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안보·기후위기 시대, 버릴 ‘열’은 없다

시사위크
 에너지 절약, 환경 보호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열병합발전’이 다시금 주목받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에너지 절약, 환경 보호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열병합발전’이 다시금 주목받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인공위성, 우주항공, 로봇, 전기차 등 ‘첨단과학기술’의 시대는 이제 우리 일상이 됐다. 때문에 원활한 전기에너지의 공급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절약, 환경 보호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 마련도 필요하다.

최근 ‘열병합발전’이 다시금 주목받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열병합발전은 에너지 활용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말 그대로 에너지의 ‘재활용’이 가능해서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믹스 정책 시행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열병합발전과 재생에너지의 융합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열병합발전, 에너지효율과 온실가스 감축 ‘일석이조’

열병합발전(CHP)란 하나의 연료를 사용해 2종류의 에너지를 동시에 생산하는 발전시스템이다. 즉, 엔진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이때 발생하는 폐열(버려지는 열)을 이용해 난방, 급탕에 사용하는 에너지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열병합발전이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 방법은 ‘집단에너지’다. 집단에너지란 고효율의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된 열을 활용해 지역에 냉·난방을 공급하는 필수 도시 기반 시설이다. 크게 △열발생설비 △전기발생설비 △열공급설비(열교환기) △열사용설비의 4가지 구성요소를 통해 운영된다.

집단에너지 운영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먼저 열병합설비(보일러 등)에 천연가스를 활용, 증기를 생산한다. 생산된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증기는 열교환기로 이동, 80~120도의 뜨거운 온수를 끓인다. 만들어진 온수는 열공급배관망을 통해 가정, 산업현장 등 사용처에 24시간 공급된다. 사용되고 남은 온수는 회수관을 통해 다시 공급시설로 돌아오게 된다.

열병합발전이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 방법은 ‘집단에너지’다. 집단에너지란 고효율의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된 열을 활용해 지역에 냉·난방을 공급하는 필수 도시 기반 시설이다./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이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 방법은 ‘집단에너지’다. 집단에너지란 고효율의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된 열을 활용해 지역에 냉·난방을 공급하는 필수 도시 기반 시설이다./ 서울에너지공사

최근 열병합발전이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는 ‘자원 절약’ 효과 덕분이다. 일반적으로 가스, 석탄 등 화력발전시설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연소열의 35%밖에 전기에너지로 변환되지 않는다. 즉, 65%의 열은 외부로 배출돼 에너지 낭비와 기온 상승을 일으킨다. 대다수 화력발전소가 해안가에 위치한 것도 이 열을 식히기 위해서다.

반면 열병합 발전을 사용할 경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미국환경보호청(EAP)과 미국에너지부(DOE)에 따르면 열병합발전은 65%에서 최대 80%까지 에너지 활용 효율 달성이 가능하다. 일반 화력발전소의 에너지효율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따르면 열병합발전은 유럽지역 내 추산되는 3,000TWh 규모의 미활용 열을 재활용 가능하다.

미국환경보호청은 “열병합발전의 연료별 에너지 효율은 천연가스 연료 보일러 80%, 바이오매스 연료 보일러 75%, 석탄 연료 보일러 83%”라며 “왕복 엔진 기반의 열병합발전의 유효 전기 효율은 70%에서 85% 사이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열병합에발전은 온실가스 감축에도 큰 도움을 준다.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DESNZ)는 “열병합발전은 전기생산과정의 부산물인 열을 포착해 활용하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일반적인 화력 발전 방법과 비교해 탄소배출량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국내서 열병합발전 기반의 집단에너지시스템은 국내 발전 공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축이 되는 곳 중 한 곳은 ‘서울에너지공사’다./ 서울에너지공사
현재 국내서 열병합발전 기반의 집단에너지시스템은 국내 발전 공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축이 되는 곳 중 한 곳은 ‘서울에너지공사’다./ 서울에너지공사

◇ 도시부터 남극까지… 극한의 에너지 ‘재활용’

이 같은 경제성·자원효율 극대화 효과 때문에 열병합발전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이후부터 열병합발전소를 다수 건설했으며 2005년 1,800MW용량을 추가 설치했다. 일본은 지난 2011년부터 가정용 소형 열병합발전기가 상용화되기도 했다.

현재 국내서 열병합발전 기반의 집단에너지시스템은 국내 발전 공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중 주축이 되는 곳 중 한 곳은 ‘서울에너지공사’다. 지난 1983년 12월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집단에너지공급사업 위·수탁 체결했다. 이후 1985년 목동열병합발전소를 개소, 국내 최초로 지역난방을 공급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더 나아가 서남집단에너지시설 건설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양천로 일대에 285MW 규모의 열병합발전소를 건설, 강서구 일대 공동주택 약 7만3,000세대와 업무시설 425개소에 공급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서울에너지공사 주도로 만들어잔 특수목적법인(SPC)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분구조는 30~40%로 공사와 동등한 수준이다. 발전사업자 참여유인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것이 공사 측 입장이다.

한국의 열병합발전은 열병합발전 시스템은 ‘남극’에서도 사용된다. 현재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선 3대의 주발전기가 가동된다. 이를 열병합발전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남극특별취재팀
한국의 열병합발전은 열병합발전 시스템은 ‘남극’에서도 사용된다. 현재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선 3대의 주발전기가 가동된다. 이를 열병합발전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남극특별취재팀
세종기지 내부에 설치된 발전기의 모습. 1대당 275k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약 100~110세대의 가정이 동시에 1시간 동안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사진=남극특별취재팀
세종기지 내부에 설치된 발전기의 모습. 1대당 275k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약 100~110세대의 가정이 동시에 1시간 동안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사진=남극특별취재팀

도시뿐만 아니다. 한국의 열병합발전은 열병합발전 시스템은 ‘남극’에서도 사용된다. 현재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선 3대의 주발전기가 가동된다. 이를 열병합발전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각 발전기는 1대당 275k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약 100~110세대의 가정이 동시에 1시간 동안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남극의 경우 연료가 한정돼 있다. 세종기지는 6개의 유류탱크를 운영하는데 개당 용량은 150톤이다. 기름 공급은 2년에 한 번만 이뤄진다. 때문에 2008년부터 기지에서는 발전기를 식힐 때 사용하는 냉각수로 열병합발전을 사용한다. 뜨거워진 냉각수에서 생긴 증기를 열교환기로 보낸 후, 기지 내 난방과 온수에 사용하는 방법이다.

현재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제38차 월동연구대 발전대원으로 근무 중인 양지훈 대원은 “고립된 남극에 위치한 세종기지는 한정된 경유, 연료를 가지고 자가발전이 필수적”이라며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하고 온실가스 배출 국제 표준을 맞추기 위해선 발전기의 냉각수에서 발생한 열을 회수해 온수,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열병합 시스템을 운영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바이오가스 등 재생에너지와 결합하면 열병합발전의 탄소배출 저감 효과는 크게 증가한다. 서울시립대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열병합발전시설에서 모두 바이오가스를 사용할 경우 온실가스는 한해 20만8,748만톤을 감축할 수 있다. 이는 소나무 약 140만그루를 심는 것과 동일한 효과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바이오가스 등 재생에너지와 결합하면 열병합발전의 탄소배출 저감 효과는 크게 증가한다. 서울시립대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열병합발전시설에서 모두 바이오가스를 사용할 경우 온실가스는 한해 20만8,748만톤을 감축할 수 있다. 이는 소나무 약 140만그루를 심는 것과 동일한 효과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 노후화 열병합, 재생에너지·AI·광섬유로 개선책도 등장

다만 열병합발전 자체는 오래된 기술이다. 때문에 기술적 발전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 효과의 경우 열병합발전 자체는 감축 효과가 뛰어나지만 사용되는 연료가 천연가스, 석탄이라는 문제는 해결 방안으로 꼽힌다.

실제로 스웨덴 린셰핑대학교 에너지시스템경영공학부 연구팀은 “열병합발전은 생산된 열과 산업 잉여열을 분배해 사용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후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열병합발전 기반의 지역난방시스템은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떠오르는 것이 ‘친환경 연료’의 사용이다. 바이오가스 등 재생에너지와 결합하면 열병합발전의 탄소배출 저감 효과는 크게 증가한다. 서울시립대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열병합발전시설에서 모두 바이오가스를 사용할 경우 온실가스는 한해 20만8,748만톤을 감축할 수 있다. 이는 소나무 약 140만그루를 심는 것과 동일한 효과다.

또한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와의 연계도 효과적이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교 연구팀은 재생에너지 기반 열병합발전시스템의 성능 평가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태양광 발전과 기존 열병합발전시스템을 융합할 경우 최대 열과 전기 공급량은 각각 68%, 70% 효율을 보였다. 

국내서도 노후화된 열병합발전시스템을 첨단기술 기반으로 개선 중이다. 서울에너지공사에서는 목동열병합발전소에 ‘환경친화설비’를 도입했다. 해당 시스템은 선택적 촉매환원(SCR)을 이용, 질소산화물 등 환경유해기체를 제거한다. 또한 ‘굴뚝원격감시체계(CleanSYS)’를 활용해 사업장 굴뚝 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및 농도를 24시간 감시해 조치한다.

아울러 최근 서울에너지공사는 ‘AI기반 열수요 예측 프로그램’을 도입도 추진 중이다. 해당 시스템은 기상청 일기예보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시간별 생산해야 하는 열 생산량을 산정한다. 또한 열 공급 압력과 온도 조절을 통한 최적 운영계획을 AI가 수립해준다. 이렇게 하면 열병합발전의 효율을 극대화해 온실가스 배출 및 전력 소모량 감소 효과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최근엔 열병합발전 업계 최초로 ‘광섬유 센서 기술’도 도입했다. 광섬유 센서를 활용해 열수송관의 실시간 온도변화 및 누수 감지가 가능하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올해 목동 공동구 일부 구간에 시범으로 감지시스템을 구축, 운영할 예정이다. 시범사업 운영 후 파급력 등을 고려해 도입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서울에너지공사는 “현재 열수요 예측 AI는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서울연구원, 서울디지털재단 및 양재 AI지원센터 등의 AI 전문가와의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며 “공사는 지난 40년간의 지역난방공급 실적을 바탕으로 빅데이터화해 프로그램의 신뢰도 및 완성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광섬유 센서 도입은 신속한 사고 인지와 대응체계를 강화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집단에너지 업계 최초로 도입하는 신기술인 만큼 업계를 선도해 나간다는데 그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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