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위기의 석화업계, 대대적 구조조정 돌입

마이데일리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롯데케미칼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수익성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중국발 저가 공세, 글로벌 수요 둔화가 맞물리자 석화업계는 결국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와 롯데케미칼은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의 통폐합을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양사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는 HD현대 자회사 HD현대오일뱅크가 지분 60%, 롯데케미칼이 지분 40%를 보유한 NCC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을 대산단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만일 협상이 현실화된다면 롯데케미칼이 대산단지 내 단독으로 보유한 설비를 HD현대케미칼로 넘긴 뒤, HD현대오일뱅크가 이에 맞춰 추가 출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석화기업들도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통합이 이뤄진다면 순차적으로 공장 매각 및 통합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부터 여수 NCC 2공장 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자산가치 산정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석화업계가 이 같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은 현재 석화업계 전반의 구조적 위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요 둔화, 중국의 자급률 확대, 여기에 중동까지 석유화학 산업에 진출하면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올해 1분기 HD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9.8% 감소한 311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영업손실 1266억원으로, 6분기 연속 적자가 진행 중이다. 에쓰오일은 영업손실 21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으며, SK이노베이션도 영업손실 44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GS칼텍스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한 1161억원을 달성, LG화학은 4470억원 영업이익을 냈지만 석화부문에선 565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LG화학 여수공장 전경./LG화학

장기 불황에 다른 석화 기업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LG화학은 10년 넘게 유지해온 수처리 필터(워터솔루션) 사업을 처분한다. LG화학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첨단소재 사업본부 내 워터 솔루션 사업을 사모펀드(PEF)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1조40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지난 2023년 청주공장을 증설하며 향후 5년 내 사업을 2배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수립했으나, 본 사업인 석유화학 분야의 부진이 길어지자 재무구조 강화에 힘을 쏟기로 결정했다.

에쓰오일은 최근 실적 부진을 이유로 신입사원 채용 절차를 전면 중단했다.

에쓰오일은 지난달 소매영업직 직군의 신입사원을 두 자릿수 규모로 공개 모집했다. 에쓰오일은 채용 절차에 따라 같은 달 4일 인적성 검사를 진행했으며, 지원자들은 인적성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에쓰오일은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지원자들에게 채용 전형을 중단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에쓰오일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 등 대외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실적 악화로 이어지면서 채용 절차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은 해당 직군 외에도 전반적인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하반기 채용 재개 여부 역시 미정이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시절 내걸었던 공약 중 하나인 '여수 지역 석유화학산업의 대전환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석화업계 지원책이 함께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시절 여수 산업단지 위기 극복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전남도 동부권을 친환경 스페셜티(특화) 화학 산업 거점으로 개편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았으나, 현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진행이 더딘 상태다. 업계에서는 해당 지원책이 새 정부가 추진하는 특별법과 같이 발표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정부가 산업 개편을 주도해 준다면 좋겠지만, 아직 세제·금융 지원 등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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