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더발리볼 = 김희수 기자] 네덜란드가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아히의 경기력에는 복합적인 평가가 뒤따를 듯하다.
네덜란드가 14일(이하 한국 시간) 중국 시앙 취장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치러진 2025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남자부 1주차 경기에서 중국에 1-3(19-25, 20-25, 25-13, 17-25)으로 패했다. 시차 적응 겸 동양권 팀과의 경기 경험 확보를 위해 한국을 찾아 평가전을 치르기도 했던 네덜란드지만, 정작 그 경험을 쌓은 이유와도 같았던 중국전에서 좋지 않은 경기력으로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 경기에서 한국 팬들의 시선을 끌만했던 선수는 다음 시즌 삼성화재에서 뛸 예정인 네덜란드의 아포짓 미힐 아히였다. 한국과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도 모두 주전으로 나서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아히는 이날도 선발로 나섰지만, 경기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1세트부터 공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가운데 주심에게 과한 항의를 하다가 경고까지 받았다. 서브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고, 팀 역시 중국에 짓눌리며 열세에 놓였다.
그렇게 중국의 우위 속에 세트가 중반부로 접어들었고, 아히는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특히 12-15에서는 어택 커버 이후 호쾌한 백어택을 터뜨리며 포효했고, 해설진 역시 ‘Lovely Opposite’이라는 표현으로 아히의 공격을 칭찬했다. 그렇게 아히와 함께 네덜란드의 팀플레이까지 살아나나 싶었지만, 중국이 이후 리드를 놓치지 않았고 24-19에서 베니 튄스트라의 서브 범실로 중국이 1세트를 가져갔다. 범실 관리에서 9-1까지 뒤처진 네덜란드는 아히가 팀 내 최다인 4점을 올렸지만 1세트 완패를 피하지 못했다.

아히는 2세트 4-4에서의 첫 서브를 범실로 시작했다. 범실 직후의 표정은 뭔가가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공격에서도 중국의 전위 높이에 고전하며 결정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중국은 침체된 네덜란드를 상대로 또 한 번 우위를 점했고, 홈팬들의 엄청난 응원을 등에 업고 리드를 유지했다.
아히를 포함한 공격수들이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자 네덜란드는 13-17에서 아히와 베셀 키밍크를 모두 빼며 더블 스위치를 시도했지만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2세트도 20-25로 패했다. 아히는 세트가 끝날 때까지 웜업존을 지켰다.
3세트가 시작되면서 아히도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전체적인 네덜란드의 팀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했다. 루크 반 더 엔트의 다이렉트 공격 미스와 튄스트라의 후위 공격자 반칙이 초반부터 나왔다. 그러나 톰 쿱스-튄스트라 OH 듀오가 공격 컨디션을 끌어올리면서 앞선 세트와는 달리 근소한 우위를 먼저 점했다.
여기에 중국의 범실까지 겹치자 네덜란드가 이날 경기 들어 가장 좋은 흐름을 탈 수 있었다. 14-9에서 터진 반 더 엔트의 블로킹으로 6점 차까지 달아난 네덜란드는 완벽히 중국을 압도하며 3세트를 25-13으로 따냈다. 다만 아히는 3세트 무득점에 묶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4세트는 초반부터 양 팀의 수비 집중력이 상당했다. 한 번에 점수가 나야 할 상황이 계속 길어졌다. 아히는 이 상황의 피해자였다. 좀처럼 득점포를 다시 가동하지 못했다. 침묵을 깬 것은 5-7에서였다. 키밍크가 제공해준 노 블록 상황을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이 득점으로 혈이 뚫린 아히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좋은 공격을 이어가며 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중국도 장 추안이 맹공을 퍼부으며 팽팽하게 맞섰고, 4세트는 이날 경기 중 가장 치열한 세트로 전개됐다. 아히는 계속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앞선 세트의 아쉬움을 풀었지만, 다른 쪽에서의 득점 지원이 충분치 않았다. 그러던 중 중국이 16-15에서 리 용젠의 블로킹과 다이렉트 공격, 위 위안타이의 반격까지 엮어 단숨에 4점차로 달아났다. 이후 블로킹으로 세트 후반부를 장악한 중국은 25-17로 4세트를 가져가며 승점 3점을 챙겼다. 아히는 4세트에 60%의 공격 성공률로 6점을 터뜨렸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아히의 최종 기록은 13점‧공격 성공률 57%였다. 팀이 진 경기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준수한 기록이다. 다만 1-4세트와 2-3세트의 경기력이 너무 달랐던 점은 약간의 불안 요소였다. 또한 서브에서 득점 없이 범실만 5개를 저지르며 서브 효율 –38%를 기록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과연 삼성화재와 김상우 감독은 이 경기에서 아히의 플레이를 어떻게 지켜봤을지도 궁금해진다.
아히와 네덜란드의 다음 경기는 15일 12시 30분에 치러지는 일본과의 경기다. 또 한 번의 동양권 팀과 치르는 경기에서 아히와 네덜란드는 보다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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