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무려 1327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몫을 다하고 내려왔다. KT 위즈 우완 투수 최용준이 드디어 날개를 폈다.
최용준은 3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 구원 등판해 1⅔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용준은 키 192cm, 몸무게 105kg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한다. 2001년생으로 양산신양초(양산구리틀)-경남중-부산공고를 졸업하고 2020 신인 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96순위로 KIA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았다. 2021년 1군에 데뷔해 3경기에서 무승 1패 평균자책점 14.21의 성적을 남겼다. 이후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2022시즌 종료 후 방출됐다.


포기하지 않았다. 독립리그 파주 챌린저스에서 재기를 꿈꿨고, 지난해 KT와 계약을 맺었다. 2024년 퓨처스리그에서 12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5.40을 작성했다. 2025 퓨처스리그 스프링캠프 투수 MVP에 뽑히기도 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0경기(8선발) 3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4.54를 기록했다.
기회가 왔다. 최용준은 그동안 육성선수 신분이었고, 2일 정식 선수로 전환됐다. 3일 곧바로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마침 3일 경기 점수 차가 큰 폭으로 벌어졌고, 이강철 감독은 최용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팀이 0-9로 뒤진 6회 1사 1루에서 최용준이 등판했다. 1327일 만에 1군 마운드를 밟았다. 가장 최근 등판은 2021년 10월 15일이다. 공교롭게도 상대 팀은 현 소속팀인 KT. 이날 최용준은 선발로 등판해 3이닝 2실점을 작성했다.

첫 타자는 이진영. 2-2 카운트에서 체인지업을 던져 3루수 땅볼을 만들었다. 두 번째 타자는 대타 안치홍. 안치홍에게 초구 146km/h 힘 있는 직구를 던졌고, 안치홍은 이 공에 밀려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7회에도 최용준이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최재훈에게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3연속 볼을 던졌다. 5구 직구로 모든 볼카운트를 채웠고, 6구 체인지업으로 3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황영묵에게 초구 직구를 던져 좌전 안타를 맞았다.
플로리얼과 대결이 인상적이었다. 초구 체인지업이 몸쪽 아래로 떨어지며 볼. 2구 체인지업은 이보다 살짝 높게 들어와 스트라이크. 3구 커터 역시 몸쪽으로 붙이며 파울을 끌어냈다. 포수 조대현은 높은 코스에 미트를 댔다. 146km/h 빠른 공이 바깥쪽 상단에 꽂혔다. 플로리얼의 방망이가 맥없이 돌아가며 헛스윙 삼진.
2사 1루에서 하주석에게 유격수 방면 빗맞은 땅볼을 유도했다. 유격수 권동진이 공을 잡아 1루로 뿌렸는데, 송구가 빗나갔다. 황영묵은 3루에 들어갔고 하주석은 1루에서 생존. 공식 기록은 하주석의 내야안타와 권동진의 송구 실책. 문현빈에게 좌익수 뜬공을 유도하며 최용준은 위기를 넘겼다.

한화 타선을 상대로 가능성을 보였다. 큰 키를 활용한 직구는 묵직하게 내리꽂혔다. 체인지업은 스윙 직전 떨어지며 연신 땅볼을 유도했다. 플로리얼에게 셋업 피치로 쓴 커터도 눈에 띄었다. 물론 보완점도 있다. 직구 대부분이 한가운데로 몰렸다. 박빙 상황에서 타자의 집중력이 올라왔다면 이처럼 좋은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1327일 만에 등판에서 멀티 이닝 무실점은 충분히 훌륭한 기록.
젊은 선수들은 첫 단추가 중요하다. 최용준은 찾아온 기회를 멋지게 잡았다. 앞으로 인생 역전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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