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시각] ‘K콘텐츠를 넘어 K브랜드로… 대통령직속위원회로 관리해야’

마이데일리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문화콘텐츠 전문가

과거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당시 상업적 개념이었던 ‘브랜드’를 국가 어젠다로 격상시켰다는 점은 의의가 있었지만, 정작 정부 시책 홍보에 치우친 탓에 국민 공감과 성과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국가 브랜딩이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장기적 전략과 공공·민간의 유기적 협업이 필요한 국가적 과제임을 간과한 결과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적 갈등, 외교적 고립, 경제적 불확실성, 사회 양극화 등 여러 위기가 중첩돼 국가 이미지가 위축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우리가 그동안 공들여 쌓아왔던 이른바 ‘국격’이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중이다. 국격의 하락은 국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수출·관광·투자 유치 등 전방위적인 경제적 손실과 외교적 영향력 약화로 직결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은 역설적으로 ‘K-콘텐츠’라는 강력한 무형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K-팝, 영화, 드라마는 물론 음식·뷰티·테크·교육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한국 문화는 이미 세계인의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자생적 열풍에 기대고 있을 뿐, 국가 전략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은 아직 미흡하다.

‘K-브랜드’는 단순한 문화 콘텐츠의 인기를 넘어, 한국이라는 국가의 이미지와 정체성, 품질, 신뢰가 결합된 국가 브랜드다. 브랜드 전문가 데이비드 아커는 “브랜드는 가장 중요한 무형자산이며,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창출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가 브랜드 역시 국민의 창조성과 문화적 자산이 모여 세계와 소통하는 언어이자, 지속 가능한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며칠 후 새롭게 출범할 신정부는 바로 이 ‘K-브랜드’를 새로운 국가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K-콘텐츠는 주로 민간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에 의해 발전해왔지만, 이제는 정부가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즉, 정부는 민간의 창조성을 촉진하고 보호하며, 산업별로 직면한 제도적·외교적·기술적 장벽을 선제적으로 해소하는 조정자이자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K브랜드위원회’의 설치가 필요하다. 이 기구는 단순한 문화 진흥이 아니라, 국가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축적·보호·활용하는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

K브랜드위원회가 수행해야 할 핵심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K-브랜드의 국가 전략 수립과 일관된 관리다. 문화, 산업, 기술, 외교 등 전 분야에서 한국적 가치를 담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이를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브랜드 자산의 축적과 보호다. 이는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적 자산의 형성이다. 소비자와 시장에서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신뢰받을 수 있도록, 지적재산 보호와 해외 진출 지원, 국제 협력 등 입체적 정책이 요구된다.

셋째, 민간과의 협업 기반 강화다. K-브랜드는 정부의 창작물이 아니다. 지금까지 이 성과를 만든 주역은 민간이다. 정부는 민간의 창의성과 시장 중심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정책, 규제, 외교, 인프라 영역에서 ‘막힌 곳을 뚫어주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넷째, 청년 세대의 기회로 연결되는 문화 생태계 조성이다. 콘텐츠 산업은 청년에게 새로운 직업과 창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미래 산업이다. K-브랜드 전략은 단순한 수출 지원을 넘어서 창조 경제와 청년의 미래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K-브랜드’는 한류라는 문화 현상을 넘어, 국가 정체성과 국민의 자부심, 산업 경쟁력과 외교 전략을 아우르는 총체적 자산이다. 이 자산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국가 최고 리더십 아래에서 체계적으로 조율하고 집행할 조직이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 K브랜드위원회의 설치는 곧, 무너진 국격을 다시 세우고 대한민국의 중요한 미래 경쟁력 하나를 확보하겠다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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