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삼양·파마리서치, 인적분할로 ‘기업가치 재평가’ 승부 거는 제약바이오 왜?

마이데일리
삼양디스커버리센터 전경. /삼양홀딩스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이 잇따라 인적분할에 나서고 있다. 사업 부문을 분리해 각자 전문성을 강화하고, 신설법인 상장으로 자금 조달과 기업가치 재평가를 노리는 전략이다.

1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파마리서치, 삼양바이오팜,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인적 분할로 신설됐다.

파마리서치는 앞서 13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 에스테틱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을 분리하는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존속법인은 ‘파마리서치홀딩스’로, 신설법인은 ‘파마리서치’로 명명된다. 파마리서치는 피부미용 제품 '리쥬란'으로 유명하다.

파마홀딩스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자회사 관리 및 전략적 투자에 집중하고, 신설되는 파파마리서치는 의료기기, 의약품, 화장품 등 에스테틱 사업의 본격적인 성장에 주력하게 된다. 분할 비율은 파마리서치홀딩스 0.7427944, 파마리서치 0.2572056이며, 분할 기일은 오는 11월 1일이다.

이번 분할은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하고, 글로벌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적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파마리서치는 이와 함께 보유 자사주 전량을 오는 20일 소각하기로 결정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파마리서치는 사업 확장과 기업 승계를 위해 경영 구조 재편을 추진해왔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손지훈 휴젤 전 대표를 단독대표로 영입했고, 창업자 정상수 파마리서치 이사회 의장의 장남 정래승씨도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장녀 정유진 이사는 지난 2023년 3월 사내이사를 맡아 해외 허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삼양그룹 지주사 삼양홀딩스도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삼양홀딩스는 지난 5월 30일 삼양바이오팜을 신설해 바이오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고, 기존 주주는 지분율에 따라 양사 주식을 배정받는다.

지주사 역할에만 집중할 삼양홀딩스는 엄태웅 대표가, 의약바이오 전문사업을 맡을 삼양바이오팜은 김경진 대표가 각각 이끈다. 신설 법인은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하고, 같은달 24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양그룹은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항암제 중심 의약사업 포트폴리오도 빠르게 확장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유전자 전달체 기술인 ‘SENS’ 플랫폼 개발에 나서며 차세대 치료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는 그동안 바이오팜 부문이 산업 내 높은 기술력과 점유율을 보유했음에도 지주사 내 사업 부문으로 존재해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정체성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선택적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시장에서 의약바이오사업에 대해 가치평가를 다시 받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할 전후 지배구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완전히 분리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분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 기업으로 남고,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시밀러 전문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가 삼성에피스홀딩스 대표이사직도 겸임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 중 17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화이자, MSD(머크), 로슈, 아스트라제네카, 노바티스, GSK, 일라이릴리 등 이른바 '빅파마'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위탁생산를 맡길 때 가장 큰 걸림돌은 계열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존재였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판매하는 에피스 사업 특성상,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들은 자사 기술이나 제조 노하우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회사는 이번 인적분할로 CDMO 고객사와 바이오시밀러 간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하고, 각 사업 독립성과 전략 수행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할 비율은 0.6503913대 0.3496087이며, 10월 1일 신설 법인 출범 후 10월 29일 양사 상장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할 이후 ‘글로벌 톱티어 CDMO’를 목표로 삼고, 항체·약물접합체(ADC), 유전자 치료제(AAV), 사전충전형 주사기(PFS) 등 신사업 분야에도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20종 이상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보를 통해 세계 1위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업계에선 기술과 시장 특성이 다른 사업을 독립시켜, 각 사업의 전략적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인적분할을 선택하는 추세라고 보고 있다.

다만 모든 인적분할이 시장에서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지배력 강화, 경영권 방어, 분식적 가치 부풀리기 등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실제로 파마리서치의 경우, 분할 발표 당일 주가가 17%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김충현 미래에셋 애널리스트는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분할된 모든 회사의 지분을 동일 비율로 보유하게 되므로, 주주 입장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설 법인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비주력 또는 비우량 사업부문 분할 시 신설 법인의 주가가 상장 직후 급락할 수 있고, 모회사의 자산 및 수익원이 분리되면서 재무구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분할 이후 신설 법인의 재상장 성과와 주주가치 제고 조치가 얼마나 실행되느냐에 따라 시장 신뢰가 갈릴 수 있다"며 "투명한 구조와 책임 경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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