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탑텐·지오지아 등의 브랜드를 운영 중인 중견 패션기업이자 코스피상장사인 신성통상의 최대주주 가나안은 9일 ‘공개매수 신고서’와 ‘공개매수 설명서’를 공시하고 공개매수에 돌입했습니다. 가나안은 현재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신성통상 지분 83.87%를 보유 중인데,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자진 상장폐지에 나서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재차 추진되는 것일 뿐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행보인데요.
공개매수란 무엇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담고 있을까요?
공개매수란 말 그대로 공개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보유 중이거나 보유하게 될 주주가 6개월 이내에 10명 이상의 불특정 주주로부터 주식시장 밖에서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선 반드시 공개매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기간과 수량, 가격 등을 특정해 이를 공시한 뒤 진행해야 하죠.
이는 기업 경영권 경쟁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무분별한 기업 인수·합병을 방지해 기업지배권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또한 대주주의 주식 매입이 다른 일반 주주들에게 미치는 충격을 완화 및 예방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사안인 만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2장 제1절을 통해 상세하게 규정돼있습니다.
가나안의 이번 공개매수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보유 중인 주식 외 모든 주식을 대상으로 합니다. 2,317만8,102주, 지분 기준으로는 16.13%에 해당하죠. 공개매수 응모율에 관계없이 응모한 모든 주식을 사들일 예정이며,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7대3의 비율로 매수하게 됩니다. 매수 가격은 4,100원으로 제시됐고요. 이에 따라 만약 모든 대상 주식이 응모할 경우, 952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간은 오는 7월 9일까지 한 달간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안인 공개매수 목적은 자진 상장폐지입니다. 공개매수를 통해 자진상폐를 추진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해 이를 실행에 옮기겠다는 거죠. 자진상폐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선 “경영활동의 유연성과 의사결정의 신속함을 확보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가나안의 이러한 공개매수는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단행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끄는데요. 이번과 마찬가지로 나머지 지분 전부를 대상으로 진행됐던 지난해 공개매수는 아쉬운 결과로 마무리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공개매수는 왜 실패했을까요?
가나안은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인 지난해 6월에도 공개매수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공개매수 가격 정도만 제외하면, 이번 공개매수와 내용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냉랭했습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죠. 우선, 신성통상은 그동안 주주환원에 인색한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10년간 무배당을 이어오다 2023년에 72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했을 뿐이었는데요. 반면, 오너일가 개인회사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적극적인 배당으로 오너일가에 막대한 현금을 안겨줬습니다.
이런 가운데, 당시 제시했던 공개매수 가격도 여론을 싸늘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주가나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주가보단 높았지만, 주당순자산가치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점 또한 공교로웠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나선 시기에 자진상폐를 추진하고 나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신성통상은 자진상폐를 염두에 두고 주가를 떨어뜨려왔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실제 자신상폐를 위한 공개매수가 추진되면서 신성통상 오너일가가 신성통상을 헐값에 집어삼키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죠.
결과적으로 신성통상 오너일가는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지분이 5.89%에 그친 겁니다. 이는 목표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공개매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번 공개매수가 지난해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공개매수 가격입니다. 지난해에는 직전 종가 대비 13.3%, 직전 1개월 기준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주가 대비 21.12%의 할증을 적용했는데요. 이번엔 각각 35.76%와 50.62%로 할증율을 높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엔 시장 반응이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신성통상 주가는 이날 상한가로 치솟았습니다.
다만, 신성통상 오너일가의 그간 행보에 따른 냉랭한 여론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또한 시기적으로도 뒷말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합니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대적인 개혁을 공약했던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직후라는 점에서죠.
염태순 회장 등 신성통상 오너일가가 이번엔 만족스러운 공개매수 결과를 마주하며 자진상폐를 빠르게 추진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가나안, 신성통상 관련 ‘공개매수 신고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50609000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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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6. 9.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 가나안, 신성통상 관련 ‘공개매수 설명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50609000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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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6. 9.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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