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코엑스=이민지 기자 국내 인구의 고령화는 장애인의 고령화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 하지만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2028년 필요한 요양보호사는 80만명인 반면, 공급되는 요양보호사는 68만명으로, 약 11만명 이상의 돌봄 제공자 부족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한 가족을 돌보는 일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실제 오랜 기간 간병을 하다 가족이 해체되는가 하면, 끝내 아픈 가족을 해하고 마는 일들을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 ‘간병지옥’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다.

밤낮 가리지 않고 교대 근무로 환자를 돌보는 높은 강도의 노동을 해야 하는 돌봄 현장도 힘든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장에는 50~70대 중장년 여성 보호사들이 주요 돌봄 노동자로 활동, 근골격계 질환을 직업병으로 여기며 힘듦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돌봄 관련한 여럿 문제를 풀 해결책으로 ‘돌봄로봇’이 최근 현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돌봄로봇이 돌봄 문제의 ‘해결의 키’가 될 수 있을까.
◇ 들어서 옮겨주고 목욕까지… 돌봄 부담 줄여주는 돌봄로봇
돌봄로봇은 일반적으로 돌봄 제공자(요양보호사‧활동보조사 등)에 의해 제공되는 작업을 지원해주는 로봇을 말한다. 현재 국립재활원은 노인과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돌봄로봇을 개발하고 돌봄로봇의 돌봄부담 경감을 실증하는 ‘수요자 중심 돌봄로봇 및 서비스 실증 연구개발’을 총괄주관기관으로써 진행하고 있다.
29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진행된 ‘2025 돌봄로봇 정책 심포지엄’에서 국립재활원 송원경 과장은 “돌봄로봇은 △실내이동 △욕창예방 △이승(침대에서 휠체어로, 휠체어에서 침대로 환자를 이동시키는 것을 말함) △배설 △식사 △커뮤니케이션 △모니터링 △근력 강화 △목욕까지 할 수 있다”며 “△최중증 장애인 △거동불편인 △간호사 △요양보호사 △활동지원사 △주부까지를 이용 대상자로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의 방향은 중증장애인 및 거동불편노인의 일상생활 지원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돌봄을 주는 사람의 돌봄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돌봄로봇은 돌봄 제공자의 육체적인 돌봄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로봇을 통한 돌봄부담경감과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발표를 맡은 한양대학교 간호대학 신용순 교수는 “돌봄 로봇을 사용한 실험군과 돌봄로봇을 사용하지 않고 돌봄을 제공한 대조군 각각 30명씩을 비교한 결과, 이승(침대에서 휠체어로, 휠체어에서 침대로 환자를 이동시키는 것을 말함) 로봇을 사용한 실험군이 대조군에 비해 근골격계손상위험도가 87%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 “배설 돌봄로봇을 사용한 경우 근골격계손상위험도가 85% 감소했으며, 식사 돌봄로봇을 사용한 경우 근골격계손상위험도가 84% 감소”했다며 “돌봄로봇의 노동적 가치는 돌봄 제공자 측면에서 신체적 부담‧심리적 부담‧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면에서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돌봄을 받는 자 측면에서 신체건강 및 자존감 향상‧자율성 상승 등을 통한 심리 건강, 안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돌봄 현장에 돌봄로봇을 사용한 사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주간보호를 포함한 통합재가서비스에서 돌봄로봇 수요’에 대한 발표를 맡은 리하원데이케어센터 임기웅 대표는 “사람마다 동일한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동일한 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 서비스 표준화를 위해 ‘스마트 돌봄’을 도입하게 됐다”며 “로봇을 도입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급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이용자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인력을 구하기 힘든 상황 속 인력 개입을 줄이면서 자립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식당에서 배식을 돕는 배식로봇을 사용해 식사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인력을 많이 줄였다”며 “화장실 이동이 어려우신 분들을 위해 이승로봇도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또 인컴(무전기)이 로봇 계열로 들어가 긴박한 상황 속 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돌봄로봇 상용화, 풀어야 할 숙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당사자들은 이날 돌봄로봇의 효과성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돌봄로봇이 현장에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 돌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돌봄 로봇 이용 교육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증장애 당사자인 사단법인 햇살드림 정영만 사무처장은 “중증 근육장애인의 67.9%가 일상생활에서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중증 장애인이 37.3%에 달하며, 이들은 24시간 모니터링 없이는 안전을 보장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AI 모니터링 시스템의 즉각적 도입이 필요하다. 또 자세변환 침대는 필요도가 17.2%인데 반해 보유율은 1.7%에 불과하다. 기술적 문제보다 접근성과 비용 문제가 현 시점 더 큰 장벽”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이정욱 대표 역시 “돌봄로봇 도입의 가장 큰 장벽은 비용 부담”이라며 “구매 비용을 낮추기 위해 보조금, 보험 급여, 지방자치단체 지원사업, 기업 후원 등 다양한 재정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정욱 대표는 “초기 구매 비용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돌봄로봇을 임대하거나 공유하는 형태의 서비스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국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연합회 황현숙 회장은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평균 70세를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돌보는 사람도 나이가 들고 있다”며 “현장 맞춤형 교육 및 커뮤니케이션 가이드 배포가 필요하다. 일본에 적용되고 있는 ‘로봇 활용 돌봄 코디네이터’와 같은 직무를 도입 및 교육 과정 운영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황 회장은 “앞서 설명한 시설처럼 돌봄로봇을 쓰고 있는 곳도 있지만, 전국의 99.9%는 아무것도 없다”며 “20년 가까이 장기 요양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우리나라는 요양원에 복지 용구 하나도 제대로 보급을 안 해주더라. 복지 용구 먼저 보급한 뒤 돌봄 로봇을 논의하는 게 맞다. 많은 요양원이 사서 쓸 형편이 아니기에 보조금, 세제혜택, 장기요양보험과의 연계 등의 논의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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