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를 대표하는 ‘다이어리 명가’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양지사는 지난 10일 ‘주요사항 보고서’를 공시했습니다. 자사주 처분 결정을 알린 공시인데요. 큰 규모의 처분은 아니지만, 자사주가 화두로 떠오른 시기인데다 양지사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작지 않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공시입니다.
양지사의 자사주 처분 공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양지사는 27만주의 자사주를 처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처분 가격은 8,700원으로, 처분 결정일인 10일 종가입니다. 총 23억4,900만원 규모죠.
처분 상대는 명지문화입니다. 명지문화는 양지사의 계열사도 아니고, 지분보유 관계도 없지만 특수관계로 분류됩니다. 대주주가 동일하기 때문이죠. 양지사와 명지문화 모두 창업주인 이배구 회장이 최대주주이고, 두 아들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자사주 처분 규모가 큰 건 아닙니다. 지분 기준으로 1.69%인데요. 이에 양지사 측은 “처분 예정 자사주는 발행주식총수의 1.69%로 주식가치 희석효과 미미하다”고 밝히고 있기도 합니다.
양지사의 자사주 처분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시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파면, 조기대선 등의 극심한 혼란을 거쳐 최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선거 과정에서 상법 개정 등 적극적인 개혁을 통한 주식시장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습니다.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거래소를 찾아 간담회를 여는 등 강력한 이행 의지를 보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건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는 바로 ‘자사주 소각 의무 제도화’인데요. 이에 자사주가 주식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증권사나 자사주 보유 비중이 큰 상장사들이 주목받으며 주가가 들썩이기도 했습니다.
기업이 보유 중인 자기주식을 의미하는 자사주 주주가치와 직결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 가치가 그대로인 가운데 유통주식수를 감소시켜 통상 주가 상승 요인으로 여겨집니다. 자사주엔 의결권이 없어 기존 주주들의 의결권이 커지는 효과도 있죠. 나아가 자사주 소각은 역시 기업 가치가 그대로인 가운데 발행주식총수가 줄어들어 주당 가치를 실질적으로 상승시키게 됩니다.
다만, 보유 중인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은 채 주주가치 제고를 외면하거나 이를 경영권 방어 및 승계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불만이 제기되는 일이 끊이지 않았죠. 결국 주주가치 제고가 강조되는 시대흐름과 맞물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이어지게 된 모습입니다.
양지사의 이번 자사주 처분 결정은 이 같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과 배치됩니다. 때문에 실제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사주 처분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자사주 처분의 목적에도 다소 물음표가 붙습니다. 양지사는 시대변화 흐름 속에 대체로 부진한 실적을 이어오고 있으나 재무적인 측면은 안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재무 운용으로 무차입 경영을 지키고 있고, 유동성도 충분한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자사주 처분을 통해 양지사가 큰 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양지사는 자사주 처분 목적을 ‘기업 운영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 처분 이후에도 양지사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12.35%로 적지 않은 수준입니다. 양지사는 최대주주 측 보유 지분이 67.76%이고 여기에 자사주까지 더하면 80%를 훌쩍 넘겨 ‘품절주’로 평가돼왔습니다. 이번 자사주 처분도 특수관계사에 넘기는 것인 만큼 이러한 구조에 변화가 없죠. 이런 가운데,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처분이든 소각이든 자사주를 둘러싼 추가적인 결정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양지사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양지사 ‘주요사항 보고서(자기주식처분 결정)’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506100004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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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6. 10.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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