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이제 믿을 것은 장자뿐입니다

뉴스밸런스

 

 

[북에디터 박단비] 어느 날, 꼰대가 사라졌다.

 

언젠가부터 지나친 잔소리를 하는 나이 많은 사람을 ‘꼰대’라 부르기 시작했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보다는 참견하고 싶어서, 괴롭히기 위해서 거친 조언을 하는 사람을 주로 그렇게 불렀다. 날이 갈수록 꼰대와 젊은이 사이 갈등은 심각해졌다. 결국 젊은이는 그들이 입을 열 때마다 ‘꼰대세요?’라는 물음을 던져 그들을 멈춰 세울 수 있었다.

 

젊은이의 대응은 보기 좋게 먹혔다. 꼰대가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젊은이 눈치를 보며 입을 봉쇄했다. 그들은 더 이상 적극적으로 젊은이와 대화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작용 역시 있었다. 옆에 있던 ‘어른’도 덩달아 입을 다물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 사회에는 꼰대와 어른이 모두 사라졌다.

 

그때부터였다. ‘마흔에 읽는 공자’, ‘50이면 노자를 이해할 나이’와 같은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간 이런 책은 항상 관심 밖이었다. 올드한 표지,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나이 제한. 더구나 오래전 흙이 되어 사라진 잔소리꾼 어른이 아니어도 이미 주변엔 나를 위해 조언해 줄, 바른길로 인도하기 위해 잔소리를 해줄 살아있는 어른이 충분히 많았다.

 

이젠 꼰대도 어른도 사라졌다. 그러나 내게 다가올 시련,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나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꼰대든 어른이든, 그들이 툭툭 던지는 힌트로 답을 찾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그들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른이 사라진 세상, 우리는 얼굴도 잘 모르는 옛 성현의 말을 뒤적이며, 닥친 어려움을 이겨낼 힌트를 찾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임신, 출산, 육아로 인생의 새로운 막이 열려 답답하고 어지러웠던 나는 급히 서점을 뒤졌다. 그렇게 이 책을 찾아냈다. <삶이 흔들릴 때 장자를 읽습니다>.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표지 안에 2500여 년간 많은 사람에게 깨달음을 주었던 장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그의 이야기를 친히 씹어 먹여주는 저자 김훈종 PD도 믿음직스럽다. 

 

20여 년 동안 방송국 PD로 지내며 시청자에게 쉽고 재밌게 설명해 주는데 도가 튼 전문가다. 한자와 어려운 고어(古語)로 가득한 장자의 말을 누구든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기억하고 싶은 장자의 글귀는 필사할 수도 있다. 책 매 장 말미에 원문 필사면을 마련했다. 직접 원문을 따라 쓰다 보면 어지럽던 문제들이 가벼이 내려앉고, 마음 깊이 장자 글귀가 자리를 잡는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마주한 문제를 풀어낼 실마리도 보일 테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라는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춘풍(持己春風)해야 한다. (본문 중)

 

이 책을 읽으면 현명한 장자의 조언과 더불어 저자에게 '자신을 대할 때도 봄바람처럼 관대하라(持己春風)'와 같은 위안도 선물받는다.

 

과거는 반복되고, 사람 사는 건 비슷하다. 게다가 젊든 나이 들었든, 우리는 여전히 조언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먼저 삶을 살았고, 그중에서도 특별히 현명하며,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옛 어른의 이야기에서 함께 삶의 힌트를 찾아보자. 

 

장자 선배, 잔소리 좀 부탁드립니다!

 

|북에디터 박단비.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Copyright ⓒ 뉴스밸런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홍대스트리트북스] 이제 믿을 것은 장자뿐입니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