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여성혐오’ 발언이 몰고온 부정적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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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후문에서 대학생들이 유세를 펼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를 향해 혐오 발언 규탄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3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후문에서 대학생들이 유세를 펼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를 향해 혐오 발언 규탄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6‧3 대선 사전투표 둘째 날인 30일 '젓가락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결국 사과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발언을 필두로 정치권에서 비방과 욕설을 사용한 네거티브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제 살 깎아 먹기’를 넘어 국민의 질타를 받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정책’은 오간 데 없고 자극적인 언사만 남아 유권자들의 정치혐오를 더 심화시키는 모양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이날 오전 당원들에게 이메일을 발송해 대선 TV토론에서 성폭력적 상황이 묘사된 여성혐오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점을 사과했다. 기자회견 등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과가 아닌 개혁신당 당적을 가진 지지자들에 한정됐다. 

그는 “저의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실망과 상심을 안겨드렸다”며 “표현의 수위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 모든 책임은 저 이준석에게 있다.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른바 ‘젓가락 발언’으로 개혁신당에서 탈당하겠다는 당원들이 늘어나자 논란이 된 지 4일 만에 책임을 언급한 사과를 내놓은 것이다. 

지난 27일 3차 토론 이후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강한 비판이 일었다. 여성단체들은 해당 발언이 아동보호법 등을 위반했다며 고소‧고발도 감행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지난 2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후보의 성범죄에 대한 기준과 가치관을 묻는 것이 왜 문제인지도 모르겠다”며 “정치적인 고소‧고발을 남용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무고로 맞대응하겠다”고 응수했다. 

이준석 후보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문제가 없으며 비판적인 목소리에도 법적인 대응으로 맞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정치적 위기 국면을 맞자 그제야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사과한다’고 밝힌 셈이다.

이준석 후보는 해당 혐오 발언의 발화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이재명 후보와의 관련성도 모른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같은날(28일) 오후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후보의 장남이 ‘음란글’로 500만원 벌금형을 받은 사실을 적시한 기사를 첨부해 “저도 방금 전해 들었는데 사실관계는 이렇다”고 썼다. 이미 해당 정황에 대해 인지했고 대선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를 비토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언급한 것임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더불어 전날(29일) 페이스북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장남이 익명으로 작성한 댓글 내용이 그대로 노출된 범죄일람표 사진을 게시하고 “결국 국회에 제출된 범죄일람표가 여기저기에 돌기 시작했다”며 “문제 발언이 포함되지 않은 500만원 판결이라고 물타기하고, 기소되지 않았다고 물타기한다. 아무리 메신저 공격하고 물타기해도 바뀔 것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범죄일람표에는 성폭력적 언사와 여성혐오가 담긴 내용이 그대로 적시됐다. 타 후보의 ‘가족 리스크’를 부각하기 위해 눈살이 찌푸려지는 여성혐오 발언을 유권자들이 그대로 알아야만 한다는 논리다. 또 여성을 혐오하는 발언이 자신의 게시글로 인해 확대 재생산 된더라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는 정당화된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진보정당들이 자신을 상대로 발의한 징계안에 대해 입장 발표를 마치고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진보정당들이 자신을 상대로 발의한 징계안에 대해 입장 발표를 마치고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비롯한 타 정당들이 해당 논란을 고리로 자신의 의원직 제명안을 띄운 데 대해 “이재명 유신독재 출발의 서곡”이라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5개 정당 소속 21명 의원은 이준석 후보에 대한 징계안을 발의했다. 일부 인사는 제명안까지 꺼내 들었다. 

그는 “이재명은 정권을 잡기도 전에 저를 죽이고 시작하려는 것 같다”며 “분연히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문에서는 징계안과 제명안 거론이 부당하다는 내용과 대선 후보로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담았을 뿐 징계안에 담긴 ‘성폭력‧성희롱 발언’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해당 발언을 사전에 준비했다는 데 전략이 잘못됐다 인정하냐’는 질문에 “전략이라고까지 얘기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권영국 후보가 그 전 토론에서 ‘여성 갈라치기 후보’니 이런 지적을 받아 제가 한가지 사례만 들어달라 했는데 사례를 못들어 반대로 이런 류 발언에 대해 민노당은 어떤 기준을 갖고 있냐고 물은 것이 저의 전략이라면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청한 국민과 여성에 대한 사과도 포함됐냐’, ‘여성가족부 폐지를 얘기하다 왜 이럴 때(대선 토론) 여성혐오를 말한 것이냐’는 물음에는 답변 없이 이석했다.

국민의힘은 혐오발언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이 후보 감싸기’에 더해 이를 위해 장애 비하 표현까지 섞어 ‘네거티브전’의 끝을 보였다. 

윤희숙 국민의힘 선대본 정책총괄본부 공약단장은 이날 오전 국회서 열린 선대본 본부장단 회의에서 “이재명 후보 본인이나 민주당 정치인들이 상대방의 사람이 얼마나 끔찍한 기분이었을지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벌떼처럼 일어나서 그 의혹을 제기한 사람을 X신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를 감싸기 위해 공당의 공개회의에서 장애 혐오 표현을 직접 발화한 것이다. 

문제는 해당 발언이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는 데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2차, 3차 가해가 벌어진다는 점이다. 

이날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병길 국민의힘 경기도의회 의원은 지난 28일 오후 남양주시 한 중학교 앞 사거리에서 하교중이던 중학교 3학년 여학생들에게 이준석 후보의 토론 발언과 유사한 성희롱 발언으로 경찰 조사 중이다. 이 의원은 피해 학생의 아버지의 경찰 신고로 고발당했다. 

이 의원은 학생들에게 “이재명 아들이 무슨 얘기 했는지 아느냐”며 이준석 의원이 토론회에서 했던 발언과 유사한 성희롱 발언을 했다. 이 의원과 이준석 후보의 발언 유사성을 고려하면 사실상 ‘2차 가해’가 진행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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