게 김호령이 주전으로 자리를 잡는데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김호령에겐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법한 경쟁력이 있었다. 이범호 감독의 조언으로 오픈스탠스를 스퀘어스탠스로 바꾸면서 무리하게 바깥쪽 공을 밀어치지 않았다.

물론 우타자가 밀어치는 능력을 갖추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김호령은 컨택이 좋은 타자는 아니다. 이범호 감독은 김호령이 다리를 닫고 치면서 가운데 실투, 몸쪽 코스를 확실하게, 힘 있게 잡아당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범호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인 김호령은 최근 좌측으로 심심찮게 2루타를 뽑아낸다. 발이 빨라서 강하고 깊숙한 타구를 날리면 장타가 될 확률이 높다.

현재 KIA 외야는 김호령이 중견수로 자리잡으면서 최원준이 우익수로 뛴다. 오선우, 이창진까지 주력 멤버이고, 박재현이 뒤를 받친다. 반면 이우성은 2군에서 정비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나성범과 박정우는 후반기에 돌아온다.

김호령/KIA 타이거즈

나성범이 후반기 어느 시점에 돌아오면, 결국 최원준과 김호령이 중견수를 놓고 자리다툼을 할 수밖에 없다. 나머지 코너 한 자리는 오선우와 이창진의 몫이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지금 페이스, 성적을 보면 김호령이 최원준을 밀어내는 게 맞다. 김호령이 이 좋은 페이스를 오랫동안 가져갈 수 있다면 주전 한 자리를 완전히 꿰차는 것도 꿈은 아니다. 데뷔 10년만에 인생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어쩌면 호령존이란 별명을 폐기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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