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G7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추진됐던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결국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지는 중동 상황을 이유로 조기 귀국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조속한 기간 내 한미 회담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일단은 확정된 한일 정상회담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6일(현지시각) 캐나다 현지 브리핑에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갑자기 귀국하게 됐기 때문에 내일로 예정됐던 한미 정상회담은 어렵게 됐다”며 “아마 이스라엘-이란 군사적 충돌 문제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미국 측도 급박하게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결정 이후 한국에 양해를 구하는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결례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호주 총리와 회담을 갖고 본격적인 정상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이와 동시에 한미·한일 정상회담도 진행할 예정이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은 관세 및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중요한 현안이 얽혀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상들이 회동한다면 실무적 협상을 추동하는 동력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당초 15일부터 17일까지 캐나다에 머물 예정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귀국을 결정하면서다. 귀국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SNS에 “모두가 즉각 테헤란에서 대피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또 다른 게시물을 통해서는 “휴전보다 훨씬 큰 문제”라며 중동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양국 정상이 지난 6일 통화에서 ‘조속한 만남’을 갖자는데 공감대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만남이 불발된 데 대해 대통령실도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의 상호 관세 유예 조치가 내달 7일 종료를 앞둔 상황이어서 협상의 동력을 마련할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정상회담이 있었으면 조금 더 추동력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게 되지 않았다”며 “실무 협상과 장관급 협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 한미 정상, 나토(NATO)서 만날까
대통령실은 가장 빠른 계기에 한미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상되는 시점은 오는 24일부터 25일까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NATO) 정상회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께서) NATO를 가시게 된다면 그렇게 될 공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나토 참석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조속한 회담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미 정상회담은 불발됐지만, 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양 정상은 지난 9일 통화에서 상호 존중과 신뢰, 책임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보다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관계를 만들어 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한미일 협력의 틀 안에서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하자고 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발전하는 한일 협력 관계, 한미일 안보협력을 기본 축으로 한 양국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과거사 문제’가 될 전망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측근인 나가시마 아키히사 총리보좌관이 최근 한국을 방문해 단기적 이해득실에 얽매이지 말고 양국의 장기적 전략 이익을 잊지 말아야 한다거나 과거 합의를 최대한 존중하고 후퇴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의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좌관이 갖고 있는 개인적 견해”라고 일축했지만, 양국 정상 간 만남을 앞두고 복잡한 한일관계의 실타래가 이미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점을 간과할 순 없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관계는 중요한 부분인데 과거사로부터 오는 미묘한 문제도 있고 현재와 미래를 향해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도 있다”며 “과거사 문제를 잘 관리해 나가면서 협력을 증진해 나간다는 방향으로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일 간 여러 문제가 있고 현안에 대한 이견도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건설적으로 끌고 감으로써 선순환 분위기 속에 이견도 더 쉽게 조정할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가자는 방향으로 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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