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김혜성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오랜 기간 몸담았던 LA 다저스를 떠나게 되더니, LA 에인절스로 이적한 뒤 결국 반등하지 못하고 왼손 골절상까지 당했다. 참 안 풀리는 크리스 테일러다.
'MLB.com은 12일(한국시각) "크리스 테일러가 왼손 골절로 부상자명단(IL)에 등재됐다"고 전했다. 테일러의 이탈로 로스터에 자리가 생긴 에인절스는 며칠 전까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이정후와 한솥밥을 먹었던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를 콜업했다.
테일러는 지난 201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161순위로 시애틀 매리너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4년 처음 빅리그에 콜업됐고, 2016시즌 중 다저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시애틀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테일러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2017시즌부터였다.
테일러는 140경기에 출전해 148안타 21홈런 72타점 85득점 타율 0.288 OPS 0.850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찼고, 2018시즌의 경우 성적이 떨어지긴 했으나, 17개의 아치를 그리는 다저스의 월드시리즈(WS) 우승에 힘을 보탰다. 게다가2020시즌 테일러는 56경기에서 50안타 8홈런 32타점 30득점 타율 0.270 OPS 0.842로 반등했고, 다저스에서 두 번째 월드시리즈 반지도 꼈다.
특히 테일러는 2021시즌 2021시즌 148경기에서 129안타 20홈런 73타점 92득점 타율 0.254 OPS 0.782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남겼고, 시즌이 끝난 뒤 4년 6000만 달러(약 814억원)의 계약까지 품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계약 직후 테일러의 성적은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1루수와 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슈퍼 유틸리티'가 테일러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올해 김혜성이 입단하면서 그 장점마저 사라졌다.


김혜성은 지난달 4일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맞대결에 앞서 처음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이후 대수비, 대주자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더, 선발로 기회를 주자 펄펄 날아다녔다. 김혜성이 좋은 활약을 펼칠수록 테일러의 입지는 좁아졌고, 당초 다저스는 토미 에드먼이 발목 부상을 털어내고 복귀할 때 김혜성을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계획이었으나, 생각을 바꾸고 테일러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기로 결정했다.
결국 다저스의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테일러는 방출대기 신분에 놓였으나, 그래도 지난달 27일 LA 에인절스와 손을 잡으며 현역 커리어를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에인절스에서도 10경기 6안타 1홈런 3타점 타율 0.200 OPS 0.694로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급기야 부상까지 찾아오게 됐다.
테일러는 지난 10일 애슬레틱스와 맞대결에서 8회 애슬레틱의 타일러 퍼거슨의 94.7마일(약 152.4km) 패스트볼에 왼손을 강타당했다. 당시 테일러는 교체되지 않고 경기를 끝까지 소화했으나, 경기가 종료된 후 X-레이 검사에서 왼손 골절이 발견됐다. 현재 테일러는 10일 부상자명단(IL)에 이름을 올렸으나, 복귀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MLB.com'에 따르면 론 워싱턴 감독은 "테일러는 운이 없었다. 계속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한숨을 내쉰 뒤 "이제 테일러가 할 수 있는 것은 회복뿐이다. 야구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성에게 밀려난 것도 서러운 상황에서 새로운 팀에서 반등을 노렸지만, 왼손 골절까지 당한 테일러의 올 시즌이 참 안 풀리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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